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력 키우려면 변화 추구해야”

조유미 레오버넷코리아 대표

올해 1월 1일 레오버넷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조유미 대표는 국내 20대 대형 광고 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CEO에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레오버넷코리아(1991년 설립)는 글로벌 광고 회사인 레오버넷의 자회사로 현재 맥도날드·P&G·필립모리스·구글·뉴발란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광고 회사에서 여성 CEO가 나오기가 힘든 겁니까”라는 물음에 조 대표는 “광고업은 여자가 버티기 힘든 곳”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광고 제작에 들어가면 새벽 1~2시 야근은 기본이고 밤을 꼬박 새우는 일이 많아 가사·육아를 병행하는 여직원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에 오른 비결은 뭘까. “혼자 잘나서 된 것은 아니고 회사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봐요. 잘한다고만 해서 사장이 되지는 않겠죠”라는 것이 조 대표의 말이다. 그렇다면 육아와 가사는? “결혼을 잘 했다”는 답변이다. 부자 남편과 결혼했다는 뜻이 아니라 “시집과 친정에서 많이 도와줬다”는 뜻이다.

여성의 직장 생활에는 가족의 도움이 중요하지만 자신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만약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느라고 늦었더라도 ‘아이 때문에’라고 하면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합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래서 여자는 안 돼’라고 생각하죠. 전 그럴 땐 ‘술 좀 마셨어요’라고 해요. 그러면 다들 ‘아’ 하고 넘어가요. 사실 육아가 더 ‘착한’ 이유인데, ‘나쁜’ 이유가 더 먹히는 거죠.” 남성처럼 되기보다는 이런 속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프로페셔널 여성 직장인에게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국내 20대 대형 광고 회사 중 최초의 여성 CEO

무엇보다 그의 발자취를 보면 성공의 비결이 ‘일을 즐기는’ 것에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광고주와 광고 회사는 명확한 ‘갑-을’ 관계지만, 우리는 훌륭한 광고주들이 많아요. 오히려 광고주들 때문에 이 회사에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훌륭한 광고주는 군림하는 대신 존중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 광고 회사가 자발적으로 최대의 노력을 하도록 이끄는 회사다. 이런 면에서 레오버넷은 고객들과의 파트너십이 돈독하게 잘 이뤄졌다는 것이 조 대표의 평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조 대표 스스로가 창조적인 발상과 디테일한 시각을 추구하는 창조적인 성향의 인물이다. 광고 업계에 들어오기 전에도 대형 마트에 가면 일반 주부들은 제품의 효용·가격을 먼저 생각하지만 그는 마케팅·영업·매장 구성과 운영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지금도 어떤 영감(靈感)이 떠오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연상 작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즐긴다고.

그는 대표이사가 되면서 회사에 변화를 줬다. 첫째, 과장·차장·부장 등의 직급을 없애고 ‘님’ 또는 ‘MD님’ 등으로 부르도록 했다. 직급과 상관없이 능력이 되면 프로젝트 팀장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없앴다. 대신 하루 8시간 이상씩 일하도록 자율과 책임을 부여했다. 셋째, 김밥·토스트 등을 제공해 혼자 사는 직원들의 아침밥을 해결해 줬다.

다만 이런 변화들은 “성과가 좋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이 제조업이 강하지만 외국은 그 제품에 감성적 가치를 넣어 더 비싼 부가가치를 생산해 낸다. 그런 창조력을 키우려면 기존 시스템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1971년생. 97년 성균관대 졸업. 2000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 졸업. 맥칸 에릭슨 입사. 2002년 레오버넷코리아. 2012년 레오버넷코리아 대표(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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