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큐브 위협하는 ‘새끼 호랑이’

기아차 레이






기아차의 레이가 예상외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4~5개월밖에 안됐지만 벌써 도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주문이 많아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수입 박스카 닛산 큐브의 대항마 정도로 여겼으나 큐브의 인기를 뛰어넘을 기세다.

레이의 디자인은 시승하는 동안 시승자뿐만 아니라 차에 탑승한 모든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외관에서 경차답지 않게 당당해 보이는 전면부, 기아차 패밀리 룩의 호랑이 코 그릴, 고급스러운 면발광 타입의 발광다이오드(LED) 포지션 램프, 그리고 세련된 후면부가 돋보인다. 또한 내부의 심플한 인테리어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센터패시아의 에어컨·오디오·내비게이션은 잘 정돈돼 있어 운전 중 조작이 간편하다. 다른 이야기지만 레이에 내장된 내비게이션의 탁월한 성능은 기아차이기 때문에 누리는 혜택이다. 수입차는 내비게이션 정보가 부정확하고 조작이 만족스럽지 못한 게 큰 결점이기 때문이다.

박스카가 주는 공간의 넉넉함은 일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못지않다. 높이가 3595mm로 앉은키보다 성인 머리 하나 정도의 여유가 있다. 도로에서 SUV와 나란히 섰을 때 높이가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다. 2520mm의 휠베이스로 전체적으로 실내 공간이 넉넉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웬만한 자전거 하나는 실을 수 있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박스 2개 정도밖에 실을 수 없는 공간이 나오지만 뒷좌석 시트를 전후로 조정할 수 있어 공간을 넓힐 수 있다. 트렁크 바닥을 열면 칸이 나눠져 있는 비밀 수납공간도 나온다.


레이는 수납공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운전석과 보조석에서 센터패시아의 작은 수납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천장에는 책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보너스 수납공간이 있다. 마지막으로 공간 활용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탁트인 옆면 출입구다. 앞문과 뒷문 사이 기둥(B-필라)이 없어 앞·뒷문을 다 열면 넓은 출입구를 확보할 수 있다. 뒷문은 슬라이딩 도어라 마치 밴 같은 느낌도 준다.

레이의 시승 구간으로 정한 곳은 미사리 조정경기장. 서울 강남에서 미사리까지 왕복 50km 주행에 나섰다. 레이는 최대 출력 78마력, 최대 토크 9.6kg·m으로 큐브의 120마력, 16.8kg·m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진다. 같은 기아차의 쏘울도 140마력, 17kg·m이다. 도심에서는 부드럽게 잘나가 동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 이상 올라가자 힘겨워하는 레이를 느낄 수 있었다. 차로를 바꾸기 위해 순간 가속이 필요할 때 “아. 레이는 경차였지”라고 깨닫게 한다.

높이가 높은 때문인지 고속 주행시 회전할 때 휘청(?)할 것 같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차체 자세 안정성과 조향 안정성을 확보해 주는 차세대 차량 자세 제어장치(VSM: Vehicle Stability Management) 로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언덕길 정차 후 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해 주는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HAC)도 탑재했다. 그리고 6에어백과 함께 중간 기둥이 없는 차량 구조를 고려한 강성 빔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레이가 운전자를 기쁘게 한 것은 목적지인 조정경기장에 들어설 때였다. 경차 할인으로 주차비 3000원의 절반만 내면 됐기 때문이다. 리터당 17km 연비도 경차 운전자로서 누리는 혜택 중 하나다. 판매 가격은 가솔린 모델 1240만~1495만 원, LPG 겸용 바이퓨얼 모델 1370만~1625만 원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