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전도사 CJ]중국, 바이오·식품 돌풍…해외 진출 ‘관문’

글로벌 현장을 가다-중국


CJ제일제당의 중국 선양 공장은 5월 말 가동을 앞두고 마무리 점검 작업이 한창이다. 2010년 4억 달러를 투입해 짓기 시작한 이 공장이 완공되면 3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라이신(사료 첨가용 필수아미노산) 시장의 CJ 점유율이 25%로 올라가 1위인 중국 GBT사를 제치게 된다. 이 공장은 식품 첨가제인 핵산 세계시장에서 CJ의 1위 자리를 더욱 굳히는 역할도 하게 된다. 한국 본사의 기술력과 중국에 대규모 투자해 현지 거대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전략을 결합한 게 먹히고 있다는 평이다. 라이신의 중국 수요는 연간 52만 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CJ그룹은 중국 사업 중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히는 바이오와 함께 식품&식품서비스·엔터테인먼트&미디어·신유통 등 4대 사업을 모두 중국에 진출시켰다. 베이징 장타이루에 지난 4월 부분 개장한 대형 쇼핑몰 인디고 1층 로비에 들어서니 왼쪽에 CJ의 비빔밥 레스토랑인 ‘비비고’가 곧 문을 연다는 글자가 적힌 간판이 보인다.

그 뒤로 인테리어를 맡은 인부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머리를 들어 오른쪽을 보면 4층 벽에 박힌 CJ 로고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지난 4월 문을 연 CJ CGV 중국 9호점이 있는 곳이다. 4층에 들어서면 커피숍 ‘투썸플레이스 플러스’ 위로 상영 중이거나 개봉 예정인 영화를 소개하는 전광판에 눈이 쏠리게 된다. 엔터테인먼트와 외식 서비스가 동반 진출하는 전략의 한 사례다. 중국에서도 한곳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는데 맞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CJ의 내수형 아이템을 집중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CJ 중국 사업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1990년대 말까지의 대중 수출과 원료 확보 차원의 투자 단계를 거쳐 2000년대 초 그룹의 주요 사업을 모두 진출시키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2단계에 이어 중국 본사를 설립한 2006년 이후 제2의 CJ 건설에 나서는 3단계에 와 있다. “중국에서 CJ 브랜드를 구축하는, 아직은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에 있다(박근태 CJ 중국본사 대표).” 진출 초기엔 육가공 사업을 철수하는 시련도 있었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된 설비를 그대로 중국에 가져온 데다 생산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CJ 측의 설명이다. 당시 중국 경쟁사는 오히려 CJ 설비를 벤치마킹한 뒤 이를 중국인 입맛에 맞게 고치고 사료부터 축산 농가까지 일관 라인을 갖추면서 생산 규모가 CJ 중국 공장의 300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때 얻게 된 ‘규모의 경제’의 중요성은 산둥성에 3억 달러를 투자해 라이신과 핵산을 생산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완공 2년 만인 2007년 흑자를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CJ는 중국의 식품·식품서비스 사업을 통해 ‘한식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징 소우두국제공항의 한식당 사랑채와 5년 내 300개 프랜차이즈 개설을 목표로 내건 비비고가 전면에 섰다. 뚜레쥬르와 빕스 등도 점포를 늘려가고 있다. 또 베이징 최대 식품 기업인 얼상그룹과 2007년 합작해 출시한 ‘바이위(白玉) 두부’는 2년 여 만에 베이징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기록했다.

