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배우는 CEO리더십] 몸의 세포처럼 변화하는 조직만이 산다

근대의 태동을 알린 세기의 천재 토머스 홉스

옛날 옛적에 배 한 척이 있었습니다. 이 배는 단단한 목질의 나무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이 배는 오랫동안 전장을 누볐고 혁혁한 공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배의 역사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광장에 전시했습니다. 하지만 그 단단한 배도 시간의 흐름 속에 바람에 깎이고 쥐에 쏠려 많은 부분들이 더 이상 그 배의 무게를 지탱하고 그 배의 모양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동일한 종류의 목재를 가지고 수리했습니다.

수리가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이뤄졌고 어느 날 사람들은 그 배를 구성하고 있는 목재들이 처음 진수됐던 그 배의 목재들과 전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기민한 이성을 가진 사람들, 특히 철학자들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배는 처음 진수됐던 그 배와 동일한 배인가?” 이 질문에 대해 답하는 사람들은 두 진영으로 나뉘게 됐습니다. 한쪽 진영은 두 배는 동일한 배라고 주장했고 다른 진영은 두 배는 다른 배라고 주장했습니다.

테세우스의 배는 같은 배인가

오랫동안 이 주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쉽사리 어느 주장이 참인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근대의 태동을 알린 시대의 천재 토머스 홉스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변형된 사례를 자신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제시합니다. 원래의 배를 구성하고 있던 버려진 목재들을 어떤 수집가가 하나 둘씩 모은 것입니다.

그는 원래의 배를 구성하던 목재들로 하나의 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저 광장에 전시돼 있는 배가 용맹을 떨쳤던 전선인가? 아니면 이 배가 그 배인가?” 이 사례에서 사람들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홉스는 교묘하게도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철학적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문제, 즉 자아 동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은 계속돼 왔고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토머스 홉스는 영국의 경험론의 태두 중 한 사람인 위대한 철학자입니다. 홉스는 하필 스페인 무적 함대가 쳐들어 오는 시점에 항구에서 미숙아로 태어납니다. 홉스는 자신의 탄생에 대해 “나는 공포와 함께 태어났다”고 기술합니다. 공포와 함께 태어난 홉스는 공포와 함께 삶을 살아갔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그는 ‘인간은 무엇이며 국가는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인간은 물질로 구성된 유기체”이며 국가는 “이 유기체인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구성된 결사체”라는 것입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최고의 철학자”라고 불린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관·국가관과는 큰 차이를 갖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목적을 갖고 태어나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국가는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구성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목적이란 이성의 완전한 실현입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을 사용하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관조적 삶을 최고의 삶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홉스에게는 그저 하나의 소설로 느껴졌을 듯합니다.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목적은 진리의 탐구라는 말이 그에게는 가소롭게 느껴졌을 것이고 뉴턴의 물리학을 접한 과학자로서 홉스에게 목적론적 세계관은 구시대의 산물로만 보였을 것입니다.

앞에서 우리가 살펴봤던 논의들은 구성물과 그 구성물로 구성된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사실 우리가 동일한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동일한 대상이 아니게 됩니다. 자, 우리의 몸을 한 번 들여다볼까요. 우리의 몸은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세포는 끊임없이 죽어 없어지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됩니다. 7년마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는 전체가 다 바뀝니다.

그러면 7년 전에 나와 7년 후의 나는 같은 존재일까요, 다른 존재일까요. 우리는 두 존재가 동일한 존재라는 강한 직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이제 7년이 아니라 매년 퇴임하는 임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매년 새롭게 입사하는 신입 사원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처럼 조직도 늘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 조직은 같은 조직일까요, 다른 조직일까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동일한 조직이라는 직관을 갖게 됩니다.

어떤 조직을 동일한 조직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물질적 요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요소가 중요합니다. 물질적으로 동일한 공간에 있더라도 그 인적 구성원이 바뀌면, 좀 더 엄밀히 얘기하면 그 구성원들의 생각이 바뀌면 다른 조직이 되는 것입니다. 홉스도 이 사실을 정확히 파악했고 인간의 동일성을 정신적인 측면을 들어 설명합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7년마다 바뀐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그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물을 가지고 확인하지 않습니다. 구성물이 곧 그 사람이라면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사람은 그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고 이전과 이후의 사람을 동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홉스는 물질적 구성 요소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대상을 동일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를 사람은 사실 그 구성물의 집합이 아니라 그 구성물의 집합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의식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육체가 변하고 훼손되더라도 그 의식·사유·정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 변화의 핵심은 정신적 공감대를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도록 소통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리더가 구성원들과 동일한 비전과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질적 동일성이 아니라 정신적 합일이 자기 동일성의 궁극적 요소입니다. 과거와 다른 기업으로 태어나고 싶다면 그 기업의 물질적 요소를 변화시켜서는 안 되고 정식적인 요소를 변화시키고 이 정신적 요소를 전 기업의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합니다.

인간은 그 몸 세포가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나야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로 그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과 사고 패턴이 끊임없이 새로워질 때 성장을 거듭하게 됩니다.

내부 혁신의 메시지는 끊임없이 리더에 의해 소통돼야 합니다. 한 번 적당히 말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혁신은 계속해 소통되고 실천돼야 합니다. 외부에 의해서 혁신당하기 전에 스스로 혁신을 소통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홉스의 테세우스 배처럼 늘 변해야 합니다.

학연·지연·혈연을 뛰어넘는 소통을 하는 리더가 되기 바랍니다. 자신과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은 생태계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합니다. 위대한 리더는 조직의 정신을 다양한 구성원과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