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는 점포 탐구] 재미와 이벤트로 무장한 주점

헤이판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창업 업계에는 그늘이 드리우면 어김없이 ‘복고’나 ‘초저가’가 화두로 떠오른다. 얼어붙은 지갑을 열 뾰족한 방도가 없으니 지겨워도 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즘에도 옛 향수를 자극하지도, 저가를 내세워 박리다매로 고객을 호객하지도 않고 오로지 ‘재미’로 정면 승부를 거는 주점도 있다.

‘헤이판’은 퓨전 요리 주점이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터치 스크린이라는 최신 설비를 통해 각종 이벤트와 테이블별 부킹까지 결합해 젊은 고객들의 재미와 감성을 만족시키는 오감 만족 프랜차이즈 주점을 시도하고 있다.



종업원? 터치로 메뉴부터 모든 주문이 OK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사는 것은 비단 젊은이들뿐일까. 이제는 컴퓨터에 휴대전화, 내비게이션까지 거의 모든 전자 기기들이 손쉬운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이 일반화돼 있다. 주점 ‘헤이판’은 이에 착안, 모든 테이블의 한쪽 벽면에 큼직한 스크린 판을 부착했다.

고객들은 앉아서 벨을 눌러 종업원 얼굴을 보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설치된 스크린을 터치함으로써 메뉴 사진과 설명도 상세히 볼 수 있고 술과 요리까지 터치 하나로 끝낼 수 있다. 심지어 물컵·재떨이·기본안주 등 필요한 것들도 전부 스크린 메뉴에서 터치만으로 갖다 주니 그야말로 “소리 없이 정확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중·장년 고객층의 음주가 술과 음식에 중심을 둔다면, 젊은 신세대 고객들은 그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그리고 게임을 통해 음주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에 착안했다는 ‘헤이판’. 점포의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게임과 이벤트를 고려했기에 고객들은 “첫 방문은 신기해서, 다음엔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러” 재방문하고 있다.

테이블별 스크린은 주문할 때만 쓰는 것은 아니다. 운세나 룰렛 등의 재미를 위한 콘텐츠는 테이블에 같이 온 사람들끼리 술값 내기 등을 하는 데 쓰인다. 이 밖에 스크린을 통해 테이블과 카운터가 실시간 연결돼 있는 장점은 소통을 통한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간단하게는 홀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실시간 신청곡으로 구성할 수 있어 테이블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실시간으로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카운터에서는 각종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하는데, 요리 하나를 걸고 게임을 하거나 메뉴나 술을 경매에 부쳐 정가보다 싸게 낙찰받는 식이다. 공짜 메뉴에 혹해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오히려 술이나 메뉴를 생각보다 더 주문하게 되기도 하니 가게도 손님도 재미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가장 큰 콘텐츠는 뭐니 뭐니 해도 점포의 개입 없이 각 테이블끼리 소통이 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화상 부킹’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메뉴를 스크린에서 터치하면 현재 점포 내의 각 테이블끼리 실시간 화상으로 연결된다. 동성끼리 온 테이블은 자연스레 미팅도 가능하니 젊은 손님들은 이를 목적으로 가게를 다시 찾기도 한다. 점주로서는 퍼주는 것 없이도 손님들끼리의 소통만으로도 즐거움을 만들 수 있으니 이만한 이벤트가 없다.

아직 성공이라고 부르기엔 이르지만 주점 업계의 치열함 속에서도 제 살 깎기의 가격 경쟁이 아닌 ‘콘텐츠’를 갖추는 노력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정공법이 빛난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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