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골프의 ‘밟는 재미’ 그대로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폭스바겐 티구안(Tiguan)이 2세대로 오면서 상위급인 투아렉(Touareg)을 빼닮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조합엔 폭스바겐의 패밀리 룩이 적용됐고 리어램프는 투아렉과 비슷하다. 다만 후륜구동 베이스인 투아렉이 전면 오버행(타이어 중심에서 범퍼 끝까지의 거리)을 극소화하고 리어 숄더(뒷바퀴 윗부분에서 좌우로 돌출된 부분)를 강조하면서 균형미를 이룬 것과 달리 티구안은 전륜구동 베이스로 전면 오버행이 길고 리어 숄더가 강조되지 않은 한계는 있다. 옆모습이나 뒷모습이 투아렉처럼 ‘참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실내는 폭스바겐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간결함이 묻어난다. 1세대 티구안에 적용된 올인원 AV 시스템의 불편함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 대시보드는 골프(Golf)처럼 말랑말랑한 재질로 덮여 있다. 다만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어서 그런지 엔진 소음이 거슬리지는 않지만 골프에 비해 선명하게 들리는 편이다.

3790만 원, 수입차 장벽 낮췄다

엔진과 변속기의 파워트레인은 골프와 똑같다. 폭스바겐의 2.0리터 TDI(디젤) 엔진과 7단 DSG(더블 클러치 적용 자동 변속기)의 궁합은 골프의 재미난 손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10.2초로 다소 더디지만 운전 중 가속 능력은 탁월하다. DSG의 매끄러운 변속으로 가속페달 조작과 동시에 즉각적인 가속이 이뤄져 ‘밟는 맛’이 느껴진다. 게다가 티구안은 사륜구동이다. 골프를 사륜구동으로 만들면 어떨지 궁금하다면 티구안이 답이다. 지상고가 높은 한계는 있지만 급커브에서도 후미를 안정적으로 잡아줘 흔들림이 덜하다.

폭스바겐의 고연비 시스템인 블루모션 테크놀로지는 여전히 놀라운 연비를 보여준다. 골프 1.6 블루모션은 서울~광주를 왕복(600km)하고도 절반 이상의 연료가 남아 놀라움을 준 적이 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엔진이 정지하는 ‘스타트-스톱 시스템’과 엔진이 저회전일 때만 발전기를 돌리는 ‘에너지 회생 시스템’ 덕분이다. 티구안은 2.0리터로 골프 1.6만큼의 연비는 아니지만 400km를 주행한 뒤에도 여전히 절반 이상의 연료가 남아 있었다. 티구안의 연료탱크 용량은 63리터다.

다만 골프와 제타 블루모션은 스타트-스톱 시스템이 강제적인 것이었으나 티구안은 스타트-스톱 기능을 필요에 따라 끌 수도 있다. 에너지 회생 시스템은 가속 때 제너레이터(발전기)를 돌리지 않고 가속페달을 뗄 때만 발전기를 충전한다.

블루모션 테크놀로지 외에도 ‘코스팅 기능(coasting mode)’은 고속 주행에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이 거의 없다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량 스스로 기어를 중립에 놓아 기계적 구름마찰(rolling friction: 기어가 맞물리며 돌아갈 때의 마찰)을 없애 관성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늘려주는 기능이다.

국산차에는 현대차 i40와 르노삼성 QM5에만 있는 올 글라스 루프(유리 지붕)가 티구안에 달려 있어 뒷좌석 개방감이 뛰어나다. 조수석의 시트 위치와 각도 조절은 수동이다. 이런 비용 절감을 통해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은 4450만 원, 올해 나온 컴포트 모델은 3790만 원이다. 수입차 치곤 ‘착한’ 가격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