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및 채권형 펀드
지난해 유럽 재정 위기 등 대외 환경 불안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 채권 및 채권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안정성을 추구하며 ‘은행금리+알파’라는 투자 방식에 가장 적합한 것이 채권 관련 투자로 꼽히고 있다. 이제까지 채권 투자는 주로 10억 원 단위로 거래돼 기관투자가나 거액 자산가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나 주식처럼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등을 통해 수천만 원이나 10만 원 단위로도 채권에 투자할 수 있어 일반 개인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채권 종목만 9000개에 달하고 상장 잔액은 100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의 장내 채권 거래 대금은 4조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신용 등급 ‘BB+’나 ‘A0’ 정도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부도 위험이 적은 반면 연 5~6%대 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에 연 3% 은행 정기예금보다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일부 해외 채권은 연 8% 내외의 높은 금리로, 지난해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미래에셋증권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월 지급식 상품을 내놓자 12월까지 총 7000억 원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그래도 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찾던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게다가 매달 분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50~60대 고령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브라질 채권형 펀드 8%까지 수익 내
국내도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고령 인구가 노후 자금 투자처로 채권을 택한 것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됐던 일본도 고령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월 지급식 펀드 대부분이 해외 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일본에서는 1980~1990년대 ‘버블’을 거친 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일면서 채권시장이 급팽창한 바 있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중금채(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소기업금융채권)과 산금채(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가 대표적으로, 연 4%대의 금리에 중도 환매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 신용 등급 ‘AA’ 이상인 회사가 발행하는 기업어음·표지어음·환매조건부채권(RP) 등도 은행 창구에서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에서는 더욱 다양한 채권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HTS를 통해 간단하게 거래할 수 있지만 초보자라면 증권사 창구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 대상 채권 및 관련 상품을 정하는 것이다. 증권사가 판매하고 있는 채권 및 채권 상품을 모두 합치면 약 1000개 정도로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안정성을 추구할지, 이에 따라 개인이 추구하는 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할지, 그리고 투자 기간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 기준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채권을 선택할 때 기본은 국공채와 회사채 간의 투자 장단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다. 국공채는 손실 위험이 작지만 만기가 길고 수익률이 낮은 반면 회사채는 높은 금리를 주지만 최악의 경우 기업이 망하면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성향을 파악해 보면 투자가 몰리는 채권 투자는 수익률이 5~6% 정도로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채권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이다. CB는 채권 금리와 함께 주가 상승 수혜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인기다. 또 특정 기업에 악재가 생겨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저가 매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투자자가 수익을 좇지 않을 수는 없는 법. 국공채보다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망할 위험이 없는 회사의 채권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일례로 현대상선·한진중공업·한진해운 등이 발행한 채권이 인기가 많고 회사채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제일모직과 호텔신라 등도 이러한 채권시장의 ‘초우량 기업 선호’ 현상을 적극 활용해 회사채 발행을 확대하며 자금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우량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처럼 우호적인 자본시장 환경을 활용하기 위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BBB’ 등급은 언제든지 투기 등급으로 내려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최소 ‘BBB’나 ‘A’ 등급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지난해 채권형 펀드 평균 4.3% 수익률
회사채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해외 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도 선진국은 저성장·저물가 시대로 접어들어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고금리 신흥국 채권 투자가 나쁘지 않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변동 장세 속에서 탄탄한 수익률을 내면서 안정성이 부각됐다.
브라질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의 채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신흥국 채권은 채권 자체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환율도 체크해 봐야 한다. 해당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채권에서 얻은 투자 수익을 환차손으로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직접 채권 투자가 어렵다면 증권사들이 출시하는 채권형 펀드는 접근하기가 비교적 쉽다. 프라이빗 뱅커(PB)를 비롯한 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가장 우선순위로 투자할 만한 자산은 채권형 펀드라고 입을 모은다. 채권형 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수백 개의 다양한 채권에 투자하므로 리스크를 분산, 더 안정적인 상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일반적인 채권형 펀드보다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 세계를 투자 대상으로 보고 수익률이 높은 채권 위주로 투자에 나서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2137개)의 연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44%였지만 국내 채권형 펀드(234개)는 4.3%의 수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0.68% 하락했다. 채권형 펀드는 2010년에 6% 이상의 수익을 거둬 꾸준한 성과를 올렸다.
증권사들은 투자 방법과 수익 배분에서 다양한 채권형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상품은 투자 성향을 유형별로 구분해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한다. 크게 국공채 플랜과 회사채 플랜으로 나누고 국공채형·금융채결합형·공사채결합형·회사채형 등 안정형에서 고수익형까지 투자 유형을 구분한다. ‘월 지급식 회사채’ 상품은 수익 추구형과 안정 추구형으로 구분해 연 5~6%에 해당하는 수익을 보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해외 채권형 월 지급식 펀드는 올해도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실채권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출시될 예정이며 인플레이션 시대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가치가 변동되는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하는 펀드도 최근 꾸준한 수익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