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넥스트 차이나 外

글로벌 시장의 숨어 있는 신흥 강자들

최근 임금이 오르면서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알려져 전 세계 기업이 몰려와 붐비던 선전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을 떠나 베트남이나 인도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과연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엘도라도’는 어디일까.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부터 중국의 뒤를 이을 ‘넥스트 차이나’를 탐색하는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소비 패턴과 인구·소득·종교 등 다양한 기준을 꼼꼼히 따져 본 끝에 아시아·동유럽·중남미·중동·아프리카에서 유망 신흥국 29개국을 가려냈다. 그중 브라질·인도·러시아·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중국과 대등하게 나타나는 등 제2의 중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넥스트 차이나 29개국을 분석한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 나라의 떠오르는 신흥 기업들이다. 넥스트 차이나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중국 기업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인수했다가 실패한 쌍용차를 인도의 2위 로컬 자동차 업체인 마힌드라자동차가 성공적으로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흥시장 기업들은 한국 기업의 경쟁자이자 고객이며 사업 파트너다. 또한 각 나라의 대표 기업으로 해당 국가 시장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인도 기업은 2003년 1개에서 2011년 8개로 늘어났다. 이 중 민간 기업은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즈·타타자동차·타타스틸이다. 인도의 민간 기업은 2000년대 들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은 세계 중소형 항공기 시장을 평정한 엠브라에르다. 1990년대 초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걸프전쟁 이후 군수 판매 감소로 파산 위기에 놓이자 1994년 민영화를 단행했다. 그후 다양한 경쟁 역량을 확보하고 민간 경비행기 시장 진출에 집중한 결과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남아공 MTN그룹은 아프리카와 중동 21개 국가에서 1억4700만 명의 휴대전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아프리카 최대의 통신회사다. 경제 성장과 함께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서 이 회사 매출도 2005년 43억 달러에서 2010년 172억 달러로 4배 증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흥시장연구팀 지음┃264쪽┃삼성경제연구소┃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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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독서 노트
도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당신은 찍기만, 나머지는 우리가(You push the button, we do the rest).’

세계 카메라 시장을 제패했던 이스트먼 코닥이 1888년부터 사용해 온 선전 문구다. 세계시장을 제패했던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대응 실패로 파산보호 신청까지 굴러 떨어졌다. 코닥 말고도 잘나가던 기업이 한 번에 주저 앉는 경우가 많다. 제너럴모터스(GM)가 그렇고 모토로라는 언제 영광스러운 때가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이 책은 지배적 위치에 있었던 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기업이 부상하는 과정을 정리한 책이다. 세계 명문 기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주로 미국 기업을 다뤘기 때문에 미국의 기업사로 보면 된다. 이런 유형의 책이 대부분 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기업과 함께 경제 상황과 정책을 다뤄 경제사적인 면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장사다운 장사를 통해 거부의 반열에 오른 첫 번째 인물은 존 제이콥 애스터다. 포천이 선정한 미국 역대 최고 갑부 10명 중 3위에 오른 인물인데 처음에는 모피 장사로 돈을 벌었다. 최신식 배를 이용해 중국 시장에 모피를 수출해 유럽에 한정돼 있던 시장을 넓힌 전략이 주효했다. 동전 한 푼까지 챙기는 편협함 때문에 후한 보수를 제공하는 경쟁자들에게 직원을 빼앗겨 결국 모피 관련 사업을 접어야 했지만, 맨해튼의 부동산을 매입해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남김으로써 투기업자로 또 한 번의 성공 신화를 썼다.

미국의 19세기 중반은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다. 태평양 연안까지 넓어진 국토를 연결하기 위해 철도와 운하가 깔리면서 철도와 운송회사가 만들어졌고 근대적인 기계를 갖춘 공장들도 출현했다.

이 시기 대표 인물이 밴더빌트다. 뉴저지와 뉴욕을 연결하는 증기선 사업을 벌이면서 ‘운임은 공짜, 수익은 승객들이 먹는 음식료를 통해’라는 전략을 구사했다.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독점과 각종 권모술수를 동원한 경쟁자 죽이기로 정치권이 각종 규제 정책을 만들었고 1920년대 대량 소비 붐은 이후 대공황을 초래해 많은 기업의 몰락을 가져왔다.

대공황과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른 후 미국 기업은 모든 경쟁 부문에서 세계를 압도했다. 이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다국적기업이 탄생했는데, 항공기를 통한 거리의 단축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국가 간의 장벽 해체가 이들이 성장한 토대였다.

기업은 끝없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진다. 혁신과 리스크가 변화를 만드는 원동력인데 작은 가능성이라도 도전하는 기업은 살아남지만 혁신을 피하는 기업은 세계적인 위치에 있더라도 쉽게 사라진다.


GREAT COMPANY 500 : 세계 명문 기업들의 흥망성쇠
래리 슈웨이카트 외 지음┃장세현 옮김┃732쪽┃타임비즈┃3만5000원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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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외 지음┃424쪽┃부키┃1만4900원

2005년 돌풍을 일으킨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3인방이 다시 뭉쳤다. 북유럽 스웨덴처럼 ‘재벌’과의 대타협을 통해 복지국가로 가자는 이들의 핵심적인 주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우리의 소중한 기업을 외국자본에 먹잇감으로 내주는 어리적은 실수이기 때문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자유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고영태 옮김┃320쪽┃흐름출판┃1만5000원

저자가 펼쳐 보이는 미래는 암울하다. 앞으로 다가오는 10년은 세계 역사상 가장 변화무쌍한 10년이 될 것이다. 향후 10년 미국에서만 78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한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제대로 노후 준비를 못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이들을 위한 복지 확충을 위해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하고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돼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돈은 쓸모없는 종잇조각이 되고 상상을 초월하는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다.



종횡무진 한국경제
김상조 지음┃348쪽┃오마이북┃1만5000원

경제개혁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경제 평론집이다. 의외로 그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경제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거대 담론보다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좋은 동기에서 만들어진 제도와 정책이 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어떻게 해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경제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은행 경제 통계 시스템에 자주 들어가 ‘놀이’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일침
정민 지음┃296쪽┃김영사┃1만4000원

한문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을 선도해 온 저자가 100개의 4자 성어에 촌철살인의 통찰을 담았다. 심한신왕(心閒神旺)은 마음이 한가하면 정신이 활발하다는 뜻으로 청 말의 전각가 등석여의 말이다. 정신이 왕성한 것과 마음이 바쁜 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 일 없는 사람이 마음만 바쁘면 공연한 일을 벌인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정신의 작용이 활발해져 건강한 생각이 샘솟듯 솟아난다. 저자는 자신은 몸이 하도 바빠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닌지 자문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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