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직원이 근무 활력 높인다

김병후의 치유의 인간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데 인간 생활에서 그 중요한 것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인간 삶의 역설 중 하나다. 이성 관계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성에 대한 것은 특히 더 심하다. 마치 노출되지 말아야 하는 영역처럼 알려주지 않는다. 다들 본능적으로 부닥치는 상황들에 대처하고 살 뿐이다.

여직원과의 관계가 유독 힘든 중년 남성이 있다. 나이 어린 여직원의 눈초리가 더 대처하기 어렵다. 부하 직원이기에 구조상 힘들게 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그 여성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늘 마음이 쓰인다.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기에 그냥 지나치고는 있지만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해당 이성 직원과 직접 그런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는 데 있다.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이성과의 관계 자체를 힘들어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대부분이 과거 이성 가족과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어머니나 아버지와의 관계다.

군림하는 아버지를 둔 여성은 그런 성향을 가진 남자 상사를 힘들어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상사와 사사건건 맞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군림하는 상사와의 관계가 힘든 것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정상 범주 내의 상사의 행동을 강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강하게 아들의 삶에 개입해 좌지우지했던 어머니를 둔 남성은 여직원과의 관계를 힘들어 할 수 있다. 아들의 행동 하나 하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어머니를 둔 남성은 여성 동료가 늘 자신의 행동에 부정적인 평가를 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측을 하게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행동에 단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전이’ 감정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감정이 순수하게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의 관계 속에 일어났던 경험들에 대한 기억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이에 꼭 해당되는 말이다.

인간의 뇌는 과거의 경험을 저장한다.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린 자녀들의 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화난 말투는 어린 딸의 머리에 남성들은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비판적으로 충고했던 어머니는 아들에게 여성들은 늘 부정적 평가를 할 것이라는 뇌의 각인을 가져 올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이 감정이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유는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 채 당연하게 살아왔기에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데 있다. 재미있는 것은 당사자 이외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현상을 너무 쉽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상사가 강압적인지 여직원이 늘 부정적 평가만 내리는지 감별하기가 쉽다.

이성 직원과의 관계가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성의 직원들과만 근무하는 것과 이성과 함께 근무하는 것 중 활력은 후자에 있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 직원들과 같이 일하면 남성호르몬의 혈중 수치가 높아진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더 멋지게 일을 하게 된다. 개인적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함께 인간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으로서 행동하는 것이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더 꾸미려 하고 여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과 남성은 직장에서도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한다.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사)행복가정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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