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매력도 높여 정품 구매 유도할 것”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

소프트웨어 강국 코리아 릴레이 인터뷰 11

한글과컴퓨터가 확 달라졌다. 지난 1년 동안의 극적인 변화다. 2011년 연말 실적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21%, 영업이익은 80%, 순이익(법인세 차감 전)은 235%가 늘었다. ‘아래아 한글’로 불리는 ‘한글’ 워드 프로세서를 비롯한 한컴오피스의 성능이 강화되면서 국내외 매출이 늘었고 무엇보다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씽크프리 모바일’과 ‘씽크프리 클라우드’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질적으로도 변화됐다. 주인이 수차례 바뀌며 배임·횡령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달고 살던 과거도 안녕이다. 2010년 말 안정적인 대주주(소프트포럼)를 맞은 이후 개발 능력과 영업 능력이 살아났다. 실적에 부응하듯 지난해 2월 말 4740원이던 주가는 올해 2월 말 1만5550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2010년 12월 취임 이후 이런 극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굉장한 변화가 있었군요.

한글과컴퓨터 20년 역사 중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임 경영진에 대한 얘기라 조심스럽습니다만, 과거에는 제품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보다 회사 외부의 투자 활동에 주력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외부보다 회사 내부의 핵심 역량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컴오피스를 바탕으로 ▷모바일 오피스 ▷클라우드 오피스 ▷디지털 콘텐츠 사업으로 확대하는 방향입니다. 이런 전략의 장점은 최소의 자원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그렇습니까.

그간 성장 전략을 안에서 찾지 못하고 밖에서 찾다 보니 내부에서 개발하다가 중단된 프로젝트나 개발은 했는데 상용화하지 못한 제품들이 있더군요. 이를 찾아내 개발을 완료하거나 상용화하도록 했습니다. 보통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는 짧게는 1~3년, 길게는 3~5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미 개발이 진행된 것을 활용하면 개발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어떤 겁니까.

기존의 PC용 오피스 제품을 모바일용으로 만든 ‘씽크프리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스템을 적용한 ‘씽크프리 클라우드’입니다. 이게 2011년에 성과가 좋았던 이유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메타 OS’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겁니다. OS(Operation System)를 넘나드는 오피스(사무용 소프트웨어의 종합 세트, MS오피스가 대표적)를 만드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메타 OS는 어떤 겁니까.

예를 들어 MS오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Window) 시스템에서만 돌아갑니다. 그런데 씽크프리는 윈도·안드로이드(구글)·iOS(애플)의 모든 OS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현재 안드로이드에서 돌아가는 씽크프리 모바일을 이용하면 MS오피스 제품을 읽고 편집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클라우드 시스템까지 확장하면 어떤 OS, 어떤 환경에서도 오피스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한글(한글과컴퓨터의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은 같은 회사의 씽크프리에서 편집은 안 됩니까.

안드로이드는 자바(Java) 베이스, 한글워드는 C++ 베이스입니다. 이를 호환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올해 안에 메타 OS를 완성하면 한컴오피스를 안드로이드와 iOS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은 메타 OS에 소극적이겠군요.

타사 제품을 쓰는 고객을 위해 서비스를 지원하게 되는 셈인데, 적극적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OS를 만들지 않으니 굳이 OS에 얽매일 이유가 없습니다. 이게 우리의 장점입니다.

한글과컴퓨터의 국내 ‘오피스’ 점유율 20%가 세계 유일이라고 하는데,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제로(0)입니다. 자국 오피스 회사가 아예 없습니다. 일부 있더라도 오픈 소스 개념이지 상용화된 제품은 아닙니다. 또 워드 프로세서, 수식 편집기 등 일부 기능만 있습니다. 일본 회사는 ‘오피스’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 우리 ‘한쇼(프레젠테이션 제작 툴)’를 사 가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회사가 오피스 시장의 세계 2위 회사입니다. 현재 클라우드용 제품과 이북(e-book)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는데, 향후 오피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종합 소프트웨어 회사로 발돋움할 계획입니다.

큰 비전을 갖고 있군요.

20년 전 오라클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회사였습니다. 한글과컴퓨터도 20년 뒤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행히 제가 취임한 시기에 맞게 정보기술(IT) 환경이 모바일과 클라우드라는 큰 기회가 온 것이 회사의 부활과 잘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전에 왔더라면 저도 고전했을 겁니다. 오피스 시장은 이미 고착화된 시장이라 뚫고 들어가기 힘든 면이 있지만 모바일과 클라우드는 아직 기회가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충분히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제품인 한컴오피스를 보니 새로운 기능이 많이 늘어났네요.

기술 자체만으로는 타사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또 타사 제품에서는 우리 제품이 열리지 않지만 우리 제품에선 타사 제품을 보고 편집할 수 있습니다. 농협과 풀무원은 이미 한컴오피스를 기본 오피스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타사 대비 절반 이하입니다. 문서 호환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고생한 데는 불법 복제도 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국내 한글워드는 1200만 카피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실제 판매 수치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불법 복제가 없었다면 한글과컴퓨터가 과거에 매각 위기에 몰리는 일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저작권 보호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개인과 기업 시장을 나눠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개인 고객이 가격 부담 없이 정품을 살 수 있도록 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3만 원대의 저렴한 제품을 개인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구매 편의성도 높였지요. 이와 함께 오피스 불법 사용자에게도 보안 패치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파일이 옮겨 다니면서 악성코드 등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 쪽은 어떻습니까.

완전히 전량 무단으로 사용한다기보다 가격을 지불하되 100대를 쓰면서 30대 분량만 내는 식의 문제가 많은 편입니다. 기업 환경에 맞춘 다양한 판매 시스템과 교육 지원 등을 펼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와 공조해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저작권 보호 활동을 적극 펴고 있습니다만,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우선이기에 캠페인과 교육 지원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제품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구매해서 쓸 만하다’는 인식을 끌어 올려야겠지요. 한국의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세계시장의 2%도 되지 않는데, 해외시장에서의 점유율을 5%만 키워도 매출의 단위가 달라질 겁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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