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스쿨] 차명 주식거래의 위험 무심코 시작했다 ‘세금 폭탄’ 돌변

김모(34) 씨는 최근 세무서로부터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자금 출처를 소명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주식은 현재 김 씨가 보유하고 있는 15억 원 상당의 주식인데, 이는 2007년 남편이 김 씨의 명의로 주식에 9억 원을 투자한 것이었다.

가정주부인 김 씨는 과거 소득 활동을 한 적이 없고 증여 신고도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대로 남편이 김 씨의 명의를 빌려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밖에는 소명할 수 없었다. 이때 김 씨가 증여 받은 것으로 보는 금액은 취득 당시 9억 원일까, 아니면 현재 평가액인 15억 원일까.

현행 세법상 단순히 차명 계좌라고 해서 증여세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이름만 달리할 뿐 실질적으로 자신이 관리해 오다가 자신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명 계좌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다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주식 등과 같이 등기·등록·명의개서 되는 자산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의 증여의제’ 규정을 두어 자산의 실제 소유자와 그 명의자가 다른 경우 조세 회피 목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명의자가 증여 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YONHAP PHOTO-0142>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Internal Revenue Service 1040 Individual Income Tax forms for the 2010 tax year are arranged for a photograph in Tiskilwa, Illinois, U.S., on Wednesday, March 23, 2011. The U.S. income tax filing deadline for 2010 taxes is April 15, 2011. Photographer: Daniel Acker/Bloomberg/2011-03-25 01:50:44/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차명 주식거래 시 미리 신고해야

차명 주식은 ‘명의개서한 날’에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는데, 여기서 ‘명의개서한 날’은 취득자의 주소와 성명이 주주명부에 기재된 때를 말한다.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다른 사람 명의로 증권회사의 고객 계좌부나 예탁계좌부에 기재된 것만으로는 법률상 명의개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고 매년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에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실질 주주의 성명·주소·주식의 수 등을 통지 받은 발행 회사가 실질 주주명부에 그 사항을 기재한 시점에 명의개서한 날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타인 명의로 상장 주식을 거래할 때 연중에 거래되는 주식은 증여세를 과세하기 쉽지 않지만 타인 명의로 보유하다가 연말을 넘기게 되면 명의개서가 된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씨의 경우 실제로는 남편의 소유라고 주장한다면 차명 주식에 해당돼 2007년 명의개서 당시의 가액인 9억 원으로 증여세가 과세될 것이다. 이때 현재 주가가 아닌 취득 당시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돼 세 부담을 많이 줄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명의 신탁에 해당된다면 배우자(6억 원)나 직계 존·비속(3000만 원)에 대한 증여 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식가액 9억 원에 대해 1억8900만 원의 증여세 부담을 지게 된다.

게다가 명의 신탁 주식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더라도, 이는 일종의 벌금 성격일 뿐 실제 주식의 소유자는 여전히 김 씨의 남편이기 때문에 그 이후 실제 주식 소유자인 남편이 돌려받지 않고 그 주식을 매도해 김 씨의 다른 재산을 취득하면 그 시점에 또다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결국 당초 9억 원에 대해 증여 신고를 했다면 4600만 원만 부담하면 될 것을 차명으로 투자해 몇 배의 세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명의자인 김 씨에게 실제로 증여할 목적이라면 소명 당시 처음부터 명의 신탁이 아닌 실제 증여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물론 미신고한 증여세 및 그에 대한 가산세 부담이 발생하지만 증여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증여세를 한 번만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에는 훨씬 더 절세가 되는 셈이다.

사실 아직까지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주식거래를 하는 이가 많다.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소액주주들의 거래에 대해 일일이 조사, 증여세를 추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세청에서는 금융 계좌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어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나 자녀 명의의 금융 재산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면 자금 출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김현우 미래에셋증권 WM컨설팅팀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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