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주소록 무단 접근 앱 ‘거센 논란’

과연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나


“프라이버시 시대는 지났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27)는 2010년 1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다시 창업한다면 개인 정보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죠.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애쓰느니 이를 공개하고 편의를 추구하는 게 낫다는 얘긴데, 당시 많은 반발을 초래하고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습니다.

모바일 기기가 똑똑해지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자꾸 논란이 됩니다. 최근에는 애플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이 폰에 저장된 주소록을 훔쳐볼 뿐만 아니라 주소록을 스캔해 자기 서버에 저장한다고 알려져 떠들썩했죠. 앱이 폰 주소록에 접근한다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반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미국 ‘실리콘앨리 인사이더’는 아이폰 주소록을 훔쳐보는 7가지 인기 앱을 소개했습니다. 여기에는 트위터 앱, 페이스북 앱, 포스퀘어 앱도 포함됐습니다. “소셜 앱 치고 주소록을 훔쳐보지 않는 앱이 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논란의 시발이 된 패스(Path) 앱은 아이폰 주소록을 스캔해 자기네 서버에 저장한다고 알려져 비난을 받았습니다.

아이폰 앱 개발자들이 폰 주소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애플이 길을 터줬다는 얘기도 나왔죠. 그러자 애플은 방침을 바꿔 사용자 동의를 받게 했습니다. 실리콘앨리 인사이더는 대다수 소셜 네트워킹 앱이 주소록을 이용한다면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새 친구를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썼습니다.

트위터 앱이든, 페이스북 앱이든 친구 찾는 걸 돕기 위해 아이폰 주소록에 접근합니다. 페이스북은 미리 사용자의 동의를 받고, 트위터는 처음 로그인할 때 주소록을 스캔한다고 합니다. 안드로이드 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 카카오톡·틱톡·마이피플 등 국산 앱도 주소록을 활용해 친구 찾는 걸 도와줍니다. 대화 상대에 친구들의 이름이 올라오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죠.

그렇다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앱이 폰 주소록을 훔쳐보지 못하게 하는 게 옳을까요.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를 무릅쓰고 주소록에 쉽게 접근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옳을까요. 이창원 세마포어솔루션 대표는 구글플러스에서 “거의 모든 소셜 앱이 주소록을 가져간다”며 “가져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가져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지니킴(미르테크)이란 분은 “주소록을 비롯해 사용자의 사적인 정보를 마음대로 가져가는 식의 앱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 앱을 설치할 때 동의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심사숙고하지 않고 동의 버튼을 누른다. … 정보를 가져간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고 용도를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김광수 개인정보보호과장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김 과장은 “동의 없이 수집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문제가 있으니까 규제를 추가하자고 얘기하는 분도 있지만 권고 가이드라인으로 충분하다. … 가이드라인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로서도 한계가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프라이버시 시대는 지났다”는 저커버그의 말은 현재로서는 두렵기만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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