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부농 되는 법] 특수작물 재배…연매출 2억 원

부농 성공 사례 손보달 솔바위농원 대표

평택에서 고구마 모종, 오이, 쌈채소 등을 재배하는 솔바위농원의 주말은 좀 특별하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함께 모여 고구마 모종을 심는가 하면 쌈채소를 수확해 가며 귀농 체험을 한다. 그리고 이들 곁에는 이제 귀농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성공 귀농 사례로 손꼽히는 손보달 대표가 작물 재배와 귀농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체험해 보면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또 어떤 식으로 작물을 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게 되죠. 무작정 귀농·귀촌을 결심하기보다 충분히 생각하고 공부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손 대표 역시 귀농 전 2년여 동안 귀농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했다고 한다. 원래 그가 하던 일은 음식점 경영이었다. 고깃집과 보리밥집 등 평택에서 약 15년 동안 요식업에 종사해 왔다.

“보리밥집에는 쌈채소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마침 가게 옆에 작은 텃밭이 있어 직접 쌈채소를 길러 손님들 상에 냈는데 반응이 꽤 좋더군요. 내 손으로 채소를 키우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그때부터 귀농을 꿈꾸게 됐죠.”

그 후 2년간 농촌진흥청, 평택시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귀농 관련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e비즈니스·마케팅·재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을 통해 귀농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e비즈니스 교육을 받고 직접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며 조금씩이나마 고구마 모종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시골집에서 시험 삼아 길러 본 고구마 모종이었는데요, 첫해에만 1000만 원, 그다음 해에는 3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어요. 인터넷 판매만으로도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희망을 얻고 귀농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2010년 8월 말 손 대표는 난생처음 자신의 비닐하우스 동을 가지게 됐다. 모두 합해 스물여덟 동. 늦가을 오이를 심어 수확한 후 쌈채소와 고구마 모종을 재배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미리 오이를 다 심어놓고 9월 1일에 잔금을 모두 치렀죠. 본격적으로 귀농 생활이 시작된 셈이었어요.” 하지만 이틀 후 태풍 곤파스가 농원을 휩쓸었다. 28동의 비닐하우스 중 23동이 전량 폐기됐다. 태풍에 날아간 비닐하우스와 함께 그의 꿈도 날아간 듯 했다.



15년 동안 요식업 종사하다 전직

“암담했죠. 그 며칠 사이에 8000만~9000만 원을 손해 봤으니까요. 귀농하겠다는 제 결심을 선뜻 믿어주고 지지해준 가족들에게 얼굴을 들 수도 없더군요.”

그대로 넋 놓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매일 매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추스르며 스스로를 곧추세웠다. 더 작은 집으로 줄여 다시 농사 지을 자금을 마련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태풍 때문에 오이 값이 뛰면서 하우스 5동 분량의 오이로 그나마 가을 겨울을 견딜 수 있었다.

봄이 되어 예약 받은 고구마 모종을 출하하게 되면서 비로소 숨이 트였다. 고구마 중에서 상품이 될 수 없는 작은 고구마나 모양이 나쁜 고구마들을 종자로 심어 흙을 얇게 덮어두면 45일 정도 후에 길게 싹이 나는데, 그 싹 부분이 바로 고구마 모종이 된다.

“고구마는 수요가 꾸준한 작물이에요. 작은 텃밭에 직접 고구마를 키우려는 분들도 많고요. 그에 비해 고구마 모종을 취급하는 농원은 그리 많지 않아 그만큼 수익이 보장된 작물이라고 할 수 있죠.”

고구마 모종의 판매가 안정되며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고구마 모종은 대부분 인터넷 직거래로 거래되는 작물인 만큼 따로 판로를 뚫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소규모로 영업을 하는 솔바위농원에 더욱 적합했다. 여름에 오이를 심고 오이를 수확하고 난 다음에는 다양한 쌈채소를 재배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직거래 양도 부쩍 늘었다.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하면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은 좀 더 신선한 야채를 좀 더 싼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되죠. 도매업자들에게 넘기는 가격보다 좀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으니 저한테도 이로운 셈이고요.”

보통 쌈채소라고 하면 상추를 연상하기 쉽지만 꽃케일·레드치커리·적겨자·로메인·배무채 등 다양한 쌈채소로 이뤄진 모둠쌈 판매를 선택한 것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주문 즉시 수확해 바로 배송하기 때문에 요즘도 그의 블로그를 통해 하루에 평균 40건 이상의 쌈채소 주문이 들어오곤 한다.

“배송은 하루에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시간대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배송하는 시스템이에요. 조금이라도 더 신선한 상태로 고객들에게 도착하길 바라서죠. 품질 상태에 대한 클레임이 들어오면 군소리 없이 바로 다시 보내드리는 것도 좀 더 좋은 채소를 고객이 맛보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귀농 성공을 위한 절대 법칙

이처럼 철저한 고객 중심의 판매 시스템을 선택한 덕분에 ‘솔바위농원’에 대한 브랜드 신뢰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높아졌다. 물론 ‘솔바위농원’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일단 블로그(blog.naver.com/soso6504)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판매를 위해 상품을 늘어만 놓는다면 참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시골 생활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일상사와 관련된 게시물들과 소소한 생활 속 풍경, 짓고 있는 작물에 대한 이야기 등을 올려 블로그를 찾는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죠. 그 재미로 한 번, 두 번 블로그를 찾다보면 자연히 우리 농원이나 농원의 작물에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요.”

다른 파워 블로거의 블로그를 통해 농원을 소개하고 스크랩해 간 이들 중 20명을 추천해 무료로 쌈채소 1박스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벌이곤 했다. 무료로 쌈채소를 받은 이들은 또 자신의 블로그나 다른 사이트에 시식 후기를 올렸고 그 덕분에 ‘솔바위농원’은 인터넷상에서 일찌감치 맛있는 채소를 파는 농원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약 2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해의 태풍 피해는 물론 초기 투자금 5000만 원을 모두 회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처음 귀농을 선택했을 때 목표는 연매출 2억5000만 원, 순이익 1억 원 이상을 올릴 수 있는 부농이 되는 것이었어요. 지금 추세로 간다면 내년쯤에는 그 목표가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련을 이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손 대표는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귀촌·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사람’이에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배움을 얻을 수 있거든요.”

손 대표는 자신이 지금 꿈을 이뤄가고 있는 것은 귀농을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직원들과 수십 년의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웃들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씨 정보라든가 작물 시세 등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손 대표는 틈만 나면 농진청이나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자주 찾는다. 요즘도 한 달에 1~2회씩 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강소농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것도 ‘성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그의 지치지 않는 노력인 셈이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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