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중국 경제 밑그림 나왔다, 성장률 7.5%…‘물가 억제·부동산 긴축’

올해 중국 경제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큰 밑그림이 나왔다. 지난 3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행한 정부 업무 보고에서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제시, 2005년부터 7년간 고수해 온 바오바(保八·성장률 8% 이상 유지) 정책을 버렸다.

일각에선 중국의 성장률이 1% 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은 0.13% 포인트 둔화될 것이라며 중국발 경기 둔화를 우려한다. 하지만 리다오쿠이(李稻葵)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성장률 목표를 7.5%로 낮춘 것은 결코 경착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올해 중국 경제는 분명히 8%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경제는 지난해에도 9.2% 성장하는 등 늘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성장률 목표치를 예년보다 낮춰 잡은 것은 경제 발전 방식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의 경제 발전 방식 전환은 한국 기업에 리스크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역시 정부 업무 보고에 그 단서가 있다.

발전 방식 전환 서두른다

원 총리가 제시한 거시경제 운용 방향은 성장 속도를 다소 줄이면서도 물가 반등을 억제하고 부동산 긴축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 억제 목표치는 작년과 같은 4%로 정했다. 작년 실제 물가상승률이 5.4%로 억제 목표치를 크게 웃돈데 대해 장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자아비판을 한다고 언급할 만큼 물가 억제에 대한 의지가 단호하다. 특히 헛소문을 퍼뜨리고 사재기를 통해 가격을 조작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긴축 완화설도 일축했다. 원 총리는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보완해 집값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 부동산 긴축 완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높아져온 부동산 긴축 완화 기대감을 꺾은 것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이뤄진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 따른 난개발의 후유증으로 불거진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에 대해선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지방정부가 불법으로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성장 속도를 다소 늦추기로 한 것은 물론 미국과 유럽 위기가 아직도 터널 끝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때문도 있지만 장기적인 발전 체제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 발전 방식 전환을 서둘러 발전의 질과 효율을 높이는 데 더욱 주력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으로, 더 좋은 질의 발전을 이룰 것이다.”(원 총리) 특히 “환경과 인민의 건강을 희생하는 것에 기댄 경제성장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 총리의 발언은 개혁·개방 30년간 고성장을 이룬 발전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의 산하 연구 기관 등에서는 이미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졌을 때를 상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경제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원 총리는 거시 정책과 관련, 지난해와 같이 적극적 재정 정책과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재정 적자 규모를 지난해의 5190억 위안보다 54% 늘어난 8000억 위안(GDP의 1.5%)으로 잡았다.

변화엔 리스크와 기회가 공존

중국의 발전 방식 전환은 외국 기업에 리스크와 기회를 함께 던져준다. 성장 동력의 무게중심을 투자와 무역 위주에서 소비로 다원화하는 게 발전 방식 전환의 핵심 내용이다. 올해 투자와 무역 증가율 목표치는 각각 16%와 10%로 지난해 실적에 비해 각각 7.6% 포인트, 12.5% 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소비 증가율 목표치는 지난해 실적(17.1%)에 비해 3.1% 포인트 하락한 14%로 설정했다. 상대적으로 소비 증가세의 둔화 폭이 작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에선 과잉생산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원 총리는 생산 증가 억제, 재고 조정, 인수·합병 유도의 대상으로 자동차 철강 조선 시멘트를 직접 거론했다. 덩치를 키워 규모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구상이다. 철강과 조선처럼 한국의 캐시카우형 업종과 경쟁하는 부문에 미칠 영향력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맹목적인 확장을 억제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들 신에너지 분야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이 신에너지 산업의 과잉공급 문제를 거론한 게 처음은 아니어서 실제 구조조정 진척을 지켜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첨단 장비 제조, 바이오, 신에너지 자동차 등 7대 전략적 신흥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철도·금융·에너지·통신·교육·의료 등의 부문에 민간 자본의 유입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혀 국유 기업이 독점적으로 고수익을 누려온 영역에 경쟁 체제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중국 정부는 또 도시의 하수 처리 및 쓰레기 처리에 중앙정부 예산으로만 145억 위안을 쏟아 붓기로 하는 등 친환경 투자에 대해선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다. 도로와 주차장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소비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능력을 키우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조정(세율 인상)이나 임금생활자의 급여가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속 높여가기로 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부유층을 겨냥한 명품 소비 시장 공략도 중요하지만 임금 인상 등으로 소비력을 키운 신중산층을 노린 소비 시장 공략도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 총리가 정부 업무 보고에서 육성 대상으로 꼽은 소비 시장은 문화·여행·헬스·양로·의료·보건 등 서비스 업종이 주를 이룬다. 유급휴가 제도까지 언급하면서 여가 시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문화산업을 국가 지주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지난해 당 대회 확정 내용도 되풀이해 강조했다. 녹색 소비 시장도 외국 기업들에 큰 기회를 안겨다 줄 영역으로 꼽힌다. 원 총리는 친환경 건자재, 절수형 위생 설비,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와 같은 녹색 소비 시장도 키우겠다고 말했다.

위안화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도 중국 소비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상하 0.5%인 달러 기준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이 0.75%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리다오쿠이 위원)이 나온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