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실력으로 채용하는 문화 확산돼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서울 고용노동청에서는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경비즈니스 자매지인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 자리는 청년 일자리 해법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보자는 캠퍼스 잡앤조이의 제안을 이 장관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그는 “청년 내 일(my work)을 통해 꿈을 키우는 ‘공생하는 고용 생태계’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이 장관은 대학생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에 충실하게 답변했다. 관료로서 코멘트하기에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도 진심을 다해 의견을 전하는 모습이 ‘노동계의 포청천’이라는 별명과 아주 잘 어울렸다.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 지원 프로그램 중 대학생들이 꼭 알아둬야 할 것을 꼽아주십시오.

첫째, 청년 취업 아카데미입니다. 기업 또는 사업주 단체가 주도하고 대학이 협력해 청년들을 교육시키고 취업까지 이어지게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실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 역량 사이의 괴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알짜 강소 기업을 청년층에 소개하는 사업도 있습니다. 대기업 선호 경향이 높은 청년층에게 내실 있는 기업을 알려줘 취업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자는 취지죠.

큰 조직에 들어가 하나의 세포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회사를 키워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 청년 인턴제도 알아둬야 합니다. 청년층에게 중소기업 인턴십을 제공해 실무를 배우게 하고 정규직 전환도 촉진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 실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이 2010년 87.6%에 달했어요. 이 밖에 해외 취업 프로그램들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청년들이 중남미·중동·동남아 등을 안방처럼 생각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부터 시작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고용 불안정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34.2%인 599만5000명이 비정규직입니다. 그중 대졸 이상 학력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1%에 달합니다. 사실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필요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죠. 인력 활용의 유연성 측면에서 인정하되 과도한 불안 요소는 없애야 합니다. 그 첫 번째가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것입니다. 불합리하다는 것은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복리후생이나 보상 등의 조건이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분명히 고쳐나가야 합니다.

또 비정규직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빠지지 않게 개선할 생각입니다. 금년부터 달라지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예컨대 근로감독관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노동위원회와 협력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이 감액 적용되는 수습 기간을 두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불합리한 것을 하나하나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취업 지원 정책이 서울 수도권 대학 중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방으로 분산할 방안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나도 지방대 출신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무엇을 어떻게 배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의지가 관건이라는 겁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방과 서울 수도권을 관념적으로 다르게 보지 않습니다. 수도권에 대학생이 많다고 해도 차이를 두지 않아요. 청년 취업 아카데미 참여 대학들을 분석해 봤더니 56%가량이 비수도권이었습니다. 굉장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곳들입니다. 창조캠퍼스 사업도 지방 소재 대학이 수도권 대학보다 2배 많습니다. 그만큼 지방대가 내공이 있고 적극적이라는 겁니다.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최저임금 사각지대 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 많습니다. 최저임금 준수를 위한 바람직한 해법이 없을까요.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입니다. 어떤 일을 하건 이 정도 수준은 지불해야 한다는 국민과 기업의 약속이지요. 최저임금 이하를 두고 ‘소셜 덤핑’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주가 학생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방학이나 위반할 가능성이 많은 사업장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신고센터’도 있어요. 금년도에는 최저임금이 4580원입니다. 준수하지 않는 사업주나 상습 체불하는 악덕 사업주를 단속하고 있습니다. 명단을 공표해 낙인을 찍는 강수도 두고 있어요. 또 금융 제재, 신용 제재를 하도록 합니다. 어떻게든 근로자에게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 현장의 요구 수준 이상의 고학력자가 배출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 교과과정을 산업 현장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장관께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대학의 모습과 역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떤 일에 숙련될 때까지 1인당 19개월 평균적으로 580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현장에서 원하는 것을 바로 시키지 못하지요. 대학생 수가 많다는 측면보다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기량을 갖춘 인력이 나오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학과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들은 산업 현장과 연계한 교과과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청년 취업 아카데미 사업을 하는 대학들은 바뀌고 있습니다. 학위만 받아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용도 알차게 가꿔 졸업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들의 최대 희망은 취업입니다. 그렇다면 대학 스스로도 바뀌어야 하죠. 대학생도, 교수들도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고졸자 채용 증가 방안이 대학생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은데요.

최근 정부가 고졸자에게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졸자가 입사할 자리가 고졸자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은행을 봅시다. 예전에는 직원 대부분이 상고 출신이었어요. 상고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가 경력을 쌓고 임원이 되고 행장도 됐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금융권 종사자 80% 이상이 대졸자입니다.

미국은 30% 선입니다. 미국 금융업의 업무 내용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학력에 필요 이상 연연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졸자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입니다. 노동시장의 진입 장벽을 없애자는 열린 고용이 큰 목적입니다. 더욱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고 서로 성장을 돕는 상생 발전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으면 합니다.

청년 인턴은 기업에 따라 처우나 업무가 천차만별입니다. 청년 인턴십 제도를 안정적인 고용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인턴십 제도는 전공과 관련해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지요. 인턴십을 취업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인턴십 역시 청년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보고 배우겠다는 열정이 중요합니다. 배우는 과정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직업 문화를 익혀나가는 게 가장 좋겠습니다. 인턴십을 통해 바로 정규직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열정을 가지고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장관께서 직접 기업의 면접관이 된다면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뽑으시겠습니까.

두 가지를 주로 볼 것입니다. 우선 리더십입니다.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인지를 체크할 겁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도 중요하죠. 힘을 합쳐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볼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열정입니다. 일을 시켜서 하는 사람과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죠. 자기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사람은 전문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무언가 하고자 하는 열정, 도전 의식 그리고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추면 경쟁력 있는 인물이 되는 겁니다.

청년 실업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사실 청년 실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는 청년 실업률이 25.5%에 달해요. 미국은 15.5%, 일본은 8%대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7.6%입니다. 정부가 지표에 안주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정이 낫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하는 비율이 낮다 보니 체감하는 고용 상황은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는 우선 수급·숙련·정보의 미스매치 문제 해결에 종합 처방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창직을 장려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DNA 키우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채용하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 스스로 내 삶은 내가 개척한다는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희망을 더 빨리 더 크게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요즘 청년들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으시는지요. 더불어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청년들은 많은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심리적 부담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죠. 스펙 쌓느라 여기저기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어학연수도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경제 위기를 두 번 겪으면서 경제·사회적인 상황이 어려워지고 청년들의 어려움도 가중된 것 같습니다. 일자리 주무장관으로서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잘 극복하고 이겨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열정을 잃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도전하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오리는 물속에서 수영하기, 땅 위에서 걷기, 그리고 높게는 아니더라도 날 수 있는 능력들을 갖췄지만 그 어느 하나도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요. ‘오리’가 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하는 분야에서 대가가 되겠다는 자세로 노력하길 바랍니다.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 청년들에게 선배 입장에서 조언해 주신다면.

어떤 책에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없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절대로 없다’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세상은 계속 변합니다. 그리고 불확실하지요. 특히나 불확실성이 상시화되는 추세입니다. 평생직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옛날 농경사회 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 즉 자기가 잘하는 분야를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량을 닦아 평생 직업을 삼겠다는 각오라면 겁날 것이 없을 겁니다. 내공이라는 것은 닦기 나름이지요. 하나하나 쌓아가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정리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 양충모 기자 gaddjun@hankyung.com
대담 김상헌 편집장 ksh1231@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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