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이 낳은 ‘ 무리수’ 계속되나

아르헨티나 대외 강경 노선

아르헨티나 대외 강경 노선이 글로벌 외교가의 핫 이슈가 되고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집권 이후 영국과는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을 격화시켰고 최대 무역 대상국 중 하나인 스페인과는 스페인 석유회사 소유 기업을 전격 국유화하며 마찰을 키웠다. 유럽 각국에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경제 상황이 좋아지지 않거나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습관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쓰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비판도 제기된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은 최근 유럽연합(EU)과 남미 경제 공동체인 ‘메르코수르’ 사이에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외할 것을 우루과이 등에 요구했다. 최근 스페인 기업인 렙솔이 지분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던 에너지 기업 YPF를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유화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스페인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YPF 국유화 조치에 대해 “자신의 발등에 총을 쏜 격”이라며 “외교 관계 단절 검토 등을 포함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메르코수르 정회원국은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이다.
<YONHAP PHOTO-0091> Argentina's President Cristina Fernandez de Kirchner holds a test tube containing petrol during a ceremony at the Casa Rosada presidential palace in Buenos Aires April 16, 2012. Argentina's government said on Monday it would expropriate 51 percent of leading energy company YPF, a move that could lead to further economic isolation of the country. YPF, controlled by Spain's Repsol, has been under intense pressure from the center-left government and its share price has plunged due to months of speculation about a government takeover. President Fernandez said the government would ask Congress, which she controls, to approve a bill to expropriate 51 percent of the energy company, saying energy was a "vital resource." REUTERS/Stringer (ARGENTINA - Tags: POLITICS ENERGY BUSINESS)/2012-04-17 05:55:54/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일단 스페인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스페인 정부는 “아르헨티나를 협상에서 빼지 않으면 메르코수르와의 자유무역 협상이 정상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재차 밝혔다.

사태가 이처럼 최악으로 빠지게 된 데는 YPF 국유화 조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르헨티나는 “YPF가 석유 증산을 하지 않아 석유 수입이 늘었고 무역수지가 악화됐다”는 명분으로 국유화 조치를 내렸다. 렙솔이 YPF 지분을 중국 시노펙에 팔려고 하자 서둘러 국유화를 진행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지에서는 자원민족주의를 지지하는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반시장적인’ 국유화를 강행했다는 관측이 많다.

YPF가 생산량을 줄인 것은 아르헨티나 국내 사정 탓이 크다. 아르헨티나 교사 노조는 지난해 4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하며 자신들과 상관없는 남부 추부트 주(州)의 석유 시설을 점거했다. 이 때문에 YPF는 원유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정제 공장 가동률을 20%가량 낮췄다. 결국 지난해 국내 석유 공급이 10% 이상 줄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정부가 국제 거래 가격보다 싸게 국내 시장 석유 값을 고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싼 석유 값 때문에 소비가 늘어났고 수입도 증가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수입 증가는 생산을 늘리지 않은 외국 석유 기업 탓”으로 몰아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재선에 성공한 뒤 엄격한 수입제한법을 통과시켰다. 모든 수입 물품에 대해 사전 신고를 받도록 했다. 악화되는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조치는 역효과를 불렀다. 제조업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을 막으면 수입품을 대체할 국내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외환 규제도 마찬가지다.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자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해외에 예치한 현금과 펀드 등을 강제로 국내로 반입하게 했다. 페소화를 달러로 환전할 때는 전부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무리한 환율 통제로 국제사회의 신뢰가 떨어져 페소화 가치는 더 낮아졌다. 이 여파로 수입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

이 밖에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집권기에도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농산품 대상 수출세 면세, 아르헨티나 항공 강제 국유화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아르헨티나의 대외 강경 노선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결과가 주목된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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