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직원 기 살려야 실적 좋아진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LG전자는 국내 전자·가전 업계의 맏형이다. ‘전자’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1958년 창립돼 1959년 최초의 국산 라디오를 생산해 낸 ‘금성사’가 현재 LG전자의 전신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1등 기업이 된 삼성전자에 비해 10년이나 일찍 시작했지만 지금은 만년 2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특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스마트폰 사업의 실기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고 급기야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등의 우여곡절까지 겪었다.

올해 주식시장이 개장된 이후 지난 3월 9일까지 LG전자의 수익률은 21.8%를 기록했다. 업종의 대장주는 여전히 삼성전자이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16.3%에 머물렀다. 시장에선 LG전자의 반격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옵티머스 시리즈를 통해 저력을 확인했고 3D TV와 냉장고 등 가전 부문에서는 여전히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독한 LG’와 ‘1등 LG’를 구호로 내걸며 소방수로 투입된 이는 구본준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 부임 이후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매출 13조8143억 원, 영업이익 231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긴 적자 터널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YONHAP PHOTO-0586> LG전자 구본준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LG전자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 2011.1.9 photo@yna.co.kr/2011-01-09 14:36:4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위기에도 임금 인상률 업계 최고

최근 LG전자의 부활은 구 부회장 특유의 ‘통큰 경영’의 산물이다. ‘직원들의 기를 살려줘야 실적이 좋아지고 인재가 모일 것’이라는 게 구 부회장의 평소 신조다. LG전자는 최근 타결한 노사 임금 협상에서 2012년 임금을 연봉 총액 기준으로 평균 6%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임금 인상률이 6%를 넘은 것은 2006년(6.2%) 이후 처음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4% 인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LG전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이후 보상 차원에서 이뤄진 2010년 5.2% 인상 후부터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사상 최대의 위기에 최고경영자로 돌아온 구 부회장은 그해 임금 협상안에 ‘5.7% 인상’이라는 깜짝 카드를 내놓았다.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3.4%나 급감한 시기에 나온 결정이었다.

올해 역시 예상 밖의 인상률로 화제를 모은 구 부회장은 “독하게 일한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도 충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 부회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불식시켰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됐던 4개 사업부서 중 3개 부서 수장을 그대로 유임한 것. 취임 이후 직원들의 마음과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구 부회장의 노력이 나타난 대목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