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입성 노리는 경제통 후보들] 공기업 CEO 출신 도전 ‘눈에 띄네’

기업인 출신 후보자

주요 정당의 공천 후보, 비례대표 확정자들을 분석한 결과 2008년 18대 총선에 이어 올해도 많은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총선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경제 관료, 교수, 노동계 인사들이 대약진한 반면 눈에 띄는 재계 인사는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지 않아도 재벌 개혁 등 반기업 정책이 속속 나오고 반기업 공약이 판치는 가운데 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가 많지 않아 재계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기업인 출신 후보로 주목받는 이들을 살펴보면 우선 경기 성남분당을에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깜짝 공천됐다. 전 전 사장은 인하대 산업공학과 졸업,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마케팅을 전공했고 네띠앙 사장,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벤처기업인이다. 외환위기 당시 어려움에 빠진 한글과컴퓨터의 구원투수로 나서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네띠앙에서 실패의 맛을 보기도 했다. 현재 전 후보는 SERA인재개발원 대표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로 금융인 출신인 이혁진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다. 현직 자산운용사 대표로 첫 국회의원이 탄생할지 주목받고 있다. 이 후보는 한양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을 거쳐 신영증권에 입사해 금융계에 발을 담갔다. 입사 6개월 만에 영업 분야 실적 1위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올려 2005년 CJ그룹에 스카우트됐고 2008년에 최연소 상무를 달았다. 2009년 4월에는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특허(지식재산권)를 사모 투자 펀드(PEF)와 연계해 투자하는 운용사로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여성 기업인으로 대표할 만한 인물은 대구 북구갑에서 출사표를 던지 새누리당 소속 권은희 후보다. 권 후보는 경북대 공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1986년부터 KT에 몸담아 주로 통신망·지능망사업 관련 업무를 맡아 왔으며 2006년까지 KT네트워크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권 후보는 현재 통신 솔루션 업체 헤리트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IT여성기업인협회 수석 부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또한 여성 IT 기업인으로서 권 후보와 같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IT여성기업인협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강은희 위니텍 대표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5번에 이름을 올렸다.

유경희 유한콘크리트산업 대표도 여성 기업인으로 서울 도봉갑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서울대 가정관리학과(현 소비자아동학과), 법학과를 졸업한 유 후보는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가 운영하던 유한콘크리트산업을 2001년에 이어받았다. 건설 토목 자재가 주 품목이었던 이 회사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창립자인 유 후보의 아버지와 경영을 이어받았던 어머니가 잇따라 쓰러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법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을 준비 중이던 유 후보가 갑자기 회사를 맡아 경영에 나섰고 회사를 맡은 지 3년 만에 회사를 안정시켰다.

한편 공기업 전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후보로 나섰다. 대표적으로 허준영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서울 노원병 후보로 나섰다. 허 후보는 공기업 경영인이자 12대 경찰청장 출신이다. 허 후보는 이번 출마를 위해 지난해 말 2년 9개월 동안 몸담았던 코레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허 후보는 코레일에서 그동안 철도 선진화와 개혁을 추진해 왔으나 KTX의 잦은 사고와 철도노조와의 마찰로 어려움 겪기도 했다. 허 후보는 경북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12대 경찰청장을 지내다 2005년 말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 반대 시위 때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농민이 사망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1년 만에 물러났다.

같은 한국철도공사 출신으로 초대 부사장을 역임한 최연혜 후보(새누리당)는 대전 서구을에 도전했다. 서울대 인문대학 학사·석사를 거쳐 독일 만하임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최 후보는 국립철도대학 총장, 산업연구원(KIET) 부사장을 역임했다. 최 후보는 여성 기업인이자 경제 학계 출신 등 여러 개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대한석탄공사 사장 출신인 두 후보도 이목을 끈다. 류승규(태백시 영월군·평창군·정선군, 자유선진당), 이강후(강원 원주을, 새누리) 후보가 주인공이다. 류 후보는 정치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고 13, 14대 태백시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공사 후배인 이 후보는 22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상공부·무역위원회·중소기업청 등을 거쳐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올랐고 올해 1월에 물러났다. 그리고 전용학(충남 천안갑, 새누리)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박대동(울산 북구, 새누리)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채익(울산 남구갑, 새누리) 울산항만공사 사장 등도 공기업 경영자 출신 후보다.



중소기업 대표 출신도 대거 출마

2008년 총선 때 전북 전주 완산을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했던 이스타항공의 이상직 회장이 이번에는 공천에 성공했다. 동국대·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후보는 현대증권 펀드매니저로 사회에 진출해 케이아이씨 대표, 총괄회장을 거쳐 2007년 이스타항공 회장에 올랐다. 10년의 샐러리맨, 중소기업 CEO를 거친 이 후보는 중소기업인을 대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인사로 이번 공천에 30여 명이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후보 외에 이현재(경기 하남, 새누리당) 전 중소기업청장,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등 공천을 거머쥔 몇 명을 빼고는 많은 수가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중소기업 경영인으로서 후보에 오른 이를 살펴보면 소병훈(경기 광주, 민주당) 도서출판 산하 대표, 김영태(경북 상주시, 민주당) 토리식품 총괄사장, 김용섭(서울 관악구갑, 자유선진당) 해일문화사 대표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총선 때 기업인 출신으로 기세를 몰아 당선됐던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재선에 도전했다. 현 18대 국회의원인 원혜영 풀무원식품 창업자와 김호연 전 빙그레 대표이사 회장, 박상은 전 대한제당 사장이 각각 경기 부천시 오정구, 충남 천안시을, 인천 중구·동구·옹진군의 후보로 공천받았다. 그리고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고희선 농우바이오 대표도 새누리당의 공천을 마쳤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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