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골리앗 물리친 진짜 소자본 창업

성공하는 점포 탐구-‘버벅이네’


소비의 양극화가 확고해진 것은 창업 쪽에서도 체감하고 있다. 스타 마케팅을 내세운 대형 커피점이나 이탈리아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막상 중저가 창업 아이템들은 신규 점포 개설은커녕 기존 점포의 매매나 폐점도 막기 어렵다고 울상이다. 어느새 창업 시장이 브랜드 위주로 돌아가고 물류는 가게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본사에서 공급받고 점주는 판매만 하는 형태가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의 인기가 떨어지면 그 간판 아래 장사하던 점주들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마천시장 입구에서 칼국수·분식을 파는 ‘버벅이네’는 두 형제와 부인들, 어머니까지 총출동한 가족 점포다. 억대 창업이 당연시되는 요즘 5000만 원도 들이지 않고 창업했다. 입지는 시장 입구에 자랑할 만한 인테리어도 없고 번듯한 1층 점포도 아니지만 휴일인 일요일을 빼고 일매출 100만 원씩 꼬박꼬박 찍어내는 ‘진짜 장사꾼 가족’이다.

마천시장 입구에 자리 잡은 그저 노점 같은 ‘버벅이네’는 튀김·떡볶이·순대를 파는 노점이 전면에 있고 뒤쪽 지하에 점포가 딸려 있다. 각종 튀김에 찹쌀탕수육까지 만들어 내는 노점에서는 두 형제가 보디가드처럼 무전기를 귀에 꽂고 오는 손님 받으랴, 지하 점포에서 올라오는 주문 받으랴 정신없이 바쁘다. 가게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모둠튀김을 지하로 내려 보내는 형제는 1층 담당이다. 지하 점포 주방에서는 칼국수·우동·볶음우동 등을 만드는 부인과 어머니가 일한다.

직원이 1명도 없는 진짜 가족 창업인 것. 강영수 씨는 비디오·오디오 테이프를 만들던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사양산업으로 회사가 문을 닫게 돼 난생처음 분식에 뛰어들었다. 일하다 보니 외식에 경력이 있던 동생 부부에 어머니까지 모두 모였다. 처음엔 가게 이름도 ‘강영수의맛나일번지’라고 붙였지만 두 형제가 초기에 손발을 맞추느라 이런저런 실수가 잦아 우스갯소리처럼 “이렇게 버벅 대니 차라리 ‘버벅이네’로 하자”며 6개월 만에 가게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이다.


우리 가게에서 파는 것은 우리가 만든 것

물류니 싼 재료니 하는 것은 버벅이네 가족들에게는 없다. 튀김만 해도 생물오징어·새우·김말이·만두·고구마·찹쌀탕수육까지 있지만 직접 만들지 않고 사온 것은 하나도 없다.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도 직접 빚는다. 단 하나 순대는 사와서 팔지만 그나마 곧 직접 만들 것이라고. 형제의 등쌀에 시골에서 올라온 어머니는 들깨로 국물을 낸 고소한 찹쌀칼국수도 만들고 지하 점포의 두 아내와 지상 노점의 형제들을 추운 날씨에도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있다. 실제로 ‘버벅이네’는 처음부터 이른바 ‘대박 점포’를 만들 것이라고 구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작한 가게는 아니다. 날씨에 따라 어묵에 주력해 보기도 하고 고로케나 고기완자, 감자튀김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시도해 봤다. ‘버벅이네’는 눈에 띄는 간판도, 깔끔한 인테리어의 점포도 없는 가게지만 2년여 만에 주변 프랜차이즈 분식점들을 제치고 동네 주민들이 온종일 드나드는 사랑방 같은 점포가 됐다. “내 가게에서 파는 음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 것”이라는 당연한 말이 신선한 충격이 된 요즘이다. ‘버벅이네’의 느리고 정직한 성공은 외식 점포의 기본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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