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눈시울 붉힌 까닭은

창립 45주년…‘마이웨이’ 노래에 눈물

전 대우 임직원들의 모임인 대우인회와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3월 22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대우 창립 45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김우중(76) 전 회장을 비롯해 이경훈 전 (주)대우 회장, 김용원 전 대우전자 회장, 윤석헌 전 그룹 부회장, 윤영석 전 그룹총괄 회장 등 300여 명의 전 대우 최고경영자(CEO)들과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새벽 베트남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김 전 회장은 행사 전 도착해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김 전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주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개월에 한 번씩 한국에 올 때는 서울역 인근 대우재단빌딩 사무실에서 옛 대우 임원들을 만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비교적 건강해 보였지만 양쪽 귀에는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22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및 회고록 출간 기념회'에서 김우중 전회장이 축하 공연을 보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3.22

행사에선 김 전 회장에게 헌정한 ‘대우는 왜?’라는 책이 화제가 됐다. ‘가장 먼저 가장 멀리 해외로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김 전 회장의 친구이자 창업 동지였던 이우복 전 부회장 등 옛 대우그룹 CEO들과 임원들이 만들었다.

1967년 대우실업 설립 당시부터 그룹 해체 때까지 대우가 만들어낸 각종 기록과 해외시장 개척에 얽힌 비화들이 소개돼 있다. 대우의 세계 경영과 김 전 회장의 기업가 정신 등에 대한 의미와 재평가도 들어 있다. 전자·자동차·조선·건설업 등에서 일궈낸 드라마 같은 일화와 사연뿐만 아니라 좌절과 실패담까지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이 책에는 대우 패망과 이에 얽힌 ‘대우맨’들의 억울함도 담겨 있다. 대우맨들은 그룹 해체 이후 외환 위기를 불러온 주범으로, 국민 세금(공적자금)을 축낸 죄인 취급을 받아 왔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이자 김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병주 전 (주)대우 사장은 “최근 대우를 해체할 당시 고위 당직자의 회고록이 한 일간지에 연재됐다”며 “이 내용은 그 어느 대우맨이 봐도 불쾌하고 화가 치밀 정도로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는 세계 경영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에 걸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 외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고 이런 특수성을 정부가 양해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정부 당국은 오히려 기업어음(CP), 회사채 발행 등 대우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에 제한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김용원 전 회장은 “이젠 우리도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발언할 때가 됐다”며 “공(功)과 과(過)를 있는 그대로 재평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대우가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말한 대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대우맨 33명의 고백, ‘대우는 왜?’ 출간

이날 김 전 회장은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은 이경훈 전 회장, 김용원 전 회장, 윤석헌 전 부회장, 윤영석 전 회장 등과 손을 맞잡으며 담소를 나눴다. 김 전 회장은 옛 대우맨들이 “회장님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라고 묻자 “괜찮다. 잘 지낸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묻는 질문에는 “고맙다”는 말 외엔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편 김 회장은 행사 도중 눈시울을 붉혀 눈길을 끌었다. 행사 도중 ‘마이웨이(My Way)’ 노래가 흘러나오자 김 전 회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눈을 지그시 감았다. 옛 대우맨들과 오랜만에 만난 감격보다 대우 해체에 대한 회한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는 2009년부터 매년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왔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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