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시장의 양극화


신흥국의 성장세는 산업혁명 이후 구미 주도의 세계경제 구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2012년 세계경제는 유럽 재정 위기의 불안감 등으로 선진국 경제가 저조한 성장세에 그치는 가운데 신흥국 경제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선진국 경제의 성장률은 1%대에 그치는 한편 신흥국은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세계경제에 대한 성장 기여율은 8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신흥국의 세계경제 성장 기여율이 70%를 넘는 등 신흥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의 성장 모습이 고착화된 느낌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파급되기 이전인 182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과 인도는 세계경제 규모의 절반 정도에 달했다. 그 후 급격히 비중이 하락했지만 이들 신흥국의 성장세는 산업혁명 이후 구미 주도의 세계경제 구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3억 명의 인구를 가진 미국과 5억 명 정도의 유럽연합(EU)이 70억 명에 달하는 세계경제의 절반 이상을 계속 차지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올해는 생활수준의 글로벌한 평준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신흥국의 각종 소비 시장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흥국의 성장·생활수준의 향상은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진국 경제의 부진은 신흥국의 경제에도 양극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 및 무역 부진 때문에 자율적으로 내수 성장이 기대되는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의 내수 성장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수출 경기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속되는 임금 상승세, 정부의 긴축정책 완화 등에 힘입어 내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한편 캄보디아·베트남·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 차세대 제조 입국들은 중국의 대체 공급 기지로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른 자원 부국도 기대된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자원 부국이면서 상대적으로 정치가 안정된 국가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비아·이라크 등 국가 재건, 복구 수요가 기대되는 나라들이 리스크는 있지만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금융 불안의 여파로 구미계 금융회사가 신흥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통화가치 폭락, 금리 급등 리스크가 큰 신흥국은 경계할 필요도 있다. 서유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구나 스페인계 금융시장이 일정한 금융 허브로 기능하는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가 이러한 리스크를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시장은 자원 부국, 저임금 제조 강국, 내수 기반 국가 등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량한 국가와 불안정한 국가로 차별화되는 게 사실이다. 다만 지나치게 리스크에 신경을 쓰고 브라질과 같이 중·장기적으로 잠재력이 큰 시장을 놓치는 것은 금물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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