합작 법인 얼상CJ는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지는 것에 맞춰 한국처럼 콩나물 등을 포장 상품으로 처음 팔기 시작해 히트를 치기도 했다. 중국 최고의 파트너와 한국에서의 차별화된 노하우로 중국 최초의 상품을 만들어 히트를 친 것이다. 2002년 쓰촨성 청두 법인 설립으로 시작된 중국 사료 사업도 이미 10개 법인과 공장을 둘 만큼 성장했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중국 사업은 CJ를 아시아 최고의 문화 콘텐츠 그룹으로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영화관 로비를 빈티지 스타일로 인테리어 하고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한중 합작 영화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영화 시장이 2010년 100억 위안을 돌파한데 이어 2011년 131억 위안을 기록할 만큼 급성장하는데 맞춰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15년까지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1위 영화 시장이 될 것(월스트리트저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히트시킨 뮤지컬 ‘맘마미아’ 중국판은 중국 속 고급문화 사업의 성공 방정식을 보여줬다는 평을 듣는다. CJ는 그동안 국제 문화계에서 쌓은 신뢰 덕에 영국 회사로부터 ‘맘마미아’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었고 한국 기업이 서방 기업에 비해 중국의 정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중국 측과 합작 법인을 만들어 이를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200회 공연이 이뤄진 베이징·상하이·우한 등 6개 도시의 사투리에 그 지역 유머까지 나올 정도였다.



박근태 CJ 중국본사 대표 인터뷰

“중국인에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
“중국은 글로벌 CJ를 넘어 그레이트 CJ로 도약하기 위한 관문입니다.” 박근태(58) CJ 중국본사 대표는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세계에서 소비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이라는 점에서 CJ와 궁합이 맞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수출뿐만 아니라 수년 전부터 내수 성장을 통해 소비 시장을 키워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제고하는 조화사회를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식품·외식·베이커리·엔터테인먼트·영화관 등 CJ의 많은 사업이 내수를 지향하고 있어 중국 소비 시장의 성장과 함께 CJ에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가 됐다”는 박 대표는 “세계 1등 품목을 늘리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내수 육성에 주력을 둔 중국 12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15년이 지나면 현지 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를 요청한 날 상하이에서 회의 중이라는 그는 선전 출장을 거쳐 베이징에 잠시 머무를 동안 약속을 잡자고 할 만큼 대륙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박 대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CJ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중국 내수 시장 진출이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중국에서 사업하는 데 애로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의 법 규정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상대적으로 투명해졌지만 새로운 규제가 제때 통지되지 않고 이를 해석하는 잣대도 (정부의) 자의적 요소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 그는 “중국의 이 같은 사업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는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재원으로 파견된 지 3년은 지나야 내수 공략에 나설 수 있는 인재가 된다”며 “선투자 개념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람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철저한 현지화와 좋은 파트너를 잡는 것도 중국에 제2의 CJ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이다. 베이징 조미료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닭고기 다시다와 중국 TV 홈쇼핑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CJ오쇼핑의 상하이 합작 법인 동방CJ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에선 국물의 90% 이상이 닭고기를 사용하는 현실에 착안해 닭고기 다시다를 처음 개발했고 동방CJ는 합작 파트너인 상하이미디어 그룹 덕에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안파이(安排: 사람이나 시간을 안배) 박(朴)’으로 불릴 만큼 탄탄한 인맥으로 유명한 박 대표는 현직에 있는 한국의 대기업 중국 사령탑 가운데 가장 오래 중국에서 발로 뛴 중국통이다. 관리하는 중국 인맥만 1만 명에 육박하는 그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전인 1984년 (주)대우에서 홍콩 근무를 시작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서 일한 게 25년째다. CJ는 2006년 1월 중국본사를 세우면서 대우차이나 대표를 맡고 있던 그를 스카우트해 중국본사를 맡겼다.

박 대표는 “현지에서 번 돈은 현지 인민의 복리를 위해 많이 써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원칙을 토대로 중국 인민의 건강, 즐거움, 편리를 추구해 중국인의 머리와 가슴으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CJ그룹의 2020년 매출 목표 100조 원 가운데 70%를 해외에서 내고 해외 사업 매출의 50%를 중국에서 이뤄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연간 160억 위안의 중국 매출을 1600억 위안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