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지수는 뛰는데 개미 투자자 ‘울상’ 왜?

시장은 예측 불가…‘시간에 투자하라’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나들고 있다. 미국 신용 등급 하락, 유로존 위기,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 악재가 줄지어 출현하면서 비관론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시장은 꿋꿋이 올라 2000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가 수렁 속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도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평온하다 못해 침묵에 가깝다.

주위에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2000에 도달하자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증권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00에 안착할 수 있을까’, ‘앞으로 상승 여력은 더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왜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 상승세로부터 혜택을 보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Australian Stock Market board, Melbourne Australia.

개인 투자자들이 악순환에 빠지는 메커니즘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가계 부채가 늘어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반면 소득은 늘지 않고 있다. 소득이 줄고 부채 상환 압박이 심해지면 먼저 유동성이 좋은 자산을 처분해 나갈 수밖에 없다.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이 시장이 좋아지면서 원금이 회복되자 환매 행렬에 동참하는 이유다. 몇 년간 손실을 보면서 마음고생을 해서 이제야 서서히 수익의 달콤한 열매를 따야 하는 시기에 펀드를 환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은 만일 시장이 더 좋아지면 후회하면서 다시 투자를 늘릴 것이다. 그러다 손실이 나면 또 한없이 기다리다가 시장이 재상승하면 환매할 것이다. 이것이 개인 투자자들이 악순환에 빠지는 메커니즘이고 이번에도 여실히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전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시장 예측과 타이밍의 무의미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식 투자로 발생하는 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 기간의 2~7% 기간에 발생한다고 한다.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우량주 500개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17.6%였다. 이 기간 동안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10일 동안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12.65%로 낮아진다. 수익률이 높았던 20일 동안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9.3%, 30일간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으면 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과연 이런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시장이 아무리 약세장이라고 해도 베어마켓 랠리가 있을 수 있고 강세장이라고 해도 게걸음질을 할 수도 있다. 시장 예측의 무의미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는다. 언제 오를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포지션을 유지한다. 시장에 머무르는 전략이 가장 안전한 전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수익률이 아닌 시간에 투자하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펀드 투자를 예로 들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현시점에서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펀드들이 돈을 벌어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는 바는 기대와 딴판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시간을 길게 잡고 가져가는 전략을 가진 투자자들의 성과가 더욱 좋았다.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증시 격언은 거짓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분산투자의 중요성이다. 국내와 국외, 부동산과 주식과 예금(채권) 등 지역과 대상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분산투자의 강점은 약세장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는 데 있다. 오히려 강세장에서는 한곳에 몰아 투자하는 게 수익률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움츠러들면 ‘몰빵’ 투자는 투자자들을 큰 고통 속에 밀어 넣는다. 금액의 크기에 상관없이 분산투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인내할 수 있고 시장이 상승할 때 그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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