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형선고 받은 여성 기업인 논란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강한 저항 엿보여

중국에서 미모의 31세 여성 기업인에게 내려진 사형 판결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네티즌에 이어 경제학자와 기업인들까지 나서 구명론(救命論)을 펼치고 있다. 금융 규제로 상징되는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강한 저항이 읽혀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저장성 고급인민법원은 춘제(春節: 설)를 앞두고 높은 이자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속여 불법 자금 7억7000만 위안(약 1380억 원)을 끌어 모은 혐의로 우잉(吳英) 저장번써(浙江本色) 지주그룹 대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2009년 저장성 진화시 중급인민법원이 내린 1심에 이은 것으로 중국은 2심제이기 때문에 사실상 확정된 판결이다. 최고인민법원의 인가만 떨어지면 ‘상업 신화를 일군 바링허우(八零後: 1980년대생) 시골 처녀’, ‘중국 여성 부호 6위’로 꼽히던 인물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불법자금 수신 행위로 처벌

네티즌들은 2심 판결 직후 벌이 너무 과하다는 반응을 쏟아냈고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그의 처벌의 과중 여부를 묻는 설문을 실시 중이기도 하다. 최근엔 중국의 유명 학자와 기업인들까지 논쟁에 가세했다. 지난 2월 4일부터 6일까지 헤이룽장성 야부리에서 열린 기업가 포럼이 대표적이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시장의 힘(力量)-덩샤오핑(鄧小平) 남순강화 20주년 기념’ 주제 발표에 나선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교수는 “우잉이 사형당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형을 당하지 않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잉을 보호하는 게 우리(기업인과 개혁파 지식인)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중에선 박수가 쏟아졌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장 교수는 “우잉의 사형은 중국 개혁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20년 전 중국의 시장경제를 크게 발전시킨 덩샤오핑처럼 또 다른 덩샤오핑이 나와 우잉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우잉에게 7억7000만 위안을 빌려준 친구는 11명에 불과하고 이들은 모두 사기를 당했다고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우잉의 사형 판결은 중국에서 융자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민간자금 모집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표적 자유 시장 경제론자인 마오위시(茅于軾)도 “우잉 사건의 본질은 금융이 독점 업종이고 중소기업이 융자를 받기 너무 힘들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 최대 주스 업체인 후이위안그룹의 주신리(朱新禮) 회장은 “20년 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심지어 해외에 나가서도 돈을 빌려 오늘의 내가 있게 됐다”며 우잉 보호론을 폈다.

급기야 저장성 법원 측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적극 해명에 나섰다. 우잉에게 직접 자금을 대준 친구는 11명이지만 이들에게 자금을 대준 사람들이 있고, 또 이 사람들이 다시 자금을 재차 모집한 것을 감안하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크게 피해를 준 사기극이라는 설명이다. 경찰 당국도 우잉의 재산 처분 상황을 중국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나섰다. 인터넷에선 우잉의 동의가 없이 이뤄진 그의 재산에 대한 경매 과정에서 보석 등 일부 재산이 어디로 갔는지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우잉의 아버지가 최근 홍콩 펑황TV 인터넷 사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법원에 공개 질의하는 등 우잉 사건은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우잉 사건은 그에 대한 처벌이 과중한지 여부를 떠나 미국발 금융 위기와 유럽의 재정 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 모델 대안으로 부각됐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내부에서도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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