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강남의 ‘두 얼굴’] 시세 ‘추풍낙엽’…타워팰리스 14억 ‘뚝’

아파트 시장 ‘바닥은 어디’

철저하게 관리되고 통제되는 출입, 최고급 내장재와 세련된 인테리어, 여기에 상가·피트니스센터 등 완벽하게 갖춰진 편의시설까지…. 웬만큼 돈 있는 부자라면 한 번쯤 살고 싶어 하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얘기다. 그런데 이제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 앞에 ‘한때’라는 말을 붙여야 할 것 같다. 부동산 시세가 정점에 달했던 2006년부터 올 초까지 최고가 대비 실거래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순위 1등이 강남구에 자리한 주상복합 단지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리서치 전문 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 최고가 대비 올 초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아파트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의 전용면적 165㎡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아파트는 2007년 9월 33억40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3.3㎡(1평)당 무려 6680만 원에 해당하는 초고가였다. 하지만 지난 1월 현재 18억8550만 원에 거래됐다. 차액이 무려 14억5450만 원에 달해 ‘반 토막’ 직전인 된 것이다.

쉬워진 수능으로 학군 수요도 잠잠

대한민국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강남 아파트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한때 ‘강남 불패’라는 신화까지 만들어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격 하락세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는 건 역시 재건축 예정 단지들이지만, 당장 새로 지을 계획이 없는 기존 아파트 단지들도 뚝뚝 떨어지는 시세를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타워팰리스에 이어 최고가 대비 차액이 큰 아파트 2위에 오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 단지 162㎡는 2008년 2월 32억7000만 원에 거래되면 전성기를 달렸다. 하지만 올 1월 현재 23억7000만 원으로 차액이 9억 원이다.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 아파트 137㎡도 2006년 11월 15억4500만 원이었던 것이 올 초 9억 원을 기록해 6억4500만 원이나 떨어졌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초 대비 지난 3월 둘째 주까지 강남·송파·서초 등 강남3구의 매매가는 각각 1.26%, 1.09%, 0.66% 떨어졌다. 지난해 초반만 해도 떨어진 가격에 매력을 느낀 매수세 증가로 가격이 올랐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올 들어 강남권 기존 아파트 가격의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송파구 잠실동의 리센츠와 잠실엘스 등 중대형의 매매가는 올 들어서만 2000만~5000만 원 정도 하락했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추풍낙엽 신세가 된 건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의 금융·재정 위기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경기 전체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부동산만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하락세 원인 중 과거에 비해 시들해진 ‘학군 수요’도 흥미롭다. 이른바 ‘물수능’에 따른 ‘강남 무용론’이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월세 주택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강남3구의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1월에 비해 10.6%나 줄었다. 강남권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학군 우수 지역으로 꼽히던 양천구와 노원구도 각각 20.3%, 8.8%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전월세 거래량이 5.8%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 감소 폭이 매우 큰 편이다.

현재 강남 아파트의 전월세 가격은 매매가 하락세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세가 아닌 거래량 자체가 줄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매매가 역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월세는 투자 개념보다 철저하게 실수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인기가 그만큼 시들해졌다는 뜻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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