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손’ 외국인 투자자] 재정 위기 ‘직격탄’…증시 영향력 줄어

입체 분석-서유럽계

2012년 1월 말 기준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을 380조8000억 원어치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서유럽계 자금은 전체 외국인 비중의 10.4%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말 서유럽계 자금의 비중이 11.8%였던 점을 감안하면 서유럽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가장 큰 이슈는 유로 존 재정 위기였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로 존 주요 국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유로 존 재정 위기는 최근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2012년 유로 존 경기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유로 존 재정 위기는 유럽 펀드 자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1년 유로 존 재정 위기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로 존 주요 국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펀드 자산 규모가 전년 대비 3990억 유로 감소한 7조7430억 유로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3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식 등 글로벌 위험 자산이 50% 이상 급락했고 은행 간에도 서로 대출을 꺼리는 신용 경색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유럽 펀드에도 나타났다. 2008년 유럽 펀드의 비중을 보면 주식형 펀드는 11% 감소했고 현금성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는 9% 증가했다. 이는 신용 경색에 따른 투자자들의 현금성 자산 확보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1년 유로 존 재정 위기에 나타난 현상은 2008년과 분명 달랐다. 주식형 펀드 비중이 37%에서 33%로 줄었고 현금성 자산인 MMF 역시 1% 줄었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24%에서 27%로 늘었다. 이런 모습은 유럽 펀드의 장기적인 자산 배분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신용 경색에 따른 일시적인 자산의 이동이었다면 2011년 채권형 펀드의 비중 확대는 추세적이기 때문이다. 향후 유로 존 재정 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펀드 투자자들의 높아진 안전 자산 선호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 커지는 중

2005년 이후 유럽 펀드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5년 40.8%를 차지한 개인 비중은 금융 위기 등으로 2010년 9.8% 감소한 31%를 차지했다. 반면 보험과 연금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24.7%를 차지한 비중이 2010년 32.3%를 차지했다. 이는 보험과 연금의 투자 성향이 유럽 펀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들 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전체 펀드 시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보험과 연금의 투자 성향은 위험 회피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움직인다.

특징적인 것은 유럽연합(EU)의 개인 금융자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EU 개인 금융자산은 15조9880억 유로로 2007년 금융 위기 이전 수준보다 6%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펀드에서 개인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개인의 자산 배분 때문이다. 2005년 12% 수준이었던 유럽 개인의 펀드 비중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9%에 머물러 있다. 반면 현금성 자산과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은 늘어났다. 이는 금융 위기 이후 높아진 가계의 안전 자산 선호도 때문이다.

2011년 5월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신청 이후 유럽 펀드 자금은 지속적으로 유출됐다. 유로 존 위기가 정점을 치닫던 9월에는 436억 유로가 유출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2009년 이후 유럽 전체 펀드의 자금 동향을 살펴보면 유로 존 재정 위기에 따라 자금의 유출입이 결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유로 존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모습이 있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유럽 펀드 자금의 유입은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징적인 부문은 주식형 펀드다. 2011년 11월 이후 전체 펀드의 자금이 순유입으로 전환했고 채권형 펀드 자금도 12월에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는 여전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핵심은 주식형 펀드의 비중 감소가 추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펀드 투자자의 높아진 위험 회피 성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6년 전체 펀드의 41%를 차지했던 주식형 펀드 비중은 2011년 현재 33%로 8% 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채권형 펀드 비중은 2006년 23%에서 2011년 27%로 4% 포인트 증가했다. 2012년 유로 존 재정 위기가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식형 펀드 비중의 감소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금융 위기는 분명 유럽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재정 위기국인 그리스는 물론이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 존 주요 국가의 펀드 자산도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2009년 이후 글로벌 공조로 신용 경색 상황이 완화되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펀드 자산은 증가했다. 물론 재정 위기 당시 국가의 펀드 자산은 감소했다.
<YONHAP PHOTO-0012>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L) and French President Nicolas Sarkozy (R) give a press conference after a working lunch at the Elysee palace on December 05, 2011 in Paris. "Germany and France are in complete agreement to say that eurobonds are in no case a solution to the crisis, in no case," Sarkozy said after meeting Merkel. AFP PHOTO ERIC FEFERBERG /2011-12-06 00:29:15/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하지만 2011년 3분기 유로 존 재정 위기가 심화되면서 독일과 프랑스의 펀드 자산도 감소했다. 유로 존 경제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2012년에도 재정 위기 국가의 펀드 자산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향후 독일과 프랑스의 펀드 자산 역시 급격히 늘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정리하면 2005년 이후 유럽 펀드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보험과 연금의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보험과 연금의 투자 성향이 위험 회피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보다 채권에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서유럽계 자금은 특히 유로 존 재정 위기와 신용 경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1년 하반기 유로 존 재정 위기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 존 주요국에 영향을 미치며 서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심화됐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 효과로 신용 경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유로 존의 불확실성은 시장의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 2012년에는 유로 존 재정 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유로 존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유럽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준 SK증권 애널리스트 Sello-cc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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