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지경부가 ‘무역수지 적자’ 보고한 사연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1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1월 수출 전망이 좋지 않다”며 “23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가 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면밀히 대비하고 점검해 나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수출을 담당하는 주무장관의 이 같은 보고는 그동안 언론과 전문가들이 우려하던 1월 무역수지 적자 전망을 공식화한 것이다. 동시에 선제적으로 수출 실적에 대한 예상치를 제시함으로써 실제 적자가 났을 때 닥칠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속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 장관의 예상대로 새해 들어 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수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22개월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무역수지와 서비스 수지가 1월에 동반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월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320억3200만 달러에 달한 반면 수출은 같은 기간 5.9% 늘어난 291억 달러에 그쳐 29억3200만 달러의 수입 초과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설 연휴로 기업들의 조업 일수가 감소하면서 수출이 줄어들었지만 이란 사태의 영향으로 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원유 수입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유가 상승세는 세계 5위 원유 생산국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차단 문제, 중동·북아프리카(MENA) 등 주요 산유국의 정정 불안 등의 요인으로 좀처럼 꺾일 기미가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위한 14개 부수법안을 심의하기 위한 제50회 국무회의가 29일 이명박 대통령주재로 열렸다. /20111129..김병언 기자 misaeon@....

원·달러 환율이 월 초 1160원대에서 최근 1120원대로 떨어진 점도 악재다. 환율에 따른 수출 경쟁력을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역수지와 함께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서비스 수지 흑자 규모는 작년 9월 7100만 달러에서 11월 3억5700만 달러로 늘었지만 이달에는 설 연휴 해외 여행객 증가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1월 수출 성적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좋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월 26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2월 전망치는 91로 집계돼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또 BSI 1월 실적치는 88.6을 기록해 한 달 전보다 1.5포인트 하락,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문제는 향후 수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경험적으로는 2월 무역수지는 1월보다 좋은 편이다. 동절기 원유 수입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달에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날지는 극히 유동적이다. 수입이 줄더라도 수출 증가세가 꺾이면 별 효과가 없다. 지경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엔 유럽 국가들의 채권 만기 도래가 집중돼 있고 이들 나라의 신용 등급 강등 우려도 남아 있어 단기적으로 세계 경기에 호재가 없는 만큼 수출 침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가뜩이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 국내 경제는 불황의 긴 터널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해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출 주력부대인 대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어 기업 활동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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