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책] 금융 의사결정 자문 앱(App) 만들자

어려운 금융을 이해시켜 금융 소비자들의 권익을 스스로 지키도록 하기보다

금융 소비자를 위한 금융 의사결정 자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금융감독원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떠맡은 이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금융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는 날로 발전하며 그 복잡성을 더해 가는데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정보와 지식은 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은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들이 공정한 시장의 법칙을 따르며 제대로 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적시에 제공하도록 철저히 지도하고 감독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금융 정보를 제대로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금융 의사결정을 하는 소비자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개인이 이런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해 금융 소비자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학에서 재무와 금융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로서 금융 교육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학을 전공으로 삼는 대학생들조차 재무 금융 혹은 투자 과목이 어렵다고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자율에 따라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수학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장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측정 지표인 확률변수를 이해하지 않으면 현대의 복잡한 여러 금융 상품이나 금융 서비스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지난한 일이다.

그래서 금융 소비자를 위한 금융 의사결정 자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마치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계산기를 들려주는 것이나 현금의 미래 가치, 현재 가치, 할인율 등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에게 재무 계산을 들려주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갖다 대면 누구의 어떤 곡인지 알려주는 앱, 혹은 얼굴만 갖다 대면 그가 누구인지 척척 알아맞히며 적절한 배우자감까지 소개해 주는 얼굴 인식 앱과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 앱은 그걸 사용하는 이가 누구인지, 그의 재산 규모와 유동성·나이·성별·건강·종교, 위험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한 정보를 갖추고 동시에 지금 사려고 하는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의 위험과 수익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추고 있어 그것을 매입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지 아닌지를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금융 소비자들은 금융 소비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이 앱을 방문해 전문가 못지않은 자문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며 억울한 금융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앱을 만들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정부 및 각금융사에서는 정보가 상당한 정도로 축적돼 있다. 이러한 정보를 한데 모아 정리하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시설 투자만 정부가 약간 한다면 모든 국민들에게 맞춤식 금융 의사결정 자문을 해주는 착한 앱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앱 하나만 있으면 금융 소비자 보호는 참 수월하게 이뤄질 것도 같다.


박상수 경희대 경영대학원장·한국재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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