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i40 살룬 디젤
‘프리미엄 디젤 세단.’ 현대자동차가 i40 살룬(i40 saloon)의 론칭과 함께 외치는 캐치프레이즈다. 언제부터 디젤 세단을 내세웠는지 새삼스럽긴 하지만 현대자동차 마케팅팀의 고민이 묻어나는 문구이기도 하다. 홈페이지에는 젊은 남녀 40인의 시승 소감을 쭉 볼 수 있는 ‘40인의 i40 피플’이라는 동영상이 있는데,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디젤차답지 않은 승차감’이었다.연기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차도녀’, ‘차도남’이 “이거 디젤이었어?”라고 놀란 표정을 짓는 장면만큼은 호소력이 있었다. 과연 ‘시끄럽고 진동이 큰 화물차 같은’ 디젤 모델의 선입견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탈 만한’ 디젤 세단을 만든 것일까.
가격을 제외한 승차감만 말한다면 ‘탈 만’하다. 구형 쏘나타(NF)의 디젤 모델이 실패작에 가까웠다면 i40 디젤은 꽤 공을 들인 듯하다. 소음과 진동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BMW 5시리즈·아우디 A6(디젤) 수준은 아니지만 2005년 국내에 상륙한 폭스바겐 파사트 2.0 디젤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파사트가 구형 모델이고 올해 들어올 신형 모델은 더 조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쨌든 ‘컷오프(골프에서의 출전 자격)’는 통과한 듯하다. 다만 시승차는 신차이므로 10만km를 달린 뒤의 소음과 진동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듯하다.
현대·기아차가 몇 년 새 내놓은 쏘렌토R, 스포티지R 등의 2.2리터, 2.0리터 디젤엔진은 기존 엔진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i40의 디젤엔진은 1.7리터이므로 이론상 소음·진동이 더욱 줄어들 여지가 있다. 2.0리터 디젤엔진이 장착된 스포티지R를 타 봤다면, i40의 1.7리터 디젤엔진은 그것보다 15% 이상(방음재 보강을 고려할 때) 조용하다고 예상하면 될 것이다.
‘수입 디젤 세단’ 막아낼 첨병 될까
조용한 지하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면 ‘돌돌’거리는 디젤 특유의 엔진 음을 감지할 수 있지만 소음이 큰 시내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일 때는 디젤차라는 것을 망각할 수 있을 정도다. 가속 때보다 아이들링(공회전) 때 소음이 더 심한 디젤엔진의 특성상 거친 소음은 여기까지다. 시속 40km까지 가속할 때는 가솔린엔진에 비해 시끄러운 감은 있지만 그 이상에서는 가솔린엔진보다 오히려 조용해진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의 정속 주행에서는 소음이 거의 없다. 일상적인 용도의 세단으로서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좋은 차를 만들었으면 이젠 팔 차례다. 그런데 가격이 좀 비싸다. i40 살룬 디젤의 최저가는 2695만 원, 최고가는 3155만 원이다. ‘스마트 내비게이션+후방 카메라(110만 원)’와 ‘파노라마 선루프(120만 원)’를 추가하면 최고가는 3385만 원이다. 가솔린 모델은 같은 조건에서 약 170만 원 싸다. 그러나 가솔린 모델은 ‘비싼 쏘나타’가 되어 버려 차별화가 힘들다. 디젤 모델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고유가와 함께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의 판매량이 가솔린 모델을 추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시장 대응을 위해 ‘디젤 세단’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측면도 있다. 이런 현대차의 고민과 별도로 디젤 세단이 국산차 시장에서 흥행이 될지 여부는 관심 대상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