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심(殘心)이 필요한 까닭


‘이직하고 싶으면 현 직장에 잘하라’는 것은 이직 시장의 제1 원칙인 셈이다.

잔심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잔심(殘心)이란 말이 있다. 불교에서 기원된 용어로 통상 검도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다. 어느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공격하기 전에는 긴장하고 있다가 공격 후에 이겼다고 방심한다면 잔심이 없는 것이다. 자칫 일시적으로 상대방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거꾸로 크게 당할지도 모른다.

이른바 ‘검도 경영’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한다. 검도처럼 경영자 또한 한 가지 일을 마무리 지은 뒤에도 계속해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며 신중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잔심은 기업에 새로 취직하려는 신입 사원이나 이직을 노리는 중견 사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일본 정치사관학교인 마쓰시타 정경숙의 신입생 선발 과정에 ‘운과 유머’가 중요하다고 얘기했지만 이들이 중시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잔심’이다. 마쓰시타 정경숙의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운과 유머’를 파악하는 면접 시간이 아니다. 면접이 끝난 뒤 앉았던 자리를 정리하고 정중히 인사한 뒤 심사위원들에게 밝은 이미지를 남긴 채 문을 닫고 조용히 사라지는 동안의 모습이라고 한다.

실제 면접관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면접을 마치고 나가는 면접생 사이에 많은 차이가 난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앉았던 의자도 집어넣지 않고 인사도 없이 문을 꽝 닫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손하고 절도 있는 태도로 끝마무리를 맵시 있게 잘하는 사람도 있다. 면접 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도 이런 태도의 차이는 분명히 기억되고 또 평가된다.

이직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회사를 옮기려고 마음먹으면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근무도 열심히 하지 않고, 심지어 회사의 단점을 부각시켜 대놓고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이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아주 결정적인 흠결이 된다.

임원이나 간부급은 물론 중견 사원을 새로 뽑으려는 회사는 그 대상자가 전 직장에서 어떻게 근무했는지 가장 궁금해 한다. 그 사람의 성격과 근무 태도 등 이른바 평판은 오랫동안 함께 일해 본 사람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를 옮길 때는 이직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기존 회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이직하고 싶으면 현 직장에 잘하라’는 것은 이직 시장의 제1 원칙인 셈이다. 잔심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권 말이 가까워 오면서 최근 정치권에는 온갖 추문들이 들춰지고 있다. 매 정권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대통령 측근들의 스캔들이다. 이른바 실세로 불리던 측근들의 몰락도 결국은 막판에 절제의 긴장을 놓친, 잔심을 잃은 탓이 아닐까 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는 말이 있다. 이는 흔히 생각하듯 아무렇게나 해도 끝만 좋으면 된다는 뜻은 아닐 게다. 좋은 마음과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기업 활동이든 국가 경영이든 잔심을 잘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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