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4050 직장인에 인기 높은 약 무엇?

우루사·아로나민·삐콤씨 ‘없으면 안돼~’

총선이 있는 4월이 ‘정치의 계절’이라면 2~3월은 ‘비타민의 계절’이라고 한다. 계절 없이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독 겨울이 끝나갈 무렵인 2~3월이 되면 비타민 제품의 판매가 부쩍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기 위해 비타민과 간기능 개선제 등으로 ‘건강 지키기 라인업’을 새로 짜는 중년의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제약사들도 신제품을 선보이거나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는 등 직장인들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더욱이 다가오는 4월에 전문의약품의 일괄 인하가 시행된다.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일반 약 시장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4050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간기능 개선제

간기능 개선제는 중년 직장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이 간부급인 중년 직장인들에게 술자리는 필요악이다. 그러다 보니 정기 건강검진 때마다 지방간 등 간에 이상이 발견되는 사람들이 많다. 제약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의약품(OTC) 시장에서 간기능 개선제 규모는 800억 원대다. 이는 2010년 대비 약 20%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히트 제품이 바로 대웅제약의 우루사다. 우루사의 지난해 매출은 650억 원(일반의약품 350억 원, 전문의약품 300억 원)으로 2010년 510억 원보다 27.5% 늘었다. 우루사의 매출이 급성장한 것은 ‘차두리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2010년부터 축구 선수 차두리를 내세운 우루사 광고를 시작했다. ‘간 때문이야~’라는 CM송으로 화제를 모았다.

간의 에너지이자 윤활유는 담즙산인데, 담즙산이 들어 있는 UDCA(우루소데옥시콜린산)는 간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성분이다. 우루사의 UDCA는 몸 안에 쌓인 독소나 노폐물을 정화해 배출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노폐물이 많이 쌓이면 담즙산이 부족해지고 결국 간의 활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곰의 간에서 만든 UDCA는 일반적인 담즙산과 비교하면 약리 작용이 10배 이상 강력하다”며 “우루사 120캡슐을 복용하면 값비싼 웅담 한 개를 먹는 것과 효과가 같다”고 말했다.

우루사가 일반 약 시장에서 40%를 점유한 가운데 녹십자의 ‘리버플란’, 삼성제약의 ‘쓸기담’, 동화약품의 ‘헬민’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녹십자의 ‘리버플란’은 실리마린과 비타민B 5종을 함유한 복합 간장 질환제다. 주성분인 실리마린은 간세포의 세포막을 안정화해 유해 물질의 침투 및 세포 내 물질의 유출을 막아준다. 몸속에 항산화 물질의 농도를 증가시켜 과산화로 인한 세포 괴사를 방지하는 것도 라버플란의 장점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만성 피로나 잦은 음주, 스트레스로 인한 지방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제약의 ‘쓸기담’은 UDCA에 비타민 B군을 혼합한 연질 캡슐 형태다. 쓸기담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곰쓸개(웅담)의 약효 성분인 UDCA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담낭계 질환과 간질환 예방·치료에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0년 생산 실적은 약 15억 원 정도다.

동화약품의 ‘헬민200’은 현대인들의 지친 간을 보호하기 위해 영양 보급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헬민200의 주성분인 아르기닌티디아시케이트는 간에 침투한 독성 물질이나 알코올 해독에 효과가 뛰어나다. 음주와 흡연으로 아세트알데히드가 쌓이게 되면 그 독성 때문에 심한 두통, 메슥거림, 전신 무력감 등의 숙취 증상이 나타난다. 헬민200은 숙취의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재빨리 제거해 숙취 증상을 빠르게 없애준다.


종합 비타민

종합 비타민도 중년의 비즈니스맨들이 대부분 복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연 55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종합 비타민 시장은 일동제약의 ‘아로나민’과 유한양행의 ‘삐콤씨’ 등이 대표적이다.

아로나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35%(일동제약 발표)로 지난 49년간 총 67억 정이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이는 국민 1인당 134정을 복용한 수치다. 일동제약은 기존의 아로나민골드 외에 아로나민씨플러스, 아로나민아이, 아로나민이엑스 등 패밀리 브랜드를 잇달아 내놨다.

아로나민골드는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종합 비타민으로 피로 해소제 성격이 강하다. 육체 피로, 눈의 피로, 신경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상된 신경과 근육활동을 개선해 신경통과 요통 등을 완화해 준다는 것이다. 아로나민씨플러스는 항산화 성분을 갖고 있어 피로 해소는 물론 피부 관리에 효과적이다. 아로나민아이는 활성 비타민B군에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비타민A와 미네랄을 보강해 안구 건조증, 시력 감퇴, 망막 질환을 예방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아로나민이엑스는 신경·근육·관절의 통증을 완화해줄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유한양행의 ‘삐콤씨’도 2010년 매출이 156억 원으로 아로나민과 쌍벽을 이루는 전통의 종합 비타민제다. 삐콤씨는 피로, 영양 불균형, 병중 병후, 임신 수유기 등에 비타민을 보급하는 것을 비롯해 신경통·관절통·구내염 같은 질병에도 효과가 있는 비타민 B·C 복합제다. 스트레스·음주·흡연 등으로 인한 질병 요인을 사전에 예방해 주는 효능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비타민C에서는 고려은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고려은단 비타민C 1000’은 누적 판매량 30억 정을 돌파했다. 이를 환산하면 6만3000km로 서울에서 제주까지 70번을 왕복할 수 있고 지구도 한 바퀴 반을 돌 수 있는 거리다.

1995년 출시 이후 17년간 꾸준한 인기를 누려 온 고려은단 비타민C 1000은 2009년 전년 대비 23.4% 성장을 시작으로 2011년에도 전년 대비 27.8% 매출이 늘어나는 등 최근 3년간 평균 20%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고려은단 관계자는 “고려은단의 인기는 현재 시판 중인 고함량 비타민C 제품 중 유일하게 세계적 비타민 생산 업체인 DSM사로부터 영국산 프리미엄 비타민 C(Ascorbic Acid 97%) 원료를 국내 독점 계약해 생산하고 있다는 게 크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제산제·숙취해소제

제산제와 숙취 해소제 등도 비즈니스맨들의 건강 관련 필수 아이템이다.

제산제는 보령제약의 ‘겔포스’가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유한양행의 ‘알마겔’, 대웅제약의 ‘뉴란타’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시장 규모는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연 440억 원 정도다.

‘주머니 속의 액체 위장약’으로 통하는 보령제약의 겔포스는 1975년 첫선을 보인 이후 36년 만에 16억 포를 돌파했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가 1인당 54포를 복용한 셈이다. 겔포스엠은 일반의약품 제산제 시장에서 58.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게 보령제약 측의 얘기다. 겔포스는 속쓰림, 위산과다, 위염, 가스 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

숙취 해소제도 주요 제약사들이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국내 숙취 해소제 시장 규모는 올해 15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700억 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새 두 배나 껑충 뛴 것이다. 시장의 대다수는 CJ제일제당의 ‘헛개 컨디션파어’, 그래미의 ‘여명808’,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등 ‘빅3’가 차지하고 있다.

종근당의 ‘땡큐’, 보령제약의 ‘알틴제로’, 경남제약의 ‘숙취보감’ 등이 ‘빅3’에 도전장을 던졌다. 선두 주자인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문은 최근 환 제품인 ‘컨디션환 이엑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버드나무 껍질, 진피, 페루의 인삼으로 불리는 마카라는 천연 성분이 함유돼 있다. 버드나무 껍질은 진통 완화에 효능이 있고 진피는 메스꺼움을 덜어주고 마카는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CJ 측의 설명이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