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1000조 시대] ‘100억 클럽’ 디지털 거상들

2011년 한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999조 원을 기록, 올해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1년 118조 원에 비해 10년간 무려 10배 성장했다. 특히 한국의 기업·정부·소비자는 전자상거래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기존 쇼핑 방법과 거래 관행을 발 빠르게 바꿔나갔다. 그 덕분에 한국은 첨단 전자상거래의 최전선에 위치하게 됐다. 사이버 마켓이란 가상 시장은 진입이 쉽기 때문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개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났고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큰 매출을 올리는 ‘100억 클럽’ 디지털 거상도 나왔다.

인터넷은 이제 강력한 정보 교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중요한 상거래 수단이 됐다. 이제 사이버 마켓이란 가상 시장에서 상품의 홍보·마케팅·전시·판매·결제·고객서비스까지 모든 상거래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뤘다.
지난 10년간 상거래에서 디지털 혁신은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한국은 전자상거래의 이러한 흐름의 최전선에 서 왔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망과 결제 인프라 등 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전체 산업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해 선진국(20%)보다 높다.

국내에서는 1996년 6월 인터파크와 롯데닷컴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사고판 것을 B2C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당시 14억 원에 불과하던 사이버 마켓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00년 7000억 원을 넘어섰고 2001년에는 2조 원에 육박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15배 정도 성장한 29조62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경기는 여러 번의 불경기와 물가 상승 등을 겪었지만 전자상거래는 외부 경기 요인에 흔들림 없이 거래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사이버 쇼핑 초기 단계에 패션 산업이 주도하리라고는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온라인 고객들은 의류나 패션 품목을 인터넷 구매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수용했다. 그 덕분에 의류·패션 및 관련 상품군은 전체 사이버 쇼핑에서 가장 큰 비중(16.8%)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연매출 100억 원을 올리는 인터넷 쇼핑몰의 성공 스토리도 이제 찾기 어렵지 않다. 40~ 50대 시니어 창업자도 성공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것처럼 포대기를 해외시장에서 히트 상품으로 내놓은 사례도 있고, 이베이를 통해 해외에 태권도 용품을 팔아 성공한 개인도 등장했다.

‘손 위에 점포’를 차리다

이와 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형성된 사이버 마켓에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쉽게 뛰어들었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일대일 혹은 1:N(불특정 다수)의 기존 거래 관행은 사이버 마켓에서는 N:N의 복잡한 거래 관계로 바뀌었다. 즉, 소비자는 사이버 마켓을 통해 원하는 모든 상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는 한편, 그 자신이 판매자가 돼 어떠한 물건도 내다 팔 수 있다. 완전경쟁에 가까운 시장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상거래 관행이 전통 방식과 크게 달라지면서 새로운 업종 및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고객이 정보만 제공해 주거나 원하는 제품을 대신 구매해 주는 상품 구매 정보 제공 서비스나 구매 대행 서비스 등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한편 기업들은 전자상거래에 적합하도록 기업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바꿔나갔다. 전자상거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유통 구조를 제공하므로 기업들은 대대적으로 기존 유통 구조를 변화시켰다. 또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는 데는 전자 결제의 기술의 발달이 뒷받침됐다. 신용카드는 물론 전자화폐, 인터넷 뱅킹, 전자 지불 청구 등 결제 방법은 다양해졌다. 그리고 기업 간 결제에도 전자어음·전자수표·전자외상매출채권·구매전용카드 등 새로운 결제 수단이 등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2000년대 후반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을 만나면서 날개를 달았다. 이러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기업은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 손바닥 위에 점포를 갖다 놓을 수 있고 소비자를 점포로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일반적인 기술 산업의 흐름상 곧 스마트폰은 저가에 공급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매 업체와 소비자 간 연결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업들은 고객 반응과 행동 패턴을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중요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셜 커머스’란 이름으로 수많은 상거래가 실제 일어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 선도적인 기업과 개인들은 이러한 채널을 적극 활용해 이미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취재=이진원·박진영·우종국·이홍표 기자
전문가 기고=이시환 카페24 마케팅연구소 소장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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