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 아닌 영화표 가격 논쟁… 시장경제 진입 ‘산 넘어 산이네’


중국에 때 아닌 영화표 가격 논쟁이 한창이다. 중국 국가광전총국(한국 방송통신위원회 격)이 영화표 가격을 규제하기 위해 의견 수렴에 나선 문건의 내용이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경제학자들은 가격을 자유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로 꼽는다. 정부가 가격 개입에 나서는 것은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중국 정부가 마련한 영화표 가격 규제는 두 갈래 방향이다. 3차원 영화나 아이맥스 영화처럼 특별한 것은 각 지역에서 정한 가격 상한선을 넘더라도 그 초과 폭이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하나다. 이 규제에 대해 크게 이의를 다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가격 할인 폭을 제한하는 또 다른 규제다. 정상 가격의 70% 수준 밑으로는 표를 팔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이 들고일어났다. 단체 구매 사이트를 통해 평균 20~40% 수준의 가격에 영화를 보던 관객들로서는 짜증이 날만도 했다. “광전총국 관계자들이여 집에 가서 짝퉁 DVD나 봐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도 등장했다.

정상 가격 70% 밑으로는 못 팔게 해

중국에선 영화표 가격이 비싸다. 1인당 70위안에서 120위안에 이른다. 비싼 표는 2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단체 구매 사이트를 통한 영화표 구입이 급증하고 있다. 단체 구매 사이트로서도 고객 유인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대부분 영화표 단체 구매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 단체 구매로 영화를 본 관객은 410만 명으로, 이들의 할인 혜택만 2억 위안이 넘는다.

단체 구매는 중국의 폭발적인 영화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중국의 영화 시장 규모는 2010년 100위안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엔 131억 위안으로 불어났다. 작년 한 해 동안 신설된 영화관만 803개로, 스크린 기준으로는 3030개에 이른다. 매일 8.3개의 스크린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가격 할인 규제 조치는 이 같은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찬성론자들은 영화표 공식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게 문제라며 이번 조치로 공식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가격 규제가 실행되면 가뜩이나 부도 도미노설이 확산되고 있는 단체 구매 사이트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등 반발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중국은 휘발유 값이나 전기료 등의 가격 체계에도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 탓에 부작용을 겪고 있다.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제도로 휘발유 가격 안정을 시도하는 일본과 달리 중국 정부가 휘발유 값에 직접 개입해 상승 폭을 크게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원유를 들여와 값싸게 휘발유를 팔아 손해를 감수할 정유 업체가 있을 리 없다. 정유 업체들이 수출로 눈을 돌리자 중국 정부는 아예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한 적도 있다.

전기료 규제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은 중국 전력의 70%를 책임지는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진 때문이 크다. 지난해 초엔 40% 수준까지 내려갔었다. 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석탄 가격은 급등하는 데 전기료는 정부가 상승 폭을 과도하게 억제해 화력발전소가 대부분 국영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풀가동 지시에 불응하고 나선 것이다. 영화표 가격 규제는 중국이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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