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책임보험‘개방’…고령화도 호재

황금 어장으로 부상하는 보험 시장

중국 진출 외자 보험회사에 최근 2가지 호재가 날아들었다. 황금 어장으로 불리는 자동차 책임보험 시장 개방과 양로보험 확대가 그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보험 중 책임보험을 5월 1일부터 외자 보험사도 취급할 수 있게 했다. 중국에서 자동차 책임보험을 시작한 건 2006년이다. 그 덕분에 자동차보험 가입률이 종전의 58%에서 최근 79%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 책임보험이 자동차보험의 기초로 통하는 이유다. 중국 언론은 이번 조치가 자동차보험 시장이 전면적인 개방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방은 미국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다. 올 2월 중국과 미국은 자동차 책임보험 시장을 개방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었다.

중국에서 자동차보험 시장이 황금 어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급증하는 자동차 때문이다. 중국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이미 1억 대를 넘어섰다. 한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1900여만 대)에 비할 수 없는 규모다.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도 2006년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에 오른 지 3년 만인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3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손보 시장의 70%는 자동차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형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느긋한 분위기다. 중국의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외자 보험사가 중국 전역에 지점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누가 외자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조치로 타격을 입는 건 중국의 중소형 보험사에 국한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자동차보험 시장은 중국인민재산보험·태평양 등 대형 보험사가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자 보험사들은 이번 조치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진출 외자 보험사 가운데 자동차보험 시장 1, 2, 3위의 점유율이 각각 0.1~0.2%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한국의 손보사들도 이미 중국의 자동차 책임보험 개방을 예상하고 시장 공략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진출 외자 보험사에 또 하나의 기회는 고령화에서 찾을 수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5월 2일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선 사회 보장 12차 5개년 계획을 통과시켰다. 양로보험을 2015년까지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등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 보장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많다.

하지만 중국처럼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버리는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 현상이 생긴 나라는 전례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고령화 사회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중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 사회는 14%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 사회는 20% 이상에 달하는 사회를 말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의 진입에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1년이 소요됐다. 중국은 25년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는 2009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8.4%로 2020년에는 1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60세 이상으로 기준을 낮추면 2009년 1억6700만 명에 이른 노인이 2015년에는 2억 명을 넘고 2040년에는 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에서는 고령화가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주요 사회 이슈로도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본격화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가정에서 노인을 부양하는 시스템이 중대 도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선 이를 4-2-1 문제라고 부른다. 부부 2명이 친가와 시가의 부모 4명과 아이 한 명을 책임진다는 얘기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11년 최고지도부인 정치국원들과 인구정책에 대한 집체 학습을 가진 후 고령화에 대비해 사회 보장 제도와 양로 서비스 체계를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고령화에 대비한 종합 금융 서비스는 중국이 목말라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기회가 있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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