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外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야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진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은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줬다. ‘1% 부자’를 향한 시위대의 분노가 월스트리트 한복판에 울려퍼지는 모습은 기이하다 못해 초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예일대와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교수인 저자들은 진범을 가리기 위해 숨은 단서를 찾는 수사관을 자처하며 이 미스터리를 파고든다.

2001~2006년 미국의 상위 1%가 올린 소득이 전체의 53%를 넘어섰다. 이 5년 동안 미국인이 1달러씩 벌어들일 때마다 그중 50센트가 넘는 돈이 상위 1% 즉, 100가구 중 1가구에 해당되는 부유층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상위 1% 중에서도 최상위층에 해당되는 0.1%의 전체 세후 소득 비율이 1979년부터 2005년 사이에 2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 하층부를 이루는 60%의 가구에 돌아간 소득은 13.5%에 불과했다. 지난 20년 사이 미국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양분됐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른바 ‘승자 독식 경제’다.

승자 독식은 미국 경제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하고 뚜렷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후반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공동 번영을 누리던 민주주의 부국 가운데 하나였다. 도대체 지난 3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전후 세대의 공동 번영은 경쟁이 심하지 않은 단순 기술 경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첨단 기술과 세계화가 세계를 평평하게 만들었고 극심한 무한 경쟁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양극화는 불가항력이라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이야기는 정치로 넘어간다. 저자들은 지난 30년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추적하면서 미국 정치의 어두운 범죄를 뒤쫓는다. 이들은 거대 금융자본과 정치의 밀월을 승자 독식 경제의 진범으로 지목한다. 미국 정치권력은 거대 금융자본과 결탁해 최상위 부유층에 유리한 경제 시스템을 교묘하게 구축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도 어렵지 않게 나온다. 바로 중산층 민주주의의 부활이다. 선거를 앞둔 우리로서도 곰곰이 되씹어 볼만한 내용들이다.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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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의 독서 노트
웃음에 들어 있는 의미를 찾아서

‘일소일소 일로일로’, ‘소문만복래’, ‘웃으면 복이와요’ 등의 문장에는 웃음의 긍정적인 영향이 들어 있다. 집 식구 중에 한 명이 인상을 쓰고 있으면 집 전체의 분위기도 우울해진다. 반면 한 사람이 웃으면 상황은 밝아진다. 이처럼 웃음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가져다준다.

한국의 요즘은 정치의 계절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나 대통령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항상 웃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부드럽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행동이다. 당연히 이는 진정한 웃음이 아니다. 이렇듯 웃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정말 기뻐서 웃는 뒤센(Duchenne) 웃음도 있지만 쓴웃음이나 의도적인 웃음도 있다. 사기꾼도 웃는다.

이는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다. 사기꾼을 영어로 ‘컨피던스 아티스트(confidence artist)’ 혹은 ‘컨피던스 맨(confidence man)’, 즉 ‘신뢰 예술가’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사기꾼의 웃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본심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웃음에 일단 의심부터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목이 ‘립 서비스(Lip Service)’인 것 같다. 한마디로 웃음에 속지 말라는 얘기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항상 웃어야 한다. 그들 스스로 기분이 좋을 때 웃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마음속에 걱정거리가 있는 상태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처럼 자신의 기분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을 상대로 웃어야 하는 일을 사회과학자들은 감정 노동이라고 부른다. 감정 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회사가 원하는 감정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다. 오랫동안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냉소적이 되고 불면증으로 고생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기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하니 웃음이 결코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여자들의 기본적인 표정은 웃음이고 남자들의 기본적인 표정은 무표정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여자가 남자보다 많이 웃는다는 말인데, 이는 과학적으로 상당한 이유가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을수록 웃는 것을 싫어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런 남자들은 사진사가 사진을 찍을 때 웃으라고 요구해도 활짝 웃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인 마리안 라프랑스는 현재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무엇이 우리를 웃게 만드는지, 우리가 웃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심리학·의학·인류학·생물학·뇌과학·컴퓨터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빼곡히 담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웃음 백과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말 웃음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웃음의 심리학
마리안 라프랑스 지음┃윤영삼 옮김┃386쪽┃중앙북스┃1만5000원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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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
김재범 외 지음┃312쪽┃지식공간┃1만5000원

국내 융합 전문가들이 스티브 잡스가 던진 화두를 새롭게 조명하고 ‘포스트 잡스 시대’의 길을 묻는다. 저자들은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게 배워야 할 것은 ‘방법’이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한다. 잡스가 마음속에 간직하던 그림이 무엇이지, 어디를 보면서 걷고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경험(UX) 분야 권위자인 조광수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스티브 잡스는 죽었지만 그는 이미 넘어야 할 산이며 배워야 할 멘토라고 말한다.



이유 없는 두려움
댄 가드너 지음┃김고명 옮김┃516쪽┃지식갤러리┃1만8000원

현대인을 지배하는 정체 모를 두려움의 정체를 폭로한다. 왜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두려움의 문화 속에서 떨고 있을까. 9·11 테러 이후 1년 동안 사람들이 테러의 위험을 피해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이용한 직접적인 결과로 1595명이 사망했다. 근거 없는 두려움이 더 큰 피해를 부른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위험 인식 이면에 있는 심리를 분석해 비합리적인 두려움이 어떻게 정치인과 기업, 사회 활동가,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지 밝혀낸다.




내 일을 부탁해
함께일하는재단 지음┃292쪽┃청어람미디어┃1만3800원

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참신한 직업들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나만의 일을 가리킨다.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영화감독 장항준, 쌈지농부 천호균, 제너럴닥터 김승범 등 15명의 ‘내 일’ 멘토는 뻔하고 흔한 경쟁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좌절과 실패를 거듭하며 내 일을 찾아낸 그들의 이야기는 나만의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할 수 있는 힌트를 제시한다.



중년 수업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장은주 옮김┃248쪽┃위즈덤하우스┃1만3800원

인생 대선배의 중년 예찬론이다. 올해 77세인 저자는 중년 이후의 삶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재미있는 인생은 이제부터”라고 충고한다. 중년 이후에 대한 불안감들은 쓸데없이 간섭하기 좋아하는 조언꾼들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다. 이제는 정년퇴직해도 그동안 30~40년 일해 온 시간과 정년 후 80세까지의 자유 시간이 거의 맞먹는다. 이 긴 시간 속에서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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