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스피치] 건전한 갈등과 유쾌한 논쟁을 즐겨라

소통의 3단계


새로운 부서에 발령받은 김 부장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일대일 면담했다. 개인적인 사항에서부터 일에 대한 의견까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면담을 마치고 난 직원들은 오히려 김 부장을 더 멀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왜일까. 일방적인 질문 공세에 직원들은 마치 형사에게 취조를 당하는 듯한 기분을 경험한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자신을 내보이지 않고 상대에 대해서만 알려고 한 김 부장의 서툰 행동에서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소통의 제1단계는 바로 나를 열어 나를 인정하고 나를 표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자기 개시(self-disclosure)가 있어야 상대도 마음의 문을 연다. 리더라는 이유로 나는 감춘 채 상대방 정보만 알려고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수평적 관계가 어려워진다. 자기 개시를 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자기 스스로는 확실히 느끼는데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자아(private image)를 발견해 끄집어내야 한다.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남들이 알아서 나를 이해해 주기 바란다면 당신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이다.

또한 나 자신은 모르는데 남들이 알고 있는 나(blind image)에 대해서도 깨우쳐야 한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들여다보지 못하면 대화는 원하는 목표를 얻지 못한다. 자신의 내면이 왜곡된 채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방 탓만 하게 된다. 결국 소통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 적당한 자기표현으로 상대의 마음을 여는 일이다.

2단계는 상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귀를 열어놓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는 단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몸으로, 맞장구로 표현하라. 그리고 상대가 좀 더 자세히 말할 수 있도록 관심어린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청은 단순히 배려가 아니라 소통을 위한 전략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우연하게 내가 상대방을 설득한 근거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내가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단순한 것이기도 하다.

3단계는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에서 공통점을 찾아 서로 기뻐하고 인정한 다음 차이점을 찾아 그 해결 방법을 함께 논의하는 작업이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논쟁과 갈등을 부담스러워하지 마라. 적어도 누군가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시끄러워야 제맛이고 싸우면서 정이 들기도 한다. “나이든 내가 참는다”, “오늘은 내가 봐준다”, “좋은 게 좋은 거지”는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그냥 넘어가 놓고 자신의 관용에 대해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 앞의 2단계를 모두 소화한 사람이라면 이 3단계에서의 싸움도 즐거울 수 있다. 건전하게 갈등하고 유쾌하게 논쟁하며 종국엔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찾아내야 한다.

기존의 신속하고 간단한 소통에 비해 시간과 비용의 낭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차후의 부작용을 생각하면 위의 3단계 소통이 훨씬 경제적이고 생산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다,

결국 소통의 문제는 내가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거나 상대의 마음을 듣지 못했거나 혹은 그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다. 그런데 설사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라. 대화가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번에 모든 결과를 얻으려고 하지도 마라. 소통엔 기다림도 필요하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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