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저비용 항공사 시장 해외사 진출 러시…‘국가 대표’ 길러야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이하 ‘LCC’)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국내선에서는 이미 2명 중 1명 꼴로 LCC를 이용하고 있고 국제선에서도 이용객 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는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자생력에 한계를 보인 항공사도 생겨나고 해외 LCC의 취항 계획 발표 등 국내 항공 시장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자국 항공사를 보호하기 위해 항공 자유화에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항공 시장의 주류가 된 LCC 지원을 위한 전용 터미널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국과 일본은 국가 기간산업을 보호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LCC의 자생력 측면을 넘어국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차원의 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국제선 취항’이 LCC 성장 이끌어

국내 LCC들의 급속한 성장 배경은 활발한 국제선 취항이 밑바탕이 됐다. 2011년 국제선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7개 국적사를 이용한 국제 여객은 모두 2293만6000여 명으로, 2010년 2189만7000여 명보다 약 4.7%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항공사를 이용한 국제 여객은 2010년 2097만3000여 명보다 약 0.6% 많은 2110만3000여 명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반면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등 5개 LCC를 이용한 승객은 2010년 92만4000여 명에서 183만2000여 명으로 늘었다. 무려 2배 가까운 98.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LCC 가운데 가장 많은 77만3000여 명을 수송하며 지난해 기록한 성장률만 유지한다면 2012년 100만 명 수송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순히 이용객 수만 놓고 볼 때 LCC를 이용한 여객은 전체 국적사 이용객의 8%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는 신규 취항 계획 등 현재의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연내 두 자릿수 진입은 확실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CC를 중심으로 한 국제선 확대가 해외여행 여행자의 선택권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근간인 국내선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KTX 등 육상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한 내륙 노선을 운용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항공사는 물론이고 제주 기점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일부 LCC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며 국내선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 9월 취항해 2011년 실적과 비교가 사실상 의미 없는 티웨이항공을 제외하면 6개 항공사 중 제주항공만이 유일하게 32.4%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을 뿐 대한항공(-10.4%)과 아시아나항공(-0.1%), 진에어(-5.7%)와 이스타항공(-12.6%) 등 모든 항공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선 확대에 따라 국내선 공급석 축소로 이어지는 부작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7개 국적사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항공만이 올해 국내석을 54만 석 늘린다고 발표했다. 연말까지 도입되는 4대의 항공기를 국내선과 국제선에 적절히 배분해 동반 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아시아 최고의 LCC로 불리는 에어아시아X의 인천~쿠알라룸푸르 취항에 이어 오는 5월과 10월에는 일본의 ANA가 설립한 LCC인 피치와 에어아시아재팬, 일본항공과 콴타스항공이 합작한 젯스타재팬 역시 우리나라 진출을 준비하는 등 이제 대한민국 하늘길은 동북아시아 LCC의 각축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에 맞춰 일본에서는 나리타와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터미널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재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상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매각설이 터져 나오더니 급기야 티웨이항공이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공개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등 후발 LCC의 자생력에서 잇따라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ANA와 일본항공 등 모기업의 각종 노하우를 앞세운 일본 LCC의 공세에 맞설 우리나라 대표 LCC의 육성이 필요한 이유다.



제주항공, 유일하게 ‘동반 성장’ 추진

가장 손쉽고 시급한 육성 전략은 동북아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하는 근거리 국제선에 취항할 수 있는 운수권을 국내 LCC에 우선 배분하는 것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핵심 노선 취항으로 수익성 제고와 해외 주요 항공사와의 마케팅은 물론 각종 서비스 경쟁력을 통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양분을 공급받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LCC 지원 정책에 찬성하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기존 항공사의 반발이 워낙 거세 우물쭈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를 중심으로 한 항공 여행 업계의 여론은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즉 기존 항공사의 증편보다 신규 LCC에 수익 노선을 배분해야 비용 때문에 해외여행을 꺼리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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