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생보는 ‘저축형’…손보는 ‘의료 실비’

현황 및 트렌드

보험은 크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나뉜다. 생명보험은 사람의 생사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으로 보험사고를 사망 또는 생존으로 구분하는 사망보험, 생존보험, 이 두 가지를 합친 생사혼합보험 등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망보험의 종류에는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이 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통 유족의 생활보장이 목적이다. 반대로 정기보험은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에 한해 소정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기보험의 장점은 저렴한 보험료로 고액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보험 기간 중 피보험자가 생존했을 때는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명보험에서는 정기보험과 생존보험이 혼합된 형태가 널리 이용된다. 생존보험은 보험기간 만료일까지 생존해 있을 때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연금보험·저축보험 등이 해당된다.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해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재산적 손해를 전보하는 보험이다. 보험 종목은 화재보험·해상보험·자동차보험·상해보험·보증보험·영업배상책임보험을 비롯해 상당히 많은 종목의 손해보험이 개발돼 있지만 최근 들어 가장 핫한 보험은 이른바 의료 실비보험이다. 실손보험·실비보험·민영건강보험·실손건강비보험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는 의료 실비보험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발생한 의료비 중 환자 본인이 지출한 의료비(본인부담금+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부문)를 보험 가입 금액 한도 내에서 보장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험의 또 다른 구분법은 보장성이냐, 저축성이냐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위험에 대해 보장해 주는 보장성 보험이 보험 본연의 역할이라면 저축성은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대체로 저축성 보험은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들까지 신규 상품을 개척하기 위해 저축성 보험 영역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생명보험 보장성 줄어들고 저축성 늘어

최근 생명보험의 흐름을 보면 2008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던 신계약액이 2009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보장성 보험의 감소세에 따른 것으로, 그나마 저축성 보험의 성장세 지속이 감소 폭을 둔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프라임에셋 최형길 지점장은 “지속적인 신계약 하락 폭이 이어지고 있는 이면에는 저축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보장성 보험의 감소 폭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장성 보험의 수요가 줄고 있는 원인으로는 “보장성 보험의 대표 격인 종신보험과 건강보험 등에 이미 많은 사람이 가입하고 있고, 또 평균 수명의 증가로 사망 시점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면서 70세에 1억 원, 80세에 1억 원을 받는 것은 향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했을 때 만족스러운 보장의 수준이 아니라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또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 대비 좀 더 효율적인 보장을 받기 위해 기존에 가입하고 있는 생명보험의 보장성 보험을 손해보험의 보장성 보험으로 전환하고 있고 보험 신규 가입자들이 생명보험보다 손해보험사의 대표 상품인 의료 실비보험부터 우선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생명보험 신계약 감소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생명보험의 저축성 보험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대한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의 보장성 보험 판매율이 전년 대비 한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저축성 보험과 연금 상품 등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까지 대폭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저금리의 영향으로 보험 소비자들이 예금이나 적금 대신 저축성 보험 상품에 몰리는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대 수명 증가에 따른 노후 생활 준비 자금 성격으로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배경이다.



의료 실비보험 가입자 꾸준히 증가

생명보험 신계약이 줄어드는 반면 손해보험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최근 몇 년간 손해보험 사업 개황을 보면 매년 원수보험료(매출액)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10년 원수보험료는 52조2450억 원으로 2006년(23조5870억 원)보다 2배 정도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보험사의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부터 11월까지의 원수보험료가 35조6033억 원에 달해 전년 동기 30조6556억 원에 비해 16% 정도 증가했다.

손보사의 매출 증가를 이끄는 요인은 장기 손해보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정도만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의료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의료 실비보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장기 손해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장기 손해보험은 보험 기간 1년이 넘는 것을 총칭하는 것으로 의료 실비보험을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의료 실비보험의 성장이 장기 손해보험 증가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2월 20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11월 손보사의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21조487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8조3545억 원)보다 3조1334억 원 늘었다. 최근 몇 년간 손해보험 종목별 원수보험료를 봐도 장기보험의 꾸준한 증가 추이를 볼 수 있는데, 2008년 이후 매년 5조 원가량 증가하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최형길 지점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의료 실비보험에 가입돼 있으면서도 꾸준히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2009년 10월 이후 의료 실비 표준화에 따라 항문 관련 질환·한방·치과의 급여 부문 실비 보장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계약을 전환하는 사례가 생겼고 경제 침체와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경제적 고통에 최소한의 병원비는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암보험과 어린이교육보험은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다. 암은 현대인의 식습관 및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다 우리나라 인구의 사망 원인 1위로 암에 대한 위험 보장의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암 발생률 증가에 따른 적자로 보험사들이 연달아 암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역으로 희소성 가치까지 띠게 됐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이 몰리면서 다시 보험사들이 암보험 상품을 재판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린이교육보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모들이 자녀 보험으로 교육보험 대신 의료 실비보험 등을 선택하면서 축소되는 듯했지만 최근 불거진 고액 등록금 논란 등의 분위기에 힘입어 필요성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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