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작가 유주현
사람들이 무심히 보아 넘기기 쉬운 벽이지만 그 벽에 남다른 이야기와 꿈을 새겨 특별한 공간을 창출하는 이가 있다. 공간의 공기마저 아름답게 바꿔나가기를 소망하는 벽화 작가 유주현 씨다. 대형 커피숍·주얼리 숍·피부과 병원·펜션·박물관 등의 내벽은 물론 건물 외벽까지 자신의 캔버스로 삼는 유주현 씨는 1인 기업인 벽화 전문 회사 ‘공드린 월요일’을 운영하고 있다. ‘공드린 월요일’은 정성을 뜻하는 ‘공들이다’와 벽과 대하는 날이라는 뜻의 ‘월(wall)요일’을 합쳐 만든 단어로 벽화 작업에 임하는 그녀의 마음가짐을 잘 보여주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단순히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 재료들로 부조와 조각이 어우러진 입체 벽화를 탄생시키는 그녀의 작업들은 특유의 세밀하면서도 몽환적인 감수성으로 비슷비슷한 벽화 작가 중에서도 유난히 그녀의 이름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처음 벽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05년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이었어요. 대학에서는 판화를 전공했는데, 진로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시기였죠. 우연히 아르바이트로 아이파크의 38층 벽화 작업을 하다가 이 길이 제 직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해 본 벽화 작업이었지만 자신의 붓질에 따라 무표정의 벽이 표정을 담고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 판화와 달리 작업 중이나 작업 후에나 좀 더 많은 사람과 마주할 수 있는 캔버스로서 벽은 꽤 매력적인 소재였다.
박물관·커피숍 등은 훌륭한 캔버스
“벽화 작업을 할 때는 그 공간의 숨은 배경을 조사한 후 공간과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을 하고 이후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받고 작업에 들어가요. 실제 작업 시간은 2~3일인데 사전 조사 및 조율에 10일 정도가 소요되죠.”
벽화는 공간을 소유하는 사람의 것인 만큼 작업 전에 충분한 사전 회의를 통해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수렴해 그에 맞는 공간을 창조해 내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아쉬운 점도 많다. 어렵게 완성한 작품인데, 건물주나 업주의 사정으로 몇 년이 지나면 아예 벽화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많고 또 저작권 개념이 없는 몇몇 사람들이 그림 자체를 베껴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끙끙거리고 앓는 것보다 새롭게 각오를 다지곤 한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 ‘더 좋은 벽화를 그리면 되지, 뭐'"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해요. 다만 내가 그린 작품인데도 그 벽이 있는 공간까지 직접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기 그지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동안 작업했던 벽화들을 다시 실크스크린·캔버스·판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4월에 가나아트센터 빌갤러리에 오면 여러분도 볼 수 있을 거예요.(웃음)”
물론 앞으로도 벽화 작가로서 계속 꾸준히 활동할 예정이다.
“조만간 핑크리본 아트프로젝트팀과 함께 제 벽화 작업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작업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