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숨겨진 ‘알짜 배당 부자’는 누구?…실적 탄탄한 B2B 기업 오너 ‘대부분’

이건희 삼선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등…. 대기업의 오너들은 연말에 두둑한 보너스를 받는다. 바로 주식 배당금이다. 실제로 작년 말 이건희 회장은 295억9000만 원, 정몽구 회장은 456억3000만 원, 구본무 회장은 191억 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이 지난 3월 6일 현금 배당을 결의한 726개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2011 회계연도 배당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1억 원 이상의 배당금 수령자는 956명이었다. 이 중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11명을 포함해 10억 원이 넘는 고액 배당금을 지급받은 배당 부자는 189명이었다.

사실 10억 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받은 배당 부자 대부분은 삼성·현대차·LG·롯데 등 재벌 그룹사의 오너이거나 오너 일가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에게는 못 미치지만 제법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부자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설립한 중견기업의 오너들로, 이들이 이끄는 기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탄탄한 실적을 내는 B2B 중심 기업이 대다수다.

이채윤 리노공업 대표이사는 아마도 그 대표 격일 것이다. 이 대표는 29억3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리노공업은 반도체나 인쇄회로기판(PCB)의 불량 여부를 테스트하는 프로브 핀과 소켓을 만드는 회사다. 국내에서는 이 프로브 핀보다 ‘리노핀’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사용된다. 마치 사륜구동 자동차를 ‘지프’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내 생산 업체 중 리노공업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8년 설립된 리노공업은 설립 초기 일본의 전자 제품 회사들에 카메라 케이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용 부품 등을 납품했다. 이후 1980년대 PCB 검사 장비를 개발해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 검사용 소켓의 국산화를 이뤄 삼성전자 하이닉스등에 납품하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리노공업은 2012년 12월 기준 565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220억2000만 원에 이르는 알짜 기업이 됐다. 미국·일본·중국·대만 등에도 수출하며 수출 비중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채윤 대표가 거액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회사의 지분 40.57%를 가진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를 통해 1978년 리노공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이 대표를 1대 주주, 알라안츠글로벌인베스터(10.3%)·국민연금공단(6.02%)·한화자산운용(5.07%) 등 쟁쟁한 기관투자가들이 2, 3, 4대 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이채윤 대표·김정식 회장 등 20억 이상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또한 24억4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아 배당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1972년 설립된 대덕전자는 산업용 PCB를 생산하는 회사다. 김 회장은 이 회사의 창업주로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한 뒤 공군 통신장교 복무 경험을 살려 무선통신 기기 제조회사를 만들었지만 불량 PCB로 인해 제품을 망치게 된 뒤 전자산업의 기초인 PCB 개발에 몰두하기 위해 이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PCB 업체 중 휴대전화 관련 매출 비중이 83.1%로 높아 스마트폰 성장의 수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하이닉스·시스코 등이다.

대덕전자의 2011년 매출액은 6488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김 회장 외 특수관계인 4명의 지분율은 20.28%다. 또 2, 3대 주주로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9.45%)·국민연금공단(9.32%)이 참여하고 있다.

이채윤 대표와 김정식 회장이 역사 깊은 제조업 회사를 이끄는 CEO라면 허용석 정상제이엘에스 교육연구원장은 ‘서비스 기업’을 설립해 배당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게 주목된다. 정상제이엘에스는 어학원 등 오프라인 학원 운영과 온라인 콘텐츠 교육 서비스, 교재 출판 및 유통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다.

정상제이엘에스는 1986년 허용석 원장이 ‘실용영어’를 가르치겠다며 대치동에 만든 ‘정상어학원’이 시작이다. 2001년에는 20대에 영어 학원을 같이 다니며 지기(知己)가 된 박상하 대표가 경영을 맡고 2007년 코스닥에 들어와 상장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이 회사는 2007년 코스닥 상장사인 우리별텔레콤을 흡수 합병하면서 지금의 이름인 정상제이엘에스로 이름을 바꿨다. 작년 매출 859억 원, 영업이익 147억 원을 기록했다.

허 원장은 2월 27일 기준 이 회사의 지분을 34.32%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다. 지난 2월 27일 주당 400원씩 60억3826만 원 상당을 현금 배당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허 원장은 21억8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서비스업에선 허용석 원장, 배당금 두둑

이화일 조선내화 회장과 이인옥 조선내화 부회장 역시 20억 원이 넘는 배당을 받았다. 각각 20억9000만 원, 21억1000만 원씩이다. 조선내화는 2010년 작고한 이훈동 명예회장이 광복 후 1947년 창립된 조선내화화학공업에 상무로 경영에 참여했다가 1953년 37세의 나이로 조선내화 대표이사에 취임해 30여 년 넘게 이끌어 왔다. 이화일 회장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고 있으며 이인옥 부회장은 이화일 회장의 장남이다.

조선내화는 회사 이름처럼 각종 내화물, 즉 특수 알루미나질 벽돌, 고알루미나질 벽돌, 캐스팅 블록, 캐스터블 내화물, 모르타르, 밸브용 내화물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내화물 시장점유율은 38.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생산 제품은 포스코를 비롯해 제철, 제강 업체, 시멘트 업체, 유리 화학 공업 등 중화학 공업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내화물은 장치산업으로 수요처에서 안정 조업을 위해 엄격하게 품질과 기술력 검증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후발 업체의 신규 진입이 쉽지 않아 꾸준한 수익을 내는 회사다.

1978년 상장하며 한국 증시의 역사를 함께해 온 이 회사는 현재 이인옥 부회장이 지분의 17.56%, 이화일 회장이 지분의 17.45%를 갖고 있다. 2011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7704억 원, 영업이익은 491억 원, 당기순이익은 346억 원을 기록했다. 조선내화는 3월 8일 대한해운의 자회사인 광양선박 인수전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새로운 도약에 시동을 걸고 있는 중이다.

한편 배당금 22억80000만 원을 받은 유재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도 주목할만한 인물이다. 재일 교포인 유재근 이사는 2011년 초 사외이사로 추임됐다. 그는 일본 동경상은 이사에 이어 삼경본사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와 함께 구미정 깨끗한나라 최명민 회장 부인 19억8000만 원,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 19억6000만 원, 송호근 와이지원 대표이사 19억3000만 원,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 16억9000만 원,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19억2000만 원, 전세호 심텍 사장이 16억1000만 원 등의 배당금을 받았다. 깨끗한나라는 종합 제지 업체이며 KPX홀딩스는 화학업체, 와이지원은 절상 공구 업체, 신안은 종합 건설 업체다. 심텍은 PCB 제조업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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