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카레이서 김진표 “행복한 일 하며 사는 나는 진짜 행운아”
입력 2012-03-02 13:48:32
수정 2012-03-02 13:48:32
뷰티풀 라이프
‘김진표를 가수로만 안다면 반만 아는 것이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이제는 자동차를 빼놓고 김진표를 설명하기 어렵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두 번째 ‘업’이 된 카레이싱. 김진표는 현재 쉐보레 레이싱팀 소속의 ‘프로’ 카레이서다. 프로팀에 속한 건 2009년의 일. 카레이싱을 시작한 2006년, 첫 질주부터 심상치 않았던 그는 자동차가 삶 속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솔직히 최근 몇 년간은 인생의 축이 음악보다 자동차 쪽에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음악과 자동차, 사실 반반이에요. 그런데 그러기도 참 쉬운 게 아니죠. 이런 차이는 있어요. 음악 작업은 굉장히 즐겁지만 궁극적으론 정말 좋은 음악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내가 하는 음악이 누군가에게 그런 음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있고요. 자동차는 내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두 가지의 공통점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한다는 겁니다. 사실 제가 레이싱을 하면서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그저 ‘세상에 이런 게 다 있다니, 내가 굉장한 취미를 갖게 됐구나’하는 생각 정도였죠. 그런데 거기에 미치다 보니 성적이 나오고 프로팀에서 데려가고 연봉 계약을 하고 탑기어코리아 MC도 맡게 된 거죠.”
류시원의 오랜 권유 끝 레이싱과의 운명적인 만남
그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의 기억 하나. 카메라를 들고 코엑스에서 열린 모터쇼를 찾은 그는 스무 통이 넘는 필름에 그것도 오롯이 자동차만 담았다. 좀 더 자라서는 모터쇼를 보러 도쿄로 원정을 가기도 했다. 시절을 더 거슬러 ‘꼬마’였을 때도 자동차가 좋았다. 차 뒷자리에 앉아 아빠가 운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꼬마’는 운전대를 움직여 차가 굴러간다는 사실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유별난 자동차 사랑은 어른이 된 후에도 식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삶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시나리오다. 카레이싱을 시작한 배경에는 역시 카레이싱 마니아인 류시원의 오랜 권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레이싱을 시작하게 된 건 ‘운명’이라는 말 외엔 설명이 안 된다.
“레이싱을 시작하기 전부터 연예인 레이싱 팀인 ‘알스타즈’ 사람들과 친했어요.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 사진을 찍으러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있는 용인에 자주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알스타즈에 입단하게 됐죠. 당시 연예인들이 서킷에 처음 오면 몇 초 안에 들어오는지 재미로 내기를 하는데, 당시 1분 30초 내로 들어온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1분 27초를 기록한 거죠. 그때부터 운명적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때마침 알스타즈에 역사상 처음으로 코치가 들어오면서 그는 국내 ‘톱 3’ 중 한 명인 오일기 선수를 ‘사부’로 모시게 됐다. 그렇게 세 번 정도 연습을 했을까. “무조건 1등”이라며 사부는 그를 시합에 내보냈고 놀랍게도 진짜 1등을 하면서 그는 사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이 모든 상황은 그가 레이싱에 강력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진짜 레이싱에 미쳤었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용인으로 달려갔고 아예 그쪽으로 이사를 갈까도 생각했어요. 그때만 해도 하면 할수록 엄청나게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이니 더 신이 났죠. 지금은 그때와 달리 엄청난 스트레스가 동반돼요. 0.1초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나 자신과 싸우죠. 그렇지만 여전히 레이싱은 재밌고 기분 좋은 일이에요. 1년에 경기가 일곱 번인데 그 일곱 번의 경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죠.”
올해 첫 경기는 4월에 열린다. 지난해 소속팀인 쉐보레 레이싱팀이 국내 모터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5연패를 달성한 데다 개인적으로도 ‘2011 티빙슈퍼레이스 챔피언십’ 6라운드 슈퍼 2000 클래스(배기량 2000cc)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경사가 겹치면서 올해도 그에게 쏠린 관심의 시선은 뜨겁기만 하다.
“5연패가 대단한 일이긴 한데 한편으론 쉐보레 팀만 좋은 거예요. 계속 1위를 지키고 있으니 누가 슈퍼 2000 클래스에 들어오려고 하겠어요. 그러다 보니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 점점 참가 대수가 빠지고 있죠. 재밌는 건 류시원 형이 이끄는 ‘EXR팀106’이 올해부터 우리 클래스로 왔다는 점이에요. 클래스도 활성화되고 또 경쟁자가 생기면서 올해는 정말 흥미진진할 겁니다.”
케이블 채널 XTM 탑기어코리아 MC로서 누리는 즐거움은 레이싱이 가져다준 덤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버라이어티쇼인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인 탑기어코리아는 지난해 시즌1을 방영하며 숱한 화제를 낳은 프로그램이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자동차 버라이어티이기도 하지만 매회 기상천외한 도전과 다양한 볼거리로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재 tvN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보이스 코리아’의 MC도 맡고 있고 이전에도 적지 않은 MC 경험을 가진 그이지만 탑기어코리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건 어쩔 수 없다.
연예인 꼬리표 떼고 실력있는 인기 카레이서로
“탑기어코리아 촬영에만 기본적으로 1주일에 엿새가 소요되죠. 그만큼 열정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에요. 다행인 건 현재 제게 가장 우선순위인 레이싱 관련 스케줄은 연초에 잡히기 때문에 피해갈 수 있죠. 현재 시즌2를 촬영 중인데, 제게 탑기어코리아는 그 차의 한계를 가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다만 저의 한마디로 그 차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 있고, 그래서 늘 객관적인 시선인지 고민하지만 저 역시 MC이기 전에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걸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요.”
레이싱이 가져다준 또 다른 변화는 스승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이다. 랩도 그랬고 사진도 그랬고 무슨 일이든 ‘미친 듯이 독학’하는 스타일인 그는 “좋은 스승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레이싱을 통해 처음 깨달았다”고 말한다.
“뭔가에 빠져도 오래가지 못하는 성격인데 유일하게 빠질수록 더 빠지게 만드는 게 음악과 자동차, 그리고 사진이에요. 그중에 음악과 자동차를 업으로 하고 있으니 저는 정말 행운아죠.”
너무 자동차 얘기에만 몰두했나 싶을 무렵 반가운 소식 하나. 3월 말 늦어도 4월 초면 김진표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을 만날 수 있다. 그간 싱글 앨범과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등을 꾸준히 내놓긴 했지만, 정규 앨범은 2008년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올해는 무대 위 가수로 서킷 위 레이서로 진정 버라이어티한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