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루머·세금폭탄…롯데·디아지오 ‘괴로워’

‘바람 잘 날 없는’ 주류 업계 어디로?


주류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변화의 회오리가 몰아친다. 소주는 참이슬의 맞수 처음처럼이 알칼리수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맥주는 하이트와 오비의 치열한 시장 쟁탈전에다 롯데가 뛰어들면서 폭풍 전야다. 막걸리는 전국 시장에서 국순당의 선전으로 1위 서울탁주와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위스키도 디아지오코리아가 세금 폭탄을 맞는 등 크고 작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주 처음처럼, 고난을 이겨낼까

소주 시장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폭탄이 떨어졌다. 피해자는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다. 자칫하면 잘나가던 기세가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주류와 무학·금복주 등 지방 소주 업체들이 독주 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형국이다. 국내 소주 시장은 2조8675억 원이다(2011년 출고가 기준). 시장점유율은 하이트진로 47.1%, 롯데칠성음료(옛 롯데주류) 15.6%, 무학 12.3%, 금복주 8.1%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 알칼리 환원수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루머로 인해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인지가 관심사다. 또 하나는 지방 소주사들의 돌풍이 가져올 변화다.

처음처럼은 2009년 롯데로 인수된 후 선전해 왔다. 2010년 전년 대비 24.8%, 2011년 10.3% 성장했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3년간 연평균 6.8%의 견조한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2011년 전년 대비 1.6% 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처음처럼은 참이슬을 맹추격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2011년 수도권 점유율 30% 정도로 2010년(25%)에 비해 5% 포인트 늘어났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목표를 17% 이상으로 잡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선 30% 이상 점유율로 하이트진로의 숨통을 바짝 조인다는 각오다.

하지만 처음처럼은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루머로 골병이 들고 있다. 술자리에서 처음처럼을 찾는 이들이 급감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 중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처음처럼의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해롭다는) 소문이 퍼진 후 처음처럼을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롯데칠성음료가 루머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단시일 내에 루머 확산을 막지 못하면 하이트진로의 반사이익이 점쳐진다.

또 하나의 변수는 지방 소주 업체들의 선전이다. 무학·보해 등의 기세가 무섭다. 경남 지역 소주 업체인 무학의 좋은데이가 대표적이다. 좋은데이는 지난해 알코올 도수 17도 이하 순한 소주 전국 시장점유율이 91.5%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판매량이 113.6%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지방 소주 업체들의 약진이 수도권 지역에서 참이슬·처음처럼의 양강 구도를 깨뜨린다면 소주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맥주 하이트·오비 진정한 승자는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비맥주(OB·카스)가 48.22%(2011년 11월 말 기준)로 하이트맥주(47.78%·하이트·맥스)를 뒤집은 것으로 추정된다. 1996년 만년 2위였던 하이트진로가 비열 처리 공법을 도입한 하이트로 정상에 등극한 후 16년 만에 1위 자리를 다시 내준 셈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구겨진 하이트진로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맥주 시장에 진출한 롯데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 맥주 업체들이 하이트·오비맥주 양강 구도에 도전장을 던졌다.

업계는 롯데가 직접 맥주 사업을 시작하면 상당한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협력 파트너인 아사히맥주의 기술과 노하우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 롯데그룹의 강력한 자본력과 유통망도 위협적이다. 수입 맥주도 또 다른 변수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맥주 수입액은 4375만 달러로 5년 전(2050만 달러)보인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 맥주 시장 규모는 900만 병(500ml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약 4%에 해당한다. 대형 마트 등 일부 유통 채널에선 이미 점유율이 20%를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 맥주 시장은 버드와이저가 23.6%로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아사히(19.6%)·하이네켄(16.6%)·호가든(10.1%) 등이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며 롯데까지 가세하면 국내 맥주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막걸리 국순당 전국구로 거듭날까

막걸리 시장도 뜨겁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막걸리 출하량은 42만5000kl로 2010년(36만8000kl)보다 15.4% 성장했다. 2009년 52.4%, 2010년 72.6% 등 폭발적인 성장세에서 10%대의 안정적 성장기로 접어들었다. 국내 막걸리 시장은 약 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서울탁주가 50% 정도로 1위를 달리고 있고 국순당이 1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변수는 국순당의 공세다. 전국 시장을 겨냥한 국순당의 공세에 기존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 사실 생막걸리는 유통 기한이 10일밖에 되지 않아 전국 유통이 어려웠다. 그러나 국순당이 2010년 전국을 대상으로 TV CF를 시작하고 냉장 유통 시스템을 갖춰 막걸리 전국구 시대를 열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뜨거운 격전지는 대구·경북 지역인데, 국순당·울산탁주·포항탁주·부산생탁·우리술 등이 진출해 향토 업체인 대구탁주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인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가정용 막걸리 시장에서 지난 1월 말 국순당이 33%로 대구탁주(16.1%)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년 전인 2010년 1월 말에는 대구탁주가 29.8%로 국순당(13.1%)보다 넉넉히 앞서 있었다. 서울탁주도 2010년 충북 진천에 대규모 막걸리 공장을 준공하고 전국 시장 패권 지키기에 나선 상태다. 막걸리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 말 이후 더욱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스키 디아지오 세금 폭탄 변수는

위스키 시장은 전체 시장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 2위인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가 관심사다.

문제는 스카치위스키의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위스키의 판매량은 256만6020상자(1상자=700ml 12병)로 전년 대비 4.9% 줄었다. ‘넘버 원’ 브랜드인 윈저의 판매량은 91만3435상자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고, 임페리얼도 4.2% 줄어든 85만8851상자를 팔았다. 3위인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는 39만3723상자로 감소 폭이 9.2%에 달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양주 폭탄주가 소주 폭탄주로 바뀌면서 위스키 소비가 급감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디아지오 38.4%, 페르노리카 33.6%, 롯데칠성 15.4%, 수석무역 2.7% 등으로 추정된다. 관심은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의 1위 쟁탈전이다. 변수는 디아지오가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 폭탄을 두드려 맞았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2009년 세금 포탈을 이유로 디아지오에 194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 데 이어 동일 사안을 이유로 지난해 2167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관세청이 단일 회사에 부과한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업계 관계자들은 “거액의 세금 폭탄으로 마케팅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관세청 과세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한 싱글 몰트위스키와 보드카 등의 인기도 기존 구도를 깨뜨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스카치위스키 업계가 판매량 감소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싱글 몰트위스키의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싱글 몰트위스키 소비량은 6만862상자로 전년 대비 8.1% 늘었다. 맥캘란이 같은 기간 2만5435상자를 판매해 전년 대비 19.9% 증가했고 글렌리벳도 1935상자로 상승 폭이 23.8%에 달했다. 이와 함께 보드카·진·테킬라의 판매량도 각각 42%, 15%, 7% 상승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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