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차별화 바탕으로 ‘성장 동력’ 확보

중형 증권사 경쟁력의 비밀은

증권업계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주 수익 기반인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경쟁 심화로 수익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이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증권사와 그렇지 못한 증권사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

실제로 작년 상반기(2011년 4~9월) 전체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872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 증가한 것에 그쳤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은 5개 증권사(삼성·우리·대우·한국투자·현대)가 국내 증권사 전체 순이익의 50%가 넘는 499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대형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전년 실적에 비해 큰 폭의 상승을 거둔 중형사들이 눈에 띈다. HMC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한화증권 등이 바로 그들이다. HMC투자증권은 전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1억3000만 원에서 217억6400만 원으로 늘어나 무려 324.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어 메리츠종금증권은 91억2000만 원에서 261억9300만 원으로, 한화증권은 171억6900만 원에서 411억8600만 원으로 대폭 늘었다. HMC투자증권은 순이익도 18억3900만 원에서 170억25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화증권 역시 순이익이 138억8800만 원에서 352억3100만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HMC투자증권 ‘퇴직연금’의 새 강자

그렇다면 이들 중형사들이 양극화 추세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둔 HMC투자증권의 경쟁력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가파른 성장세일 것이다.

HMC투자증권은 1955년 7월 설립된 자기자본 6282억 원에 지점 46개(본점 포함)를 보유한 중소형 증권사다. 하지만 HMC투자증권은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고수할 정도로 확실한 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2조7596억 원의 적립금을 쌓았다. 2010년 말 1조2608억 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적립금이 증가한 수치다. 두 번째로 많은 적립금을 쌓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1조6295억 원)과는 1조1000억 원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독보적이다.

HMC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독보적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즉 그룹 차원의 영업적·재무적 지원과 협력사와의 시너지 추진을 통해 수익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 퇴직연금은 물론이고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2008년 이후 그룹 내부의 채권인수·중개 및 수익증권·환매조건부채권(RP) 등 금융 상품 판매를 통해 시너지 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여세를 몰아 HMC투자증권은 리테일 영업을 위탁 매매 위주가 아닌 자산 관리 영업 위주로 특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사 및 협력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을 확대하고 고액 자산가 대상의 소매 채권 및 수익증권 등 금융 상품 판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특히 계열사들이 집결된 울산·광주·전주 등 그룹 사업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 지점을 추가하고 전문 인력 영입과 조직 재편 등을 통해 임직원 수도 늘리는 등 타깃화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HMC투자증권은 작년 11월 울산지역 진출 3년 만에 고객 예탁 자산을 9200억 원까지 확대했으며 창원지점 또한 현재 4000억 원의 고객 예탁 자산을 확보하는 등 지역 내 리딩 증권사로 도약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기반의 영업 지원 가능성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일정 수준의 수수료 수익이 안정적으로 가능할 전망이어서 업계 내 시장 지위는 보다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국 50여 개의 지점을 갖춘 한화증권 역시 그룹사 기반의 중형 증권사다. HMC투자증권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룹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의 성장에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최근 녹십자생명의 인수 등을 통해 금융 계열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조업 기반의 그룹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생보업계 빅3인 대한생명·한화손해보험 등을 주력사로 거느리고 있다. 한화증권 역시 그룹의 명실상부한 주력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증권업과 시너지가 큰 업계 5~6위권의 대형 자산 운용사인 한화자산운용이 건재하며 한화투자증권(옛 푸르덴셜투자증권)과의 합병 작업도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증권사 중 하나다.

한화투자증권의 특징은 투신사를 모태로 해 자산 관리 영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화투자증권은 펀드 판매 노하우가 축적된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 359명, 72개 지점망, 우량 고객(1억 원 이상 1만8000명) 등이 가세되면 양적·질적으로 자산 관리에 적합한 영업 기반과 수익 구조를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펀드·저축예금 등의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합병 후 한화증권은 고객의 질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팽창할 수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지점 수(120여 개 이상, 업계 3위), 직원 수(약 1900여 명, 업계 8위), 고객 자산(37조5000억 원, 업계 8위) 등 외형 면에서 명실상부한 업계 ‘톱 10’ 증권사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뿐만 아니라 자산 관리형 상품의 획기적인 판매 증대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함께 금융 네트워크 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지며 대외 신인도 제고를 통해 해외 영업 등 본사 영업 부문의 동반 성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화·메리츠, 계열사 시너지 확보해

메리츠종금증권은 작년 하반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험지주회사 중심의 금융지주 체제를 도입한 뒤 실적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회사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화재를 중심으로 메리츠종금증권·메리츠자산운용 등으로 이뤄졌다. 현재 메리츠화재가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분 약 30%를 소유해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측은 “자산 규모 10조 원의 금융그룹 형성으로 계열회사 간 시너지 창출과 향후 금융권 업무 영역 재편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고객 네트워크 확대와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장기적 성장 토대를 마련하고 영업 인프라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1월 30일 그룹 통합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것은 물론 2월 9일에는 증권 업무와 보험 업무를 통합한 카페형 지점 ‘메리츠 카페’를 오픈하기도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강점 중 하나는 증권사 중 유일하게 종금업 인가를 가지고 있는 증권사라는 점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이 2010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증권사 중 유일하게 종금형 CMA 상품을 가지고 있다. 종금형 CMA는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1인당 5000만 원까지 원리금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은 종금형 CMA에 더 관심을 가진다.

즉 종금형 CMA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한 동양증권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메리츠종금증권은 단지 CMA 영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시너지를 통해 합병 효과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종금 여신 기능을 활용하면 리스·외국환 등의 업무도 가능한 것은 물론 홀세일(PF·IB) 등에서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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