지방자치제의 전략적 가치

지방자치제의 전략적 가치

지방자치제의 전략적 가치는 미래의 정부 제도를 중앙정부에 도입하기 전에 지방자치제 또는 일부 지방정부에 먼저 도입해 시범 실시함으로써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1995년 민선 1기 자치단체장 선출로 시작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이제 17년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까지 나타난 지방자치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정부의 재정 부실이다. 부실의 원인은 빈약한 지방 세수와 방만한 재정 운영이다. 지역 내 산업이 거의 없는 호남·경북·강원도 등 38개 자치단체는 재정 자립도가 매우 낮다. 지방 세수가 워낙 빈약해 공무원 봉급도 중앙정부 지원금에 기대는 실정이다.

재정 측면만 보면 지방자치제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미비한 지역이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중앙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방 세원 확대를 위해 지방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지방세와 국세의 배분 및 지방 세목 조정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는 것은 현재 국세로 편중된 조세제도 개선을 통한 지방자치단체의 자립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노력에 의해 해당 지역의 경제활동의 과실이 그 지역에 더 많이 귀속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판매세가 주정부의 주요 세원이라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 재정 부실의 주요 사례로 언급되는 인천·대구·부산·태백·용인시는 재정의 부담 능력을 초과하는 재정 운영이 부실을 초래했다. 재선을 위한 선심성 자금 집행, 무리한 청사 건물의 경쟁적 신축, 경전철과 지방 리조트 사업과 같은 투자 타당성이 부족한 대규모 사업 실시 등이 방만한 재정 운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비록 재정 부실과 같은 문제점이 있지만 지방자치제는 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례와 같이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된 개발 전략을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지방정부 주도로 국내외 투자를 유도해 지역 발전을 추구하는 활동은 비록 중복 투자의 우려가 있지만 과거 중앙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정책의 부산물인 지역 편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치적 장점으로는 민주주의 정치 활동의 저변 확대에 따른 정치 역량이 제고됐다. 중앙 정치 무대로 나서기 이전 지방정부에서 활동함으로써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유권자도 지방정부에서 검증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의 업적이 당선에 지대한 역할을 했고 현재 대통령 후보로 언급되는 인물 중에는 민선 단체장 출신들이 있다.

지방자치제의 전략적 가치는 미래의 정부 제도를 중앙정부에 도입하기 전에 지방자치제 또는 일부 지방정부에 먼저 도입해 시범 실시함으로써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조정과 관련해 국가 차원의 변화 이전에 지방정부의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권한 조정을 먼저 시도해 그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대의민주제는 과거 통신기술이 현재와 같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 설계됐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다양한 소통의 통신수단을 활용한 발전적인 대의민주제의 대안을 국가 차원에서 실험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여 개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 국가가 지방자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혁신적인 지방자치제도의 발전 모델을 완성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최병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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