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LG생활과학 ‘끌고’…한미제약·대웅제약 ‘밀고’

‘톱 10’ 제약사의 신약 개발 파워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신약 개발 열기가 뜨겁다. 약가 일괄 인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제약 업계가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로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동아제약의 스티렌(위점막 보호제), 자이데나(발기부전 치료제), LG생명과학의 팩티브(퀴놀론계 항생제), 유한양행의 레바넥스(항궤양제) 등이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신약 개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상위권 제약사의 대다수가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동아제약·대웅제약·녹십자·유한양행·한미약품·제일약품·JW중외제약·종근당·LG생명과학·일동제약 등 ‘톱 10 제약사(2011년 3분기 매출액 기준)’의 신약 개발 파워를 비교해 봤다. 증권사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도움말을 참고로 ‘톱 10’ 제약사들의 ▷기존 임상 노하우 ▷수출 및 해외 임상 ▷연구·개발(R&D) 투자비 ▷연구·개발 인력 등을 조사했다.

‘톱 10’ 기업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신약 개발 성과는 국내시장에서는 동아제약, 해외시장에서는 LG생명과학이 앞서 있었다. 동아제약은 위장 치료제인 스티렌으로 국내시장에서 2011년 880억 원을 벌어들였고 LG생명과학의 팩티브는 국내 신약으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R&D 투자비는 동아제약·대웅제약 등이 700억 원대로 비슷한 가운데 올해 투자 계획은 녹십자가 89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연구 인력은 한미약품이 456명으로 압도적이었다.

신약 개발은 생존의 조건

동아제약은 1위 기업답게 신약 개발에서도 ‘맏형’다웠다. 위점막 보호제 스티렌과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로 동아제약의 신약 파워가 국내 최고임을 증명했다. 2002년 출시된 스티렌은 지난해 약 8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산 신약의 대표 주자로 성장했다. 2005년 선보인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도 다국적기업인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릴리의 시알리스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연매출 200억 원대의 대형 신약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티리톤도 올해 13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할 정도로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 신약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개발 중인 신약의 글로벌화를 예상할 수 있는 척도는 기술이전이나 해외 임상이다. 슈퍼박테리아 타깃 항생제인 슈퍼 항생제 DA-7218은 2007년 미 트리어스 테라퓨틱스사에 기술이전, 지난해 9월 글로벌 임상3상 첫 번째 시험을 완료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8% 정도인 740억 원을 R&D 비용으로 투자했고 올해 매출 대비 10%로 높일 계획이다. 연구·개발 인력은 311명으로 전체 인력(2310명)의 13.5%다.

대웅제약은 2001년 국내 신약 2호 ‘대웅 이지에프 외용액(EGF)’을 세상에 내놓았다. EGF는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상처 치유 물질이다. EGF를 활용해 출시된 제품들로는 상처 치료제 ‘이지에프 새살연고’ 등이 있다. 대웅제약은 해마다 R&D 투자를 늘리며 신약, 바이오 의약품, 개량 신약 등 80여 개의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신약은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알츠하이머 치료제, B형간염 치료제 등이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R&D 투자비를 지난해 740억 원(10.4%)에서 올해 800억 원(11.9%)으로 늘린다. 연구 인력도 지난해 265명에서 올해 290명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백신에 강한 녹십자는 공격적인 R&D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순수한 신약 개발보다 주력인 혈액제제와 백신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 베터(개량 바이오 복제약), 희귀 의약품, 합성 신약과 천연물 신약 등으로 R&D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미국에서 임상3상 진행 중인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으로 2013년까지 임상을 마치고 FDA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해 미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640억 원(추정치)이었던 R&D 투자를 올해 890억 원으로 늘려 공격적인 신약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신약으로는 항궤양제 레바넥스가 있다. 2005년 9월 십이지장궤양에 대한 신약 허가를 획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국내 대학 또는 벤처기업으로부터 14건의 계약을 추진해 10건의 신규 과제를 개시했고 해외 기업으로부터도 11건의 계약을 추진해 1건을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367억 원(6.6%)을 R&D 투자한 유한양행은 올해 예상 매출액 대비 7.3%로 늘려 잡았다.

한미약품도 글로벌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바이오 및 항암 분야 11건의 신약 과제 가운데 7건의 임상시험을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월 1회 투약하는 당뇨병 치료제로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있는 LAOS-엑센딘(Exendin)4는 유럽에서 임상을 마치고 미국에서 임상2상에 돌입했다. R&D 투자비와 연구 인력도 국내 제약사 중 최강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의 14%인 538억 원을 투입했다. R&D 인력도 456명으로 가장 많다.

녹십자 890억 R&D를 추진

제일약품은 항암제, 뇌졸중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DNA 손상을 입히는 항암제와의 병용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ji-6283, 급성 뇌졸중 치료제인 ji-6289 등이 미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일약품의 R&D 매출 대비 3.36%(2010년 매출액 4313억 원), 연구 인력은 88명 수준이다.

지난해 발기부전 치료제 제피드를 출시한 JW중외제약도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대표적 개발 신약이 Wnt 표적 항암제(CWP231A)로 미국 임상에 돌입했다. 이 약물은 암의 재발과 전이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Wnt 경로를 차단하는 혁신 신약으로 아직 세계 그 어느 제약사도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JW중외제약의 2010년 R&D 투자비는 242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5.5%다.

종근당은 항암제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CKD-602’는 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난소암과 소세포 폐암의 치료제로 신약 허가를 받아 ‘캄토벨’이라는 종근당 최초의 항암제 신약을 출시했다. 2007년 ‘캄토벨’ 기술을 미국 온코(Onkor)사에 수출, 임상 시험 중이다. 종근당은 면역 조절제 및 대사성 질환 치료제 등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임상3상이 진행 중인 당뇨병 치료제 ‘CKD-501’은 경구형 치료제에 비해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저혈당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LG생명과학은 2003년 국내 최초의 FDA 승인 합성 신약인 ‘팩티브’ 개발을 시작으로 당뇨와 심순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인 ‘제미클립틴’은 국내 최초로 개발되는 DPP4 저해제다. 현재 국내와 인도에서 임상3상 단계에 있다. 지난해 R&D 비용으로 657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 예산은 750억 원이다. 연구·개발 인력은 340명이다.

일동제약은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 개발에 강점이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세팔로스포린계 항생물질(IDC-7181) 개발 연구를 시작으로 세균의 펩타이드 합성 경로 제어에 따른 난치성 감염증 치료제 개발(IDP-73152), ‘NK세포 활성화를 통한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개발 인력은 129명이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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