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픽션 外

간만에 보는 ‘수작’ 로맨틱 코미디

“어릴 때부터 사랑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맸던” 소설가 구주월(하정우 분)의 눈앞에 완벽한 여인 이희진(공효진 분)이 나타난다. 첫눈에 그녀의 포로가 된 주월은 꽃다발, 연애편지와 소설가로서 갈고닦은 유머 감각을 총동원해 희진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연애가 드디어 시작되고 주월은 넘치는 사랑에 따라오는 창작열로 마냥 행복하다. 희진을 모델로 시작한 연재소설 ‘액모부인’의 반응도 뜨겁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희진의 괴상한 취미와 남다른 식성, 인정하기 싫은 과거 등이 하나씩 주월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문학 청년은 연애를 어떻게 상상하는지에 관한 영화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영상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주월은 연애를 연재소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독자의 반응에 따라 결말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을 정해 놓지 않은 채 에피소드가 쌓이는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말이야 번지르르하지만 실은 결과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철딱서니 없는 태도를 둘러댄 것에 지나지 않는다. 희진은 “당신은 참 연애를 편하게 하는 것 같아”라고 쏘아붙이지만 주월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문명을 위한 반성’이라는 모토를 내건 출판사가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황색신문 ‘소문과 실토’를 출간하는 것처럼, 모든 위대한 사랑의 맹세 뒤에는 ‘찌질한’ 감정싸움, 구차한 변명, ‘미친년 널뛰기’ 같은 변덕이 점철돼 있는 게 현실이니까.

주월은 어느 날엔가 건널목 앞에서 크나큰 충격을 받는다. 맞은편에 서 있는 희진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려는 찰나 옛 애인 수정(유인나 분)이 희진 옆에 서 있었던 것이다. 단지 옛 애인과 현 애인이 나란히 서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두 사람을 나란히 놓고 보니 꽤 닮았다는 사실에 그는 충격을 받는다. 옷차림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도…. 그가 정말로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그가 바뀌어야만 했다. 비슷한 여자들을 계속 사랑한다는 것, 그러니까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연애의 원인이 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지만 이 저주가 끝날 수 있을 것이다.

데뷔작 ‘삼거리 극장’으로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상찬(賞讚) 받은 전계수 감독이 직접 ‘러브 픽션’ 시나리오를 쓰면서 대사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들었던 로맨틱 코미디의 수작.



디스 민즈 워
감독 맥지
출연 리즈 위더스푼, 크리스 파인, 톰 하디

CIA 특수요원 터크(톰 하디 분)와 프랭클린(크리스 파인 분)은 아름다운 여성 로렌(리즈 위더스푼 분)과 동시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력을 총동원하던 두 사람은 급기야 자동차 폭파와 비행기 공중분해까지 불사한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감독 사이먼 커티스
출연 미셸 윌리엄스, 에디 레드메인, 케네스 브래너, 엠마 왓슨

1956년, 세기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미셸 윌리엄스 분)는 감독이자 남자 주인공을 맡은 대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케네스 브래너 분)와의 의견 충돌과 외로움으로 지쳐간다. 마릴린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조감독 콜린(에디 레드메인 분)과 1주일 동안 촬영장을 벗어나는 일탈을 감행한다.



휴고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아사 버터필드, 클로이 모레츠, 사챠 바론 코헨, 주드 로

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 열두 살 소년 휴고(아사 버터필드 분)는 역사 내 시계탑을 혼자 관리한다. 사고로 죽은 아버지(주드 로 분)와의 추억이 담긴 고장 난 로봇 인형만이 그의 전부다. 어느 날 장난감 가게 조르주(벤 킹슬리 분)는 휴고가 인형 부품을 훔쳤다면서 아버지의 수첩을 빼앗아 간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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