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지난 2월 27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홈플러스와 협력사가 함께하는 ‘생명의 쇼핑카트 캠 페인’ 행사가 열렸다. 유통사인 홈플러스와 제조사인 풀무원 ·동서식품 등 200여 개에 이르는 협력사가 100 명의 백혈병 소아암 환자와 1000명 의 가정 위탁 어린이를 돕는 캠페인이 다. 지원 기금 마련 방식도 캠페인의 취지만큼이나 따뜻했다.협력사가 선정한 캠페인 상품을 소비자가 매장에 서 구매하면 협력사가 판매 금액의 1% 한도 이내에서 일정액을 홈플러스 e파란재단에 기부하는 것이다. 여 기에 홈플러스는 협력사가 낸 기부금과 동 일한 금액을 기부금으로 내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던 행 사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의 기자 간담회 자리가 시작되자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이날 모두 발언부터 ‘수박 경제론’을 거론했다. “한국 경제는 ‘수박 경제’ 같다. 겉은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안을 잘라보면 빨갛다”며 자칫 색깔론 논쟁을 불러올 수 있는 발언에도 거침이 없었다.
이 회장이 거침없이 직격탄을 쏟아 부은 대상은 정치권이다. 골목 상권 부활과 보호를 명목으로 하는 규제안에 대한 반발이다. 지난 2월 27일 서울시의회는 대형 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일 지정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유통업 상생 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 분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자치구별로 속속 규제안 도입
이 회장은 특정 업태의 영업시간과 휴무일을 강제로 규제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논리와 맞지 않다는 입장이 다. 이 회장은 “중국은 오히려 역(逆) 수박 경제와 가깝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오히려 시장경제를 잘하고 있다”고 주 장했다. 골목 상권과의 상생과 관련된 질 문이 나오자 날 선 비판은 더 강도를 높였 다.
이 회장은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일수 및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국가도 하지 않는다. 소상인이 아닌 중·대상인 보호조치”라며 “지금 규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10억~30억 원 정도 투자한 이들로, 영세 상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결국 “서민들이 품질 좋은 상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 가 없어진다”는 게 이 회장 주장의 요지였다. 이 회장의 날 선 공격에 대해 진보 정당과 시민 사회단체 등은 “뭘 모르는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통합진보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이 회장의 주장과 달리 선진국인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이미 대형 마트와 관련해 더 체계적 으로 영업시간과 출점을 제한하고 조정하고 있다”고 주장 했다.
이 회장은 “규제가 계속되면 영국 본사인 테스코가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했지만 영국은 법률에 의해 일요일 영업이 금지돼 있고 오후 10시를 넘겨서 영업할 수 도 없다. 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 마트와 SSM 업계를 대변하 는 체인스토어협회는 2월 17일 영업일수와 시간을 제한하 는 규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이 단체의 협회장 역시 이 회장이 맡고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