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중요한 건 제조업도 마찬가지”

권경렬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 코리아 대표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 코리아(Giemens PLM Software Korea)는 ‘PLM’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다. PLM은 ‘프로덕트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Product Lifecycle Management)’를 뜻하는데, 현재의 제조업에서 생산성을 논할 때 PLM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도구다.

예를 들면 20년 전에는 기계를 설계할 때 종이에 자와 연필로 도면을 직접 그렸고 각 도면들에 대해 일일이 결재를 받았고 후속 제품을 만들 때는 다시 이 도면들을 창고에서 꺼내 와 일일이 검토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종이 대신 컴퓨터를 사용해 3D 도면을 그리고 이 데이터를 이용해 기계가 자동으로 쇠를 깎을 뿐만 아니라 도면을 저장·보관·검토·승인하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일원화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설계→가공→생산’의 제반 프로토콜(절차)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PLM의 개념이다.

PLM은 제조업의 전 과정을 편리하게 해 능률을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설계된 도면이 하나의 지식재산권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종이 도면은 보관도 어렵고 필요할 때마다 일일이 찾아오기도 힘들어 다시 활용하기가 어렵고, 또 유출의 우려도 크다.



약력: 1961년생. 한양대 재료공학과 졸업. 1992~2000년 SDRC코리아 입사 후 기술지원 및 영업총괄 임원. 2000년 SDRC코리아 지사장. 2002년 EDS와 합병 후 EDS PLM 코리아 및 UGS PLM 코리아 지사장. 2007년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 코리아 대표이사(현).


PLM 소프트웨어의 이점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A부품이 쏘나타와 그랜저에 모두 들어가도록 하고 싶다면 소프트웨어 상에서 ‘링크’가 가능합니다. 그러면 쏘나타 설계 시에도 A부품을 불러올 수 있고, 그랜저 설계 때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쏘나타에 쓰이는 부품을 그랜저에도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시간과 비용 손실이 많아지겠죠. 요즘은 자동차의 출시 인터벌이 짧아지고 차종도 많아졌는데, 이런 시장 환경에서는 PLM 없이는 도저히 살아남기 불가능합니다.

현대자동차에도 실제 지멘스 PLM이 쓰이고 있는지요.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한국GM·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웬만한 제조업에서는 다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몇 개의 기업에서 지멘스 PLM 제품을 쓰고 있습니까.

영세한 중소기업까지 다 포함하면 우리 고객 리스트에 등록된 회사는 약 4만 개 정도입니다. 그 사이 없어진 회사도 있겠지만 대략 그 정도 수준입니다.

국내 점유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제조업체의 약 40%로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어느 업체입니까.

다쏘시스템과 PTC 등입니다. 이들 업체들과 제품군은 거의 비슷합니다.

PLM 프로그램이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하나요.

자동차·TV·휴대전화 등 개발한 제품은 그 자체가 그 회사의 지식재산입니다. 설계가 누출됐을 때 손해가 막심하지 않습니까. 이걸 PLM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킹으로 인해 대량의 데이터가 누출될 수도 있지만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다면 지식재산의 유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객사 중 한 곳은 출근 때 빈손으로 출근합니다. 자신의 PC에 외부 메모리를 연결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요, 중앙 서버에 저장한 데이터를 불러 와 작업하고 저장도 거기에 합니다. 종이에 프린트한 기록도 시간과 장수까지 다 기록됩니다. 기존의 방식처럼 각자의 PC에 저장해 회의 때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라면 산업 기술 유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PLM은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습니까.

199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부터 활발히 도입됐습니다. 지금은 모든 제조업이 PLM을 당연히 도입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없고 지식재산을 관리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또 담당자가 퇴사하고 새로운 사람이 맡아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설계 부문을 빼고 데이터 공유만 활용하면 제조업이 아닌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험 업계에서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보험 상품은 부수 계약 조건이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2년 정도 상품을 팔다가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기존 상품은 더 이상 팔지 않지만 가입한 고객은 관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계약 조건이 서버에 다 저장돼 있다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식품 업계에서는 라면 스프의 재료 배합이 동일 제품이라도 수출 국가에 따라 모두 다르고 포장도 다릅니다. 설계가 필요 없지만 유사 제품의 관계성을 유지하면서 데이터베이스(DB) 관리가 가능합니다.

지멘스와는 어떤 관계인지요.

PLM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SDRC’라는 회사를 미국의 ‘EDS’가 인수한 뒤 ‘UGS’로 분사했는데, 이를 지멘스가 2007년 인수해 지멘스 PLM이 된 겁니다. 지멘스는 공장 자동화 설비를 만들고 컨트롤하는 일종의 하드웨어 제어를 한다면 지멘스 PLM은 설계·개발 등 지식재산을 만들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지멘스 PLM에서 PLM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됩니까.

100%입니다. 자세히 분류하면 CAD(Computer Aided Design)용으로 ‘NX’, ‘솔리드 에지’ 두 가지 제품이 있고요, DB 관리용 ‘팀 센터’가 있습니다. 공장 양산 준비 작업용인 ‘디지털 매뉴팩처링’은 컴퓨터를 이용해 공장 가동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을 통틀어 PLM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보는지요.

우리는 기존 고객의 투자 보호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PLM은 고가 소프트웨어인데, 무단 사용을 방치하면 20억~30억 원을 투자해 유지·보수하는 고객보다 이를 무단으로 쓰는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는 결과가 벌어집니다. 그래서 고객사에서 먼저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단속을 요구합니다. 대기업이 부품사에 요구하기도 합니다. 미국 GM은 납품 업체들에까지 주문할 때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불법 소프트웨어로 만든 제품은 불법이라고 보는 겁니다. 한국도 점차 그런 방향으로 갈 겁니다.

국내 상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얼마나 강하게 요구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제품은 불법 소프트웨어로 만들면 감별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따금 대기업에 납품한 부품에서 비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든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해 대기업들도 정품 사용을 요구하는 편입니다. 이런 지식재산권은 비단 소프트웨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부품 회사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만든 설계 도면을 타사가 무단으로 사용해 더 싸고 빠르게 만들면 손해가 나지 않겠습니까. 제조업체들도 타인의 지식재산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쓰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손해는 결국 제조업에도 미칠 겁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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