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손’ 외국인 투자자] 美 ‘뮤추얼 펀드’가 핵심…안정 지향적

입체 분석-영미계

올 들어 1월 한 달간 국내 증시 투자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은 총 20일의 거래일 동안 16거래일에 걸쳐 순매수에 나섰다. 1월에만 6조2000억 원, 2월 4조2000억 원 등 강력한 매수세로 돌아서며 지수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3월 5~9일간 1조 원어치 넘게 순매도하며 11주 만에 처음으로 매도세로 돌아섰지만 장기적인 전망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다. 지난해 12월 21일 시행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 등을 계기로 커진 유동성이 한국을 위시한 이머징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3차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하며 한국 증시도 조심스레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결정적인 키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바로 외국인들인데, 이들 외국인 투자자의 핵심이 바로 영미계 자금이다.


국내 증시 향방 가르는 핵심 변수

2012년 말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 380조8000억 원어치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각각 153조1000억 원어치, 41조 원어치를 보유해 전체 외국인 투자 비중의 55.1%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권역인 중동 및 아시아(14.7%), 서유럽(10.4%), 조세 회피 지역(8.1%) 등과 비교해 보면 영미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영미계 자금의 유출입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

영미계 자금의 특징을 뜯어보려면 먼저 ‘뮤추얼 펀드’부터 짚어봐야 한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뮤추얼 펀드 시장이다. 지난해 전 세계 뮤추얼 펀드 자산 24조7000억 달러 중 미국의 뮤추얼 펀드 규모는 11조8000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뮤추얼 펀드 시장의 48%를 미국 자금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 주체 역시 뮤추얼 펀드, 특히 미국계 뮤추얼 펀드다. 미국의 뮤추얼 펀드를 살펴보면 45세 이상의 고령 투자자 비중이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은퇴 연령인 55세 이상의 비중이 39%를 차지하고 은퇴 준비 기간인 45~54세 가입자의 비중이 21%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투자 성향도 안정적인 방향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 미국 뮤추얼 펀드의 특징 역시 위험을 회피하는 보수적 투자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뮤추얼 펀드는 일반 펀드와 달리 투자와 동시에 주주가 된다. 내가 투자한 돈이 어떤 종목에 투자되는지 파악하기가 번거로운 일반 펀드와 달리 운용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의결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뮤추얼 펀드의 특징 자체가 보수적인 투자 성향과 잘 들어맞는다는 분석이다.

미국 뮤추얼 펀드의 또 다른 특징은 고소득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뮤추얼 펀드 투자자의 가구별 소득 비중을 살펴보면 1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이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자료에 따르면 가구 소득이 연 5만 달러인 이하인 가구는 평균 1만 달러의 저축과 투자하고 있고 가구 소득 5만 달러 이상인 가구는 20만 달러 이상의 저축과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가구의 소득 규모가 미국 뮤추얼 펀드의 자금 흐름에 주요한 변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자는 현재 고용 사정이 안정적이고 여유 자금이 충분한 경우가 많다. 결국 뮤추얼 펀드의 자금 흐름을 이해하면 고용지표 등 현재의 경기보다 향후 전망을 이해하고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ICI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 전의 미국 내 뮤추얼 펀드 선호도는 73%에 달했다. 리먼브러더스발 폭풍이 몰아치며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자 2009년에는 64%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 2010년 67%, 2011년 68%를 기록하며 미국 투자자들의 뮤추얼 펀드 선호도가 회복되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붙은 금융 위기는 금융상품 투자자들의 성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미국 내 뮤추얼 펀드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2008년 7%에 불과했던 안정형 펀드의 투자 비중은 2011년 13%를 기록하며 6%나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보다 채권형 펀드에 자금 유입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YONHAP PHOTO-2194> A large American flag draped across the front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August 5, 2011. The Dow Jones Industrial Average fell 0.2 percent to 11,365.90 in morning trading on Friday, as US stocks gave up early gains over a better-than-expected US employment report. AFP PHOTO/Stan HONDA /2011-08-05 23:45:00/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역외 펀드 선호도 증가 추세

리스크를 회피하는 안전 지향형 투자 패턴은 오히려 역외 펀드의 선호도를 높이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등 선진국 경기가 좀처럼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경기는 급속히 경쟁력을 확보하며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는 그리스 디폴트 위험 등 유로 존의 재정 위기가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경기의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재정 긴축을 펼치고 있는 선진국 경기는 이머징 시장의 경기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머징 국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과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책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도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 올린 이후 9개월째 3.25%로 동결하고 있다. 일각에선 인상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인하 카드를 쓸 수 있는 여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 자체가 성장 기조 유지와 맞물려 있다는 판단이다.

역외 펀드는 역내 펀드보다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선진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고 이머징 시장이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내 펀드보다 리스크가 높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확률 높은 기대 수익이 예상되면서 역외 펀드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성장률 차이는 미국 뮤추얼 펀드 투자자들의 역외 펀드 선호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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