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덩치는 작지만 강한 놈’이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터보

자동차는 좋아하지만 돈이 궁한 마니아들에게 위안이 될 자동차가 나왔다. 닛산 370Z를 ‘가난한 자의 포르쉐’라고 하는 것처럼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터보는 ‘가난한 자의 골프(폭스바겐)’ 정도는 된다. 1억 원이 넘는 포르쉐 911에 버금가는 성능을 반값에 누리는 370Z에 비하면 벨로스터 터보와 골프의 가격 차는 995만 원에 불과해 가난해서 벨로스터 터보를 탄다기보다 합리적 선택에 가깝긴 하지만.

‘작은 덩치에 강력한 엔진.’ 그간 한국 메이커에는 이런 차가 없었다. 준수한 모범생이라도 잘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공부도 잘하면서 잘 놀기까지 하는 ‘엄친아’를 만들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차에 현대차가 2.0 터보 엔진을 만들었을 때 마니아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혹시 벨로스터에 터보 엔진이 달리지 않을까?’ 그 기대가 현실이 됐다. 다만 기대처럼 2.0리터 터보 엔진은 아니고 1.6리터 터보 엔진이다.

2.0리터였으면 좋겠지만 쏘나타 가격을 주고 벨로스터를 산다는 것 또한 아직은 시기상조다. 물론 벨로스터 터보 자동변속기 가격 2345만 원은 쏘나타 가격대 안에 들어와 있다. 운전의 재미를 위해 수동변속기를 택하겠다면 15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이미 벨로스터(자연 흡기)에서 선택이 가능한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터보 버전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DCT와 터보 엔진과의 궁합을 맞추지 못한 상태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슬그머니 가격표에 올라올지도 모른다.



풀 가속에 ‘휠 스핀’…1.6L 터보 장착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일단 1억 원 이하 차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휠 스핀(타이어가 헛도는 것)’ 사운드가 수시로 들린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하면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솟구치면서 휠 스핀을 일으킨다. 코너를 공략하기 위해 속도를 낮췄다 재가속할 때도 들린다. 특별한 기술 없이 수시로 가능하다. 별것 아니다 싶으면서도 왠지 감동적이다. 물론 시승차가 아니라 자신의 차였다면 타이어 교체 비용이 머릿속에서 함께 교차했을 것이지만…. 어쨌든 순간 가속력은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카리스마 넘치는 실내 디자인도 수준급이다. V자형으로 날을 세운 센터패시아, 변속기 좌우와 도어에 달린 각진 손잡이도 독특하다. 수입차에서는 누리기 힘든 정보기술(IT) 기기는 현대·기아차 오너만의 특권이다. 최근 나온 내비게이션 통합 오디오보다 더 발전했다. 내비게이션 모드에서 메뉴는 버튼 하나로 감출 수 있게 돼 깔끔해졌다. 다시 버튼을 터치하면 안내 음량 조절이나 지도 확대·축소 메뉴가 나온다.

디멘션(Dimension) 오디오의 음질도 기대 이상이다. 노멀 사운드에서 좌우에서 나오던 사운드는 서라운드 모드로 변경하면 센터 스피커가 강조되면서 극장 사운드로 바뀐다. ‘발레 파킹 모드’ 메뉴가 있는데, 타인이 차에 탔을 때 내비게이션 오디오를 조작하지 못하게 비밀번호로 락(잠금)을 거는 기능이다. ‘이런 섬세한 것까지?’라고 감탄할 정도로 현대차의 IT도 발전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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