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단행한 필립모리스 최고 8% 인상…소비자 외면하나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국내 제조·유통 기업은 정부의 가격 압박에 눈치를 보며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글로벌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패스트푸드(버거킹·맥도날드), 음료(코카콜라), 명품 브랜드(샤넬·에르메스·불가리 등), 수입 화장품(랑콤·SK-II·에스티로더·키엘 등) 등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최근 수입 담배도 이 릴레이에 동참했다.

지난 2월 10일 말보로·팔리아멘트 등을 판매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담뱃값을 최고 8% 인상했다. 말보로·팔리아멘트·라르크는 2500원에서 2700원으로, 버지니아 슬림은 2800원에서 29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던힐과 켄트 등을 판매하는 BAT코리아와 마일드세븐을 공급하는 JTI코리아가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필립모리스코리아를 마지막으로 3대 외국계 담배 회사 모두 가격 인상을 마쳤다.

외국계 3사 연 3000억 원의 추가 수익

필립모리스는 담뱃값 인상 이유로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들었다. 지난해 BAT와 JTI가 밝힌 가격 인상 원인과 같은 명분이다.

하지만 실제 이들은 국내에서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필립모리스코리아의 영업이익은 1332억 원, 영업이익률은 27%에 달했다. 2004년의 영업이익이 221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34.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20~30%에 달하는 담배 회사들이 관련 조세가 오르지 않았음에도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담배 가격의 구성을 살펴보면 과연 200원의 인상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혹이 든다. 담뱃값은 2500원을 기준으로 한 갑에 총 1549.5원의 제세기금이 부과돼 조세율이 62%에 달한다. 여기에 판매업자 마진 10%를 빼면 제조업자의 몫은 28%다. 즉, 2500원에서 700원을 담배 제조업체가 가져가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번 200원 인상은 28.5% 인상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제까지 담뱃값 인상은 주로 정부의 제세기금 인상에 따른 것이었다. 조세 변동 없이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의 가격을 제조업자가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는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 외국계 담배 회사는 국산 엽 가격의 절반 수준인 수입 잎담배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국내 제조업체인 KT&G는 수입 잎담배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국산 엽을 전량 구매하고 있어 실제 원가 부담이 더 크다. 3대 외국계 담배 제조사의 잇단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은 KT&G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KT&G는 일단 물가 인상 추세 등을 감안해 주력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2월 8일 밝혔다.

배당금은 늘고 사회 공헌은 외면

이를 두고 1988년 국내 담배 시장 개방 이후 20년간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온 외국계 담배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수익성 확대 전략을 시작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외국계 담배 회사는 국내에서 최근 40%까지 시장점유율을 올렸다. 이들이 로열티와 배당금 등으로 해외로 유출하는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필립모리스코리아만 해도 한 해 로열티는 418억 원(2010년 기준)에 달하며 배당금 또한 942억 원 수준이다.

이번에 인상한 200원을 통해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연간 영업이익에서 추가로 약 1400억 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한 갑당 160원의 수익(부가세·소매인 마진 제외)이 난다고 볼때 지난해 판매량인 8억9000만 갑을 곱하면 1424억 원이 산출된다. 이를 외국계 담배 제조사 3사로 확대해 보면(BAT 1040억 원, JTI 464억 원) 연간 약 3000억 원으로 규모는 커진다.

한편 이들은 국내에서 큰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사회 공헌에는 무심해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담배 산업은 국민 건강이나 환경 등에서 사회 해악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사회 공헌을 통해 다소 이미지 개선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895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필립모리스코리아는 기부금이 한 푼도 없었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3억1000만 원, JTI코리아는 1억4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물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정부와 자의든 타의든 이에 동참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비웃듯 여러 글로벌 업체들이 가격을 올렸다. 국내 업체는 수입 브랜드들의 이 같은 인상 행렬을 어쩔 수 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다국적 업체들은 한결같이 가격 인상이 원자재 값 인상 등을 반영, 본사의 규정에 따른 일괄적인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일부 수입 잡화 브랜드 등을 중심으로 현지보다 한국에서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값비싼 수입 명품뿐만 아니라 담배와 같은 대중적 소비재도 가격을 올리고 있어 서민층 가계를 더욱 압박한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